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자의 현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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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자의 현장 르포
  • 조우리
  • 승인 2015.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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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사랑해 빨간밥차 ... 그리고 고마워

# 안녕하세요. 빨간밥차



“안녕하세요. 사랑해 빨간밥차입니다.”오늘도 빨간밥차는 여러분들의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줄 맛있는 음식과 함께 당신 곁에 찾아갑니다.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마포농수산물시장을 찾으신 강명권 교무님의 발걸음에서 오늘도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하는지 배우게 된다. 익숙하신 듯 카트를 운전하며, 필요하신 물건만 집어 담아내신 손길은 주부 9단이 따로 없다.



온갖 먹거리와 싱싱한 채소들이 유혹하는 시장 물건에는 눈길 한번 안주고, 단골가게로 향한다. 밥차 봉사를 하면서 단골가게를 만들고, 노숙인들을 위해 봉사하시는 걸 알게 된 상인들은 마진도 거두절미하고, 깎아주신다.



그렇게 아침 장보기가 끝나면, 오전 11시쯤에는 유쾌한 봉사자들이 서울회관 지하 주방에 나타난다. 빨간장화로 무장한 김도원, 강소연 교도님은 군대에서나 쓸법한 커다란 솥과 국자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지 못하는 요리가 없다.



“오늘의 메뉴는 육개장입니다”버섯과 파를 다듬고, 내일 쓸 얼갈이배추를 칼로 쑥쑥 잘라 펄펄 끊은솥에 풍덩 넣는다. 콩나물을 탈탈 털어 껍질을 날려버리고, 함께 먹을 김치도 칼로 숭덩숭덩 썰어 통에 넣어 둔다.



팔팔 끊는 솥에는 육개장이 두 솥 가득이다. 150인 분이나 되는 육개장을 2시간 만에 만드신 두 분은 힘드시지도 않으신지 연신 웃으시기 바쁘다. 노래도 흥얼거리고,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금새 요술방망이처럼 뚝딱 만들어진 집밥에는 구수한 사람냄새가 풍긴다.



이렇게 땀으로 온 몸을 적시고 나면, 내일 남구로를 향해 갈 육개장은 완성이다. 힘들지 않냐고 질문에도 괜찮다는 모습에서 진정한 무아봉공을 보는 것 같다.



# 빨간밥차는 사랑을 싣고
새벽 2시 반 사무실에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허둥지둥 내려간 깜깜한 지하 식당에서 강 교무님은밥차 짐을 챙기고 계신다. 몇 번이고 짐을 싣고 나르기를 반복한다. 새벽마다 혼자서 하시는 고되고, 힘든 이 작업은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서늘한 새벽 공기에도 교무님의 옷자락은 땀으로 젖어있다.


그렇게 새벽 3시 반이 되면 번동2단지종합사회복지회관에서 송성경 교무님이 도착한다. 밥차를 운전해주실 송교무님은 봉사를 하기 위해 매주 이곳으로 찾는다.


회관에만 세워져 있던 빨간밥차에 턱~ 하고 올라서니, 세상 그 모든 차는 빨간밥차 발아래다. 남구로역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나면 밥차 문이 열린다. 강교무님은 밥을 안치시고, 솥에 국을 따라 붓고 펄펄 끊인다. 송 교무님이 테이블을 세팅하고 주변정리를 하다보면 익숙한 분홍조끼 모자가 도착한다.



바로 원남교당의 원경이네 모자다. 이미 이곳 남구로에 유명인사인 배정혜 교도님과 청년교도 원경이가 오자 분위기가 살아난다. 젊은 청년이 매주 새벽마다 이곳에서 봉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졸린 기색없이 연신 벙글대며 봉사를 한다.



밥이 다 되기도 전에 남구로역 일용직 노동자분들과 노숙자분들, 그리고 쪽방촌 사람들까지 모여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가끔은 시비조의 말을 붙이기도 하고, 술에 취해 있기도 하지만, 따뜻한밥한끼에 대한 고마움은 잊지 않는다.


얼마나 지나자 개봉교당 이원기 교무님과 교도님들도 도착하셨다. 새벽녘에 분홍조끼 부대가 남구로역을 접수하면 어느새 남구로역에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모인 일용직 노동자분들로 가득하다.



“식사하세요! 밥 좀 드시고 가세요!맛있게 드세요! ”이렇게 외치다 보면, 길었던 줄도 금방 줄어든다. 가족들을 위해 새벽녘에 거리로 나와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 어깨에는 무거운 가방을 둘러메고 있다. 가방 가득히 들어있는 연장 도구들은 삶을 짓누르는 무게 같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매일같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하지만 이분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한민국을 일군 숨은 일꾼들이고, 우리들의 아버지이다. 다소 거친 말투와 몸짓에는 진한 삶의 애환이 담겨 있다. 고된 하루를 쓰디쓴 소주로 날려버릴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종교
나에게 오히려“종교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질문했던 강 교무님은 말했다. “종교는 어려운사람들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 그것이 종교의 할 일”이라고. 그들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이 종교이자, 교화라는 그 꿈이 꼭 이루어 지시길 간절히 바래본다. 한끼의 밥에는 많은 사람들 사랑과 정성이 들어 있고, 삶의 무게를 함께 해주고픈 이웃들이 있다.



“안녕하세요. 사랑해 빨간밥차입니다. 오늘도 당신의 둥근 마음을 가득 채워 줄 따뜻한 밥 한끼 하시고 가세요. 우리 모두는 당신의 삶을 응원합니다.



"사랑해 빨간밥차. 그리고… 고마워”
조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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