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사회여론조사 분석보고
REPORT WON-BUDDHISM 조사주관 원불교정책연구소 조사수행 (주)한국리서치
원불교정책연구소는 1월 8일 중앙총부 법은관 대회의실에서 원불교 사회여론조사에 따른 분석보고회를 진행했다. 제8차 원불교 사회여론조사는 원기110년(2025) 7월 7~10일까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95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패널 조사(웹 기반 설문)로, 원불교정책연구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했다.
해당 조사는 전체 응답자 중 원불교에 대해 모르는 응답자를 제외한 1,116명의 유효 응답자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원불교를 알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지수준, 이해도, 가치 평가, 교화 참여 의향 등을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단순 비교를 넘어 현시대의 인식 구조와 교화 가능성을 통합적으로 조망하고자 했다.
원기95년(2010) 제1차 조사 이후 지난 15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단순한 인지도·호감도 조사를 넘어 ‘인지도, 이미지, 영향력, 콘텐츠, 세대별, 미래’가 주제로 다뤄졌다. 탈종교화 시대, 세대 변화, 디지털 전환의 격변 속에서 한국 사회가 원불교를 어떻게 인식하고 무엇을 기대하는가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정책형 조사다. 이번 호 한울안포커스는 유의미하다고 판단되는 ‘원불교 인지도, 원불교 핵심가치, 사회적 영향력, 디지털 종교 콘텐츠, 세대별 심층 분석’ 영역의 설문 분석을 포커싱했다. 제8차 원불교 사회여론조사가 함의하는 의미와 핵심을 짚는다.
“이름은 익숙하지만, 무엇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
원불교에 대한 대중 인식과 정체성
원불교에 대한 대중의 인지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폭넓은 인지’와 ‘얕은 이해’라는 상반된 특성이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70.5%가 “원불교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라고 응답해 대중적인 인지도는 확보된 상태다. 그러나 “잘 알고 있다”라는 응답은 단 3.0%에 불과해, 대다수 국민에게 원불교는 이름만 친숙할 뿐 구체적인 교리나 활동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이미지 부재’ 상태임이 드러났다.
원불교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정체성의 혼란이다. 응답자의 46.6%가 원불교를 ‘불교의 한 종파’로 인식했고, 특히 20대에서는 그 비율이 55.2%에 달했다. 그러나 기대는 분명했다. 원불교에서 경험하고 싶은 프로그램 1위는 압도적으로 ‘마음공부·명상 등 수행 프로그램(46.3%)’이다. 반면 법회나 종교의식(10.5%), 교리 학습(19.8%)에 대한 수요는 매우 낮았다. 이는 대중이 원불교를 신앙의 대상(Religion) 이라기보다, 스트레스 관리와 정서 회복을 위한 ‘마음 관리 도구(Mental Tool)’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음공부, 청년 세대를 잇는 핵심 키워드”
미래 세대의 선택은 ‘마음공부’
대중이 인식하는 원불교의 핵심 가치에서 향후 브랜드 전략의 중요한 단초가 발견됐다. 대중이 인식하는 원불교의 핵심 가치는 ‘일원상(진리)’이 48%로 1위였지만, 전략적으로 더 주목할 지점은 ‘마음공부’가 29.1%로 2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특히 20대에서는 이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 청년층에게 가장 강력하게 소구할 수 있는 원불교의 자산이 바로 ‘마음공부’임이 재확인됐다. 반면 ‘정신개벽’(9.9%), ‘은혜’(9.7%) 등 원불교 고유의 교리 용어는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내부적으로 통용되는 종교적 언어를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종교 언어의 ‘대중적 번역 작업’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교당보다 콘텐츠, 설교보다 체험”
사람들이 원하는 원불교 경험
원불교를 접하고 싶은 경로에서도 변화는 분명했다. 대중은 물리적인 방문보다는 ‘콘텐츠’를 통한 접촉을 선호했다. 1위는 ‘명상·좌선 체험’(42.1%)으로 구체적인 수행 경험을 원했으며, 2위는 ‘유튜브·영상 콘텐츠’(38.2%)로 비대면 탐색에 대한 요구가 강했다. 반면, 전통적인 교화 방식인 ‘교당 방문’(22.9%)이나 ‘지인 소개’(7.9%)는 후순위로 밀려나, ‘교당으로 오라’는 기존의 교화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드러냈다.
