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끝자락의 가을, '오-메, 정 들어부렀네'
상태바
남도 끝자락의 가을, '오-메, 정 들어부렀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11.12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 현장을 찾아서 / 서울문인회 가을 문학기행





서울문인회 문학기행이라더니 과연 온종일 두런두런 글 얘기다. “와리 선생님, 시 쓰다가 산문 쓸 때 뭐가 가장 다릅니까?”, “연봉님, 일전 얼굴에 대한 시상 참 좋더만요.” 임도인 서울문인회장(약대교당) 취임 후 처음이지만 통틀어 벌써 아홉 번째, 다들 친하기도 하겠거니와 문학적 열의까지 똘똘 뭉쳐 초장부터 열기가 후끈하다. 아침 7시 서울회관 출발, 서울경기 이곳저곳에서 오느라 적잖이 피곤할 터, 허나 서른다섯명 자기소개 하면서도 이 양반들, 또박또박 박수로 환영하고 웃음으로 인사한다.




# 가을 달빛아래 ‘문학의 밤’


11월 2~3일 해남과 강진, 완도를 넘나들며 문우지정을 나눈 서울문인회 문학기행. 촘촘하게 계획된 일정을 쪼개고 또 나누어 알토란같은 이틀을 함께 보낸 문인들, 그 시작은 버스 안에서 펼쳐진 이경식(일산교당) 전 서울문인회장의 도깨비와 신화에 대한 강의였다. 도깨비 얘기에 전래동화와 옛 추억들까지 더듬다 보니 어느새 강진. 첫 일정인 영랑생가는 나무며 꽃들이 저마다 울긋불긋하니, 그야말로 ‘오-매 단풍 들것네’. 이어 다산이 후학을 양성하며 <목민심서>를 집필한 다산초당과 백련사, 그리고 두륜산 정상의 차고 맑은 기운 속에 단풍처럼 은행잎처럼 펼쳐진 노을을 바라본다.


문학기행의 백미는 역시 고요한 밤 달빛 아래 펼쳐지는 ‘문학의 밤’. 완도소남훈련원에 여장을 푼 문인들은 시인 이원구 교도(강남교당)의 ‘통찰과 자기치료의 글쓰기’ 강의를 시작으로 저마다 각자의 작품이나 애송시를 낭송하는 등 가을밤 문학적 정취를 흠뻑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함께한 특별한 벗의 소개가 있어 더욱 뜻 깊었는데, 서울문인회 공부모임 ‘소태산 문학회’의 시 강의를 맡고 있는 김송배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과 청해 박종욱 선생이 그들이었다. 특히 해남 출신으로 ‘해남의 딸’로 알려진 박종욱 선생은 이번 문학기행을 해남관련 인사에게 알려 다음날 남도 전통의 푸짐한 점심 공양을 받도록 하기도 했다.


청해진 다원의 차향으로 시작한 둘쨋날 아침, 박성기 완도소남훈련원장에게 즉석에서 요청한 ‘소태산 대종사의 위대한 유산’은 현대물리학에 비춰 교리를 쉽게 풀어낸 신선한 강의였다. 감성적이고 문학적인 문인들에게는 또한 발상의 전환과 함께 새 작품의 모티브가 되어주었으리라.




# “카페 찾아 보고는 팬이었죠”


명사십리와 정도리 몽돌해변, 고산 윤선도 유적지 녹우당 등 부지런히 남도 땅을 밟고 흠모하니 어느덧 다시 해넘이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이틀의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아쉬움에 너도나도 대흥사 입구 계곡에서 문인들을 단풍삼고 벗삼아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댔다. 원래 상경 시간을 훌쩍 넘겨 도착한 마지막 일정은 영암방조제의 청해 시인 시비. “캐나다에서 늘 접속하며 서울문인회 팬이었는데, 시간이 맞아 실제로 뵙고 15년만에 소남훈련원을 보니 행복하다(캐나다교당 박덕봉),”, “2박3일인 듯 알찼다(강남교당 김광정).”, “앞으로도 함께 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구리교당 윤나금)”, “읽기만 좋아했었는데 와보니 나도 쓰고 싶어졌다(신림교당 현묘현)”, “고향땅에서 큰 기운을 받았다. 20박쯤 하면 어떨까?(서초교당 주명종)” 등 감상들처럼, 방조제에서의 마지막 단체사진에는 감동과 아쉬움, 그리고 그새 마음 넘치게 쌓인 정(情)이 가을 햇살 마냥 모두를 비추고 있었다. 민소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