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비폭력을 위한 세계행진' 용산참사 현장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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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비폭력을 위한 세계행진' 용산참사 현장을 찾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10.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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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평화적인 해결 방안 논의



용산은 다시 겨울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부쩍 추워진 가을 오후에는 바람이 매서웠다. 철거와 대치, 권력과 저항 등으로 용산을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고인의 미망인과 가족들이 모였고, 이주노동자가 모였고, 종교인들이 모였다.


사람들은 추위를 맞서 어깨를 붙이고 나란히 모여 앉았다. 바람이 자꾸 불었다. 참사가 일어났던 1월은 햇살만은 푸졌던 겨울이었다. 그 후로 9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아무도 답을 해주지 않는다. 바람에 마이크에서 거센 소리가 울렸다. 올 겨울은 아마 용산에서 시작되나보다.


‘평화와 비폭력을 위한 세계행진(이하, 세계행진)‘이 용산참사현장을 방문한 10월 19일, 여러 종교인들이 모인 ‘화해와 상생을 위한 범종교인기도회’가 열리고 있었다. 세계의 각 나라들을 행진하며 그 나라에 어떠한 문제들이 있는지를 보고 평화적인 방안을 논의하며 다른 나라에 전하는 세계행진팀은 “용산 참사는 충격적이고 놀라운 사건”이라며 이 날 자리를 함께 한 유족대표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했다.


2009년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진행되는 ‘세계행진’은 뉴질랜드 웰링톤에서 칠레 아콘가구아산에 이르는 16만 킬로미터를 행진하며, 세계 100개국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는 10월 15일 도착, 강화 중립수역과 생명평화포럼, 아프간 어린이 난민학교 지원 캠페인, DMZ 평화순례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용산은 평화와 비폭력이라는 기준으로 본 현재의 한국 사회의 면면들로 가득 찼다. 돈과 권력이 최고의 가치이며, 이 때문에 사람을 함부로 해치고 죽이는 현실을 ‘아픔모시기와 마음모으기’ 프로그램으로 서로 나누고 달랬다.


“MWTV(이주노동자방송)에서 함께 활동했던 미누씨가 8일 강제연행되어 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여러 국적의 이주노동자들로 구성된 밴드 ‘스톱크랙다운’의 보컬이자 이주노동자 영화제 준비위원장이기도 한 그를 위한 서명을 부탁합니다.”


정상덕 교무의 멘트에 이어 버마 출신의 아웅 띤 훈씨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하며 마무리로 덧붙인다. 수십명 사이로 서명지가 돌고, 흰 종이는 곧 까매진다. 평화는 본성적인 내면에서, 자발적인 손끝에서 온다. 마지막으로, 평화선언문 발표와 평화와 화해의 참여형 퍼포먼스(평화의춤연구소)로 모두의 평화에 대한 의지를 한데 아우르는 것으로 이 행사를 마쳤다.


서울시청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바로 진행된 ‘평화, 느림에 빠지다’는 화해와 상생을 위한 자비명상과 명상춤을 배우고 함께 해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달라이라마와 팃낙한 스님에게서 수학한 마가스님의 자비(걷기)명상은 걷기를 통해 폭력성, 파괴성을 참회하고 사랑과 자비로 감싸안는 명상이며, 이종희 전문가의 명상춤은 국경과 인종을 넘어 모두가 인간으로서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주인의식을 자각하게 한다.


이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윤법달 사)평화의 친구들 사무국장은 “세계행진단의 한국에서의 체류기간이 유독 긴 편”이라며 “피상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평화, 인권 문제들이 바로 한국 사회의 단면이자 본질일 수 있다”고 언급해, 늦은 저녁까지 계속된 광장에서의 시간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게 했다.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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