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검정 치마, 흰 저고리의 위력

김도원 원남교당 교도

2024-10-24     한울안신문

지난 10월 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대만정부 국경절 113년 경축행사에 초청받은 나는 ‘정복입으신 교무님을 모시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생각이 든 직접적인 이유는 지난 9월 26일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중국정부 국경절 75주년 경축행사에 가보니 승복을 입으신 스님 10여명이 초청되어 활발한 대외교류를 진행하고 있었다. 수행을 오래 하셔서인지 광채가 드러나는 스님들이 너무 반가워 먼저 다가가 인사드리고 원불교인이라고 밝히자, 전혀 일면식이 없는데도 굉장히 반가워하시며 대동한 전문사진사를 동원해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주시고 전송까지 해주셨다. 이러한 반가움의 원인은 그 스님이 젊은 시절 영산선학대 설립시기에 영산에 방문했던 기억에서 비롯되었으며, 원불교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었다. 
한참을 담소하고 나니 총무원장이시라고 한다. 처음엔 조계종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명함을 살펴보니 결혼이 가능한 태고종의 신임 총무원장을 지난해 7월부터 맡으신 상진스님이셨다. 원불교도 신임종법사로 왕산님이 바로 선출된 속보를 알려주자, 신임간 서로 인연이 있다며,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이어나갔다. 
여기서 내가 놀란 것은 총무원장이면 불교 종파의 수장인데, 자리에서 나오는 권위의식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일개 원불교인에 불과한 나에게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가움과 교류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난 이에 신선한 자극을 받아 서울한복판에 전통한옥 은덕문화원을 아름답게 가꾸시고 오랫동안 문화교류를 해오신 종타원 이선종교무님이라면 활발한 대외교류가 가능하다 싶어 뒤이은 대만의 경축행사에 꼭 모시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매우 아쉽게도 종타원님이 익산에 계셔서, 현 원장님 열타원 김법열교무님, 서울정토회 교당 황자은교무님 두분을 모시고 가게 되었다.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고, ‘검정치마, 흰 저고리가 가장 예쁘니, 날이 추워도 실내이니 정복입고 참석만 하셔요’하며 행사에 회의적인 열타원님을 거의 강제로 모신거나 다름없다. 그런데 기대이상의 검정치마, 흰 저고리의 위력은 현장에서 바로 확인되었다.
교무님 복장을 보고 전문무용인이 다가와 ‘저의 어머니가 원불교에 다니셨어요’하며 반가움을 표시하며 먼저 인사를 건넸고, 한참을 담소했다. 원장님이 챙겨온 은덕문화원 소개자료를 펼치고 전통예술공연이 은덕에서 열려왔음을 즉석에서 알려주니, ‘그런 곳이 있나요’ 무용인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두 번째 인연은 중앙의 스탠딩테이블로 가 우리 일행이 자리를 잡으니, 바로 옆에 서있던 중년신사가 ‘어디서 이렇게 고운 한복을 차려입으시고 오셨어요? 혹시 원불교세요’ 우리는 반가움에 ‘원불교임을 어떻게 아느냐’고 하니 ‘본인이 원광대 한의대 졸업생으로, 40년전 6년간 기숙사에서 생활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은 화교이며, 모친이 한국인’이라 한다. 내가 ‘그러면 어디서 한의원하세요?’ 물으니, ‘세계화교총상회 한국회장을 맡아 너무 바빠 본업을 못하고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호텔을 경영한다’고 한다. 계속해서 ‘원광대 다닐 때 친구가 경요’라 하면서 40년만에 우연한 장소에서 원광대 동문들과의 우연한 옆자리 만남을 매우 기뻐하며 은덕문화원의 방문을 즉석에서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어를 못하는 대만대사부부가 눈을 반짝이며 처음 보는 복장에 어디서 왔는지 관심을 표해, 원불교 교무님임을 알려주고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대만외교관들에게도 열심히 소개했고, 대만정부 사진기록에도 남을 것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다. 잊혀져갔던 원불교의 옛 인연들이 ‘검정치마, 흰 저고리’만 보고도 알아보고 먼저 다가온다. 예로부터 고고한 선학(仙鶴)에 비유되는 ‘검정치마, 흰 저고리’가 그만큼 한국사회와 세계에 각인한 이미지는 매우 선명하며, 이 정복을 입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과 명예, 그리고 수도인의 맑고 훈훈함이라는 책임의 무게감이 함께 붙어있다. 대만정부 경축행사를 계기로 그 자리에 모인 세계의 외교관들에게 원불교와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려주어 원친으로서 너무나 기쁜 날이었다. 
아마도 이 호의현상(縞衣玄裳)을 처음보는 사람도 있었으리라. 와주신 두분 교무님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기회가 있으면 중국, 대만, 좌와 우를 가리지 않고 일원의 종자를 뿌리기 위해 내가 사랑하는 ‘위력을 지닌 검정치마, 흰 저고리’의 맑고 훈훈해서 아름다운 교무님을 꼭 모시고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10월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