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촌 하늘에 오색비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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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촌 하늘에 오색비 내리고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2.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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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책소개 / 설윤환 교무 새 시집




원광대학교에서 일 평생 학교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다가 정년퇴임 후 중앙총부 인근에 머물며 조용한 투병 생활을 해 오던 설윤환 교무가 원불교 100년을 앞두고 두 권의 시집 ‘영촌 하늘에 오색비 내리고’와 ‘무지개 바람’을 들고 오랜만에 우리 곁을 찾아왔다.


특히 세 번째 시집 ‘영촌 마을에 오색비 내리고’는 원불교 100년 기념성업을 불과 5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새 회상 원불교와 인연을 맺은 뒤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역대 선진들의 자취를 주옥같은 시어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교단사적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소태산 대종사를 비롯한 역대 종법사들과 원불교 교단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던 재가출가 교도들, 그리고 평소 필자와 가깝게 지냈던 지인들에 대한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시집은 고은시인의 만인보와 견주어 원불교의 백인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평소 필자와 가깝게 지내온 양은용 교무는 이 시집을 보노라면 “역대 스승님들과 선후배 도반들, 그리고 문학과 예술을 함께해 온 인연들이 보배로운 염주알처럼 가지런히 꿰어져 있어 금방이라도 그 주인공들이 웃음 지으며 걸어 나올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만가지 기쁨으로 계시는 분 // 먼 시간/명주 시울로 감은 만큼/긴 사연들이/어디를 갔는지/여기로 왔다는지// 삼세도/새겨 논 손금 사이로/지울 수 없는 만남입니까 // 혼이 빠지도록/빌고싶은 말들인 즉/차곡차곡/빌고싶은 말들인즉/숨겨둔 비밀/님은 알아차립니까.


필자가 소태산 대종사를 우러르며 써내려간 시 ‘위없는 자리’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집 곳곳에서는 삼세를 통해 이어져 온 소태산 대종사와의 필연적 만남에 대한 자각과 새 회상의 발전과 성불제중의 서원을 이루고자 하는 제자들의 구도 열정이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구도열정을 담은 ‘영촌 마을에 오색비는 내리고’와는 달리 네 번째 시집 ‘무지개 바람’은 행간 곳곳에 정년퇴임 이후 투병 생활을 하는 동안 함께해 온 외로움의 흔적들이 곳곳에 투명돼 있고 또 이를 참회와 기도 생활로 극복하려는 의지도 잘 담겨 있다.


필자가 이 책의 소제목으로 뽑은 ‘망연히 앉아 있는 부처님’이나 ‘때로는 마음을 흔들면서’ 등은 필자의 심경을 잘 나타내 준 대목이 아닐까 싶은데, 필자는 이러한 현실적 외로움이나 아픔들을 이 시집을 통해 무지개 바람 같은 희망으로 잘 승화시켜 내고 있다.


무지와 삼세업장으로 지혜롭지 못하여/고통의 윤회를 끊지 못했음을 참회합니다//잠시 방심하여 서원을 잊고 지냈음을/참회합니다//경계마다 감사하는 마음을 놓고 지냈음을/참회합니다//만나는 인연이 다 부처인 줄 몰랐으니/참회합니다//나에게 가진 것 둘 이상일 때 나눠 가지길 인색했으니/참회합니다.//(중략)//법신불 사은이시여! / 위와 같이 참회기도를 올리오니 / 이 공덕으로 삼업이 청청하여지고/ 공부심이 날로 정진하여/보살도를 닦아 불지에 들게 하시고/반야의 지혜로 무명의 중생을 교화하여/낙원세계를 이루게 하소서 ‘참회합니다’ 중에서


설윤환 교무는 1999년 ‘문예연구’ 가을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을 했으며 원불교문인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원불교 문학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기여를 해 왔다. 그동안 펴낸 시집으로는 첫 시집 ‘새벽기도’와 두 번째 시집 ‘우리가 바람으로 만난다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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