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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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할까요?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6.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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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겨레학교 은부은자 결연식




열아홉살 은경이는 북측에서 온 새터민 학생이다. 중국에 가정부로 팔려왔다가 남측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를 거쳐 한겨레학교에 온 은경이는 달리 적응에도 시간이 걸렸으며, 내년 2월 졸업 후의 일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그런데, 교장선생님이 원불교 분들이 우리들의 남측 부모님이 되어주신다고 하셨다. 수양딸이 되어 집에도 방문하고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는 엄마 아빠가 생긴다니… 5월 29일 오전 10시 반, 엄마 아빠의 명찰을 들고 은경이가 한걸음에 달려나간다. 쑥스러워 묻지도 못하고 서성이는데 갑자기 밝게 웃으며 다가오는 한 아주머니. “네가 은경이구나? 이제부터 우리는 엄마랑 딸이야~”






5월 29일 경인교구 여성회가 진행한 한겨레학교 은부모·자녀 결연식에서 북측 학생과 남측 부모가 만난 30여 가족이 손을 맞잡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자기 소개, 체육대회로 마음을 연 뒤, 점심 식사 후 근처 칠장사 소풍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 이들. 돌아오는 여성회원들의 발걸음엔, 처음 혹시나 했던 염려는 오간데 없이 그저 따뜻함과 아쉬움 뿐이었다.


처음 열리는 결연식, 곽진영 교장은 여성회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아이들에게 밝은 지혜와 현명한 인생 경험을 일러주는 친구이자 스승이자 멘토인 부모가 되어달라”고 말했으며, 김원범 경인교구 여성회장은 “함께 하고 싶었으나, 처음이라 선뜻 나서지 못한 분들이 많다”며 향후 교류를 계속 해나가기를 염원했다.


처음 만났지만 여러 생의 깊은 연을 이어왔을 새 가족들은 6발 릴레이달리기, 5줄 줄다리기, 단체 장애물 뛰어넘기 등 협동의 의미를 강조한 종목들로 끈끈한 정을 나눴다. 말이 안 통할지도 모르고, 성품이 어떨지 걱정도 된다던 여성회원들, 허나 아이들과 손발을 맞춰 체육관을 누비는 모습은 이미 100% 엄마다.




# 지금 한겨레학교는


국내 대안교육계의 선구자이자 교장을 맡고 있는 곽진영 도무는 “남측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아이들을 우선으로 했는데, 자원만 80여명이었다”며 현재 부모역할을 해 줄 교도들이 다소 모자란 상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결연 신청 없이 참석했다가 현장에서 부모가 된 서울·경인교구 교도들이 힘을 보탰다. 또한, 곽 교장은 “종교나 이념에 앞서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라는 생각으로 지도하고 있으며, 그러나 “현재 2천 7백여명의 아이들이 한겨레학교와 같은 교육의 대상자인데, 지금 정원을 한참 넘긴 우리 학교도 2백7십명 만을 교육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현재 새터민 학생 교육으로는 한겨레학교가 유일한데, 건물과 시설 확장에 인근의 반대가 심해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학교와 결연 사업에 대한 외신들의 관심이 높아 수차례 보도가 된 것은 국내 언론과는 판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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