누가 감히 생명을 해하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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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감히 생명을 해하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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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4.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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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형무소 사현장 위령
봄햇살도 비켜가는 서대문형무소 사형장.
4월의 정오를 비추는 태양도 차마 이곳 사형장의 높은 담벽을 타고 넘지 못한채 긴 그림자만 드리웠다. 80년의 역사동안 무수한 생명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던 한 서린 현장.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순국선열을 비롯 수많은 영가들의 한이 겹겹이 쌓인 곳이다.
그 한이 서리고 서려 옮겨 붙은 것일까! 담밖 미루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자랐지만, 사형장 안에서 자란 미루나무는 아직 그 높은 담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어둠이 저리고 저려 한 낮에도 완전한 밝음을 찾기 힘든 좁은 영토에 흰 법복을 입은 교무들이 들어선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온 교도들이 사형장 주위를 겹겹이 에워싸고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았다. ‘이제 그만, 그동안 풀지 못한 모든 원한 놓으시고 자유의 땅으로 가소서.’
묶은 한을 씻어내듯 울려 퍼지는 소리.
“영천영지 영보장생 만세멸도 상독로, 거래각도 무궁화 보보일체 대성경”
어디선가 울음이 터질듯, 이제야 비로소 얽히고설킨 매듭이 풀어진듯, 환한 햇살이 영주소리를 따라 조금씩 조금씩 문틈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풀 한 포기, 나뭇가지 하나라도 함부로 꺽지 말라했는데 누가 감히 생명을 해하느냐’는 4월의 대각성자 소태산 대종사의 질책이 햇살과 함께 쏟아져 내린다.
80년 역사의 서대문형무소에서는 3·1독립운동의 선봉에 선 유관순 열사를 비롯 400여명의 독립운동가와 민족지도자들이 옥사하거나 처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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