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밭 천일은 나에겐 이미 승리의 천일이다

진밭 천일야화1

2019-11-09     김여정

진밭 1000일 앞에 서니, 내가 처음 원불교를 선택했던 이유와 관통되는 점이 있었음을 불현듯 깨닫는다. 난 내 삶에 종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도서관에서 책으로 먼저 선별과정을 거쳤고, 원불교에 관한 책을 보고 더 이상 다른 것들을 뒤적거리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종교가 있는 줄 알았다면, 진즉에 인연을 맺었으면, 그렇게 헤매지 않았을 걸~~.

원불교 교리는 역사적 사명 속에서 개인이 결코 소외되지 않고, 마비된 퇴락으로 지켜지는 개인의 평정에 매몰될 것 같지도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포근하게 모든 것이 총섭될 것 같은 안정감도 좋았다. 종교 따로, 개인 따로, 사회 따로가 아닌 하나로 총섭된…. 그동안 이분화된 이론과 사상으로 갈증을 느꼈던 것들이 해결될 것 같았다.

‘성지수호, 사드반대’ 운동에 참여하면서 처음 책으로 매력을 느꼈던 원불교의 그 느낌과 마주하는 반가움이 컸다. 2017년 두 번째 사드 발사대가 들어오던 ‘9.7대첩’에서 흔들리지 않고 온몸을 던진 행동들, 명쾌한 현실인식과 함께 대중 속에서 함께 하는 교무님과 원씨네(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활동가 교도들, 한국 근현대사에서 미국에 대한 조명과 원불교 교리실천을 접목시키는 김광철 교무님의 진밭 앞 강의는 잊을 수 없다.

소성리에 모인 대중들 앞에서 교무님들은 단지 원불교 교도만을 위한 교무님이 아니었고, 울과 담을 넘은 살아있는 현 역사의 현장에 함께하며 진리를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지난하고 긴 싸움에서 강고한 원력을 세우고 정진 실천하시는 교무님들과 교도들의 모습은 ‘이것이구나. 뭔가를 이루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수행하시는 그대로가 가슴을 울리고 나의 삶을 변화시키는 살아있는 법문이었다.

진밭 천일은 나에겐 이미 승리의 천일이다.

글/ 부산울산교구 화명교당 김여정 교도

 2017년 3월11일에 시작된 소성리 진밭 평화기도가 오는 12월 5일 1000일을 맞는다. 천일의 기도 적공을 통해 축적한 평화의 몸짓과 평화의 바람을 한울안신문 온라인뉴스에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