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내용, 참신한 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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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내용, 참신한 문체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1.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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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평/문향허 교무의 '깨달음으로 가는 바른 길'을 읽고

문향허 교무의 역저 <깨달음으로 가는 바른 길>이 나왔다. 교리해설을 겸한 명상서이다.


처음 받은 인상인즉, 어쩌자고 이렇게 무거운 내용을 이렇게 두껍게 호화판으로 냈을까, 무모하다는 느낌이었다.


기독교나 불교에서 내는 책들은 출판비 못 건져 손해 볼 일 없고, 어지간하면 재미도 보는 모양이다. 적어도 기독교 혹은 불교라는 상표(?)만 붙어 있어도 팔리는 기본 부수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원불교처럼 영세한 교단의 출판이야 브랜드 프리미엄이 없으니 도무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 차라리 소속을 감추는 편이 그나마 눈먼 독자라도 낚는 데 유리하다고 한다면 지나친 자조일까.


교단에서 책이라고 내본 사람은 아마 누구라도 맘고생을 겪지 않은 사람이 드물 것이다. 구걸하듯이 여기저기 구입을 부탁해서 겨우 출판비를 건진다 하더라도 곱지 않은 눈총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대개는 자비 출판으로 인한 출혈이 예사다. 이런 풍토에선 원불교 출판문화가 성장할 수가 없다. 훌륭한 저자를 키울 수가 없고 좋은 책이 나올 수도 없다.


그런데 이 책의 경우 출판사 사장님이 “내용이 좋아서 한 번 읽고 버리기는 아까우니 서가에 꽂아두고 읽게 하자”고 해서 그렇게 되었다니 그 사장님이 저자보다 더 무모한 분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내용을 읽다보니 첫인상에서 받은 거부감은 많이 희석되었다. 운문식 행갈이와 문단나누기가 부담을 덜어주었고 문장도 평이하고 친절했다. 비교도가 보기엔 용어부터 난관이 적지 않겠지만, 교도들이 보기엔 내용이 친숙한 데다 문체가 참신하다. 명상법을 숨·말·글로 나누어 보는 창의적 발상도 이채롭거니와 교리 해설서로 치더라도 친근하고 맛깔스런접근법을 보여주고 있다.


식상한 관념을 앵무새처럼 지껄이는 것이 아니고, 현실과 동떨어진 채 관념유희를 즐기는 것은 더욱 아니다. 생활체험에서 우러난 현장감 있는 설명이 출재가의 거리를 좁히고 이해의 폭을 넓힌다. 또한 교리뿐 아니라 글쓰기도 많이 연마한 흔적이 역력하다. 교리 이해, 교전 읽기의 지침이 될 만하고, 독본 삼아 머리맡에 두고 명상거리로 삼을 만도 하겠다 싶다. 권도갑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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