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마음 공부 ] 인생은 여행자가 되어 길을 가는 것이다

박선국 돈암교당 교도/ 문화 평론가

2024-11-13     한울안신문

 

영화줄거리
진희는 내일 아빠와 단 둘이서만 여행을 떠날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다. 오늘 하루도 새 신발에 새 옷 그리고 맛있는 저녁 식사까지 즐겁기만 하다. 그런데 다음날 아빠는 그녀 손에 케익을 들려 보육원에 맡기고는 아무 말도 없이 떠나고 만다. 새로 태어난 동생과의 일로 아빠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진희는 그럼에도 아빠가 다시 자신을 찾으러 오리라는 희망을 버릴 수 없다. 보육원의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그녀의 말도 들어주지 않는 상황이다. 보육원을 떠날 생각 뿐인 진희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한다. 이젠 아빠도 만날 수 없는 것일까?

‘여행자’는 9살 소녀가 해외로 입양가게 되기 전 까지의 모습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보여주는 영화로 많은 부분이 사실에 바탕하고 있다. 슬픔에 머물지 않고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감동적인 스토리는 너무도 자연스러워 어거지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실제 입양아 출신으로 영화 속 많은 부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낸 감독은 그럼에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과 당시 인물들의 모습을 그려 낸다. 가족으로부터 버려졌다는 것에 대한 분노, 상실감 그리고 포기. 뒤이어 생겨나는 새로운 가족에 대한 기대와 희망. 이 모든 모습들을 섬세한 촬영기법과 잔잔하게 흐르는 배경음악으로 담아낸다. 영화는 70년대 입양아 수출국이라고 불리었던 우리나라의 입양제도에 대한 적나라한 상황 속에서도 비인도적인 것 보다는 인간성을 찾으려는 모습에 주목한다. 아역 배우들과 성인 배우들은 입양아들과 그들을 돌보는 주위의 성인들의 개인적이고 소소한 아픔과 기대감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사랑하기 때문에 포기한다든지, 약속은 때론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등의 태도를 보이는 이해할 수 없는 어른의 태도를 어린 주인공의 실망하고 분노하는 시선으로 보여주며 어우러지지 못하는 두 세계를 대변한다. 
영화는 진희가 참새의 무덤자리에 자신의 무덤을 파고 드러눕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 장면은 비록 어리지만 진희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새로 태어나 다른 길의 삶을 선택하게 됨을 의미한다. 그후 진희는 입양길을 떠날 수 있게 된다. 추억들과 아픈 기억들을 뒤로하고 선택으로 인하여 많은 것을 잃기도 하겠지만 또 한편 새로운 경험을 통하여 더 많은 행복을 얻게 될 길로 향하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를 보여준다. 
대종사님의 말씀처럼 매일 태어나고 매일 죽으며 매 순간 순간 새로운 결정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각자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