“크지 않지만, 안전하다”
낮은 체감도 속 ‘선한 영향력’의 가능성
원불교의 사회적 위상은 대중에게 ‘존재감은 낮지만 이미지가 좋은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 응답자의 33.2%는 “사회적 영향력이 거의 없다”라고 평가했으나, 동시에 36.6%는 “일부 영역에서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라고 응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해, 원불교는 사회적 반감이 거의 없는 ‘안전한 종교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신뢰 자산으로 작동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다.
“하고는 있지만, 알려지지 않았다”
사회 활동의 실종, 홍보와 소통의 위기
원불교의 사회 활동은 ‘인지 부족’이라는 치명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응답자의 51.4%가 원불교의 사회 활동을 “잘 모르겠다”고 답해, 활동의 진정성과 별개로 전달 구조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나마 인식된 활동은 국가적 참사 추모 의식(20.3%)과 재난 구호·취약계층 봉사(18.8%)였다. 반면, 교단이 시민 사회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사드 반대 평화운동’(5.7%)이나 ‘환경·탈핵운동’(10.9%) 등은 대중의 인식 지형에 거의 남지 못했다. 이는 사회적 실천의 방향과 대중적 공감대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거창한 사회 변혁 아닌 삶 지탱해 줄 영성 지도”
대중이 기대하는 원불교의 사회적 역할
대중이 원불교에 기대하는 역할은 거창한 사회 변혁보다는, 개인과 사회를 지탱해 줄 ‘정신적 지주’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원불교가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할 역할을 묻는 질문에, 1위는 ‘삶의 지혜와 정신적 안정에 기여하는 영성 지도’(36.2%)였으며, 2위는 ‘사회의 도덕적 기준 제시’(33.7%)였다. 혼탁한 사회 속에서 중심을 잡아줄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20대 청년층은 영성 지도보다 ‘실질적인 봉사활동’(37.7%)을 더 중시해, 청년들에게 종교의 가치는 설교나 말이 아닌 ‘행동하는 봉사’와 ‘사회적 실천’으로 평가하는 세대 인식을 드러냈다.
“아직은 낯설지만, 가능성은 크다”
디지털 종교 콘텐츠의 잠재력
디지털 종교 콘텐츠의 현재 이용률은 낮지만,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 현재 적극 이용층은 9%에 불과하지만, ‘가끔 이용한다’는 잠재층이 30.3%로 두터워 콘텐츠 경쟁력에 따라 빠른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신앙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매우 유연해, 플랫폼 전략은 ‘본질’에 집중해야 함이 확인됐다. 응답자의 58.2%가 디지털 종교 콘텐츠에 대해 ‘필요에 따라 이용한다’는 중립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미래 세대인 20대는 37.7%가 긍정적으로 평가해, 디지털 신앙에 가장 열려 있고 거부감이 없는 세대임이 입증됐다.
가장 효과적인 디지털 교화 방법으로는 ‘온라인 명상 체험’(27.4%)과 ‘유튜브 수행 안내’ (25.1%)가 꼽혔다. 반면 ‘메타버스’(2.8%)나 ‘AI 신앙상담’(4.6%)과 같은 최신 기술에 대한 기대치는 매우 낮았다. 이는 대중이 화려한 신기술보다는 ‘유튜브’라는 익숙한 플랫폼을 통해 ‘명상’과 같은 본질적인 콘텐츠를 소비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불교가
오늘의 대중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무엇을 기대받고 있는가
이번 원불교 사회여론조사가 보여준 유의미한 통계는, 단순한 인식 조사 결과를 넘어 교단이 마주한 핵심 과제를 명확히 짚어준다. 대중은 원불교를 ‘사회적 반감이 없는 안전한 종교’로 신뢰하면서도, 그 존재와 활동을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교단의 방향성이 잘못되었다기보다, 전달과 실천의 방식이 시대와 어긋나 있음을 시사한다.
교단 제4대 제1회 설계안이 지향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마음의 안정과 삶의 실질적 도움이 되는 영성·치유·봉사 중심의 실천을 어떻게 일상의 언어와 플랫폼으로 구현해 나갈 것인가이다. 조사 결과를 교단 정책과 교화 현장에 접목하고, 어떤 우선순위로 실행해 나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교정원과 교단 구성원의 추진 동력과 결단에 달려 있다.
이번 사회여론조사는 원불교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아니라, 이제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를 요구하는 분명한 시그널이다.
정리 이여원 편집장 디자인 해달
1월 23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