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N(Spiritual Intelligence, 영성지능)
원불교가 제시하는 AI 시대의 영성
적토마 새해를 맞이했다. 지난 1년 동안 ‘양자 AI 시대의 원불교’라는 칼럼에 이어, 새해에는 좀 더 AI에 집중해서 칼럼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금년 주제를 SPIN으로 정했다. Spiritual(영적인)과 Intelligence(지능)의 합성어로 필자가 지은 말이다. 필자가 편집위원으로 있는 계간 철학 잡지인 『철학과 현실』의 2025년 겨울호 주제가 ‘AI 시대의 영성’이었고, 특집의 일환으로 필자가 AI 시대에 걸맞은 영성에 대해 초청 칼럼을 썼다. 이 컬럼에서 ‘영성지능’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즉, 인류 역사에서 인간만의 전유물이라고 믿었던 지능을 인간이 아닌 기계가 스스로 발명하고 진화시키는 가능성이 출현한 것이다. 이러한 AI의 출현이 인류 문명 전체를 통째로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것도 한 세대 30년이 가기 전에 말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능만큼이나 중요한 인간의 특징인 영성을 다시 생각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영성지능’은 단순히 AI 시대의 영성을 지칭할 수도 있고,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개념의 탄생을 지칭한다고 보아도 좋다.
필자는 AI 시대의 새로운 개념의 탄생에 더 무게를 두고, 새로운 ‘영성 지능’을 100년 전 세계사의 전환점에서 한국에서 탄생한 원불교 가르침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더불어 SPIN이 팽이의 자전을 나타내는 물리적 용어라는 점에서, ‘유무를 돌고도는’ 원불교의 상징인 일원상과 상통하는 표상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필자는 『철학과 현실』에서 AI 영성에 대한 칼럼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21세기 이후 ‘영성’은 지금까지의 영성 방식과는 다른 영성이 되어야 한다. 21세기 이전의 ‘영성’은 종교라는 두꺼운 옷을 요구하면서 성장했다. 그리고 지금도 생명의 진화론적 의미를 무시하면서 과학기술과 대립하고, 지성과 지능을 무시하는 방향을 견지하고 있다. 반작용으로 ‘종교가 아닌 영성’이라는 추세(trend)가 탄생했다. 종교라는 틀에 기대지 않고도 영성을 얼마든지 추구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이 유행 역시 튼튼한 뿌리를 내리려면 종래 종교만큼이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항상 기존 틀을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변혁이 자리 잡으려면 탄생과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대안으로서 필자는 ‘K-영성’을 제안한다. 그리고 ‘K-영성’의 뿌리를 오래된 조선의 정신, 상생과 홍익인간(弘益人間)에서 부활한 원불교 정신에서 발견한다. 하나로서 흐르는 인간과 우주 전체의 본성을 깊이 실감하고, 이를 균형 있게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을 극진히 돌고 도는 삼학 (세 가지 공부)으로서 심신의 자유로움을 성취하는 원불교 가르침에서 ‘21세기 AI 시대의 영성 가꾸기’의 힌트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불교 가르침이 양자 AI와 더불어 ‘영성지능’이 공진화해서 인류, 아니 우주가 원만한 방향으로 진화하는 첫 단추를 끼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마무리하였다.
이러한 선언이 『철학과 현실』의 독자, 그리고 MZ세대에게 얼마나 어필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현대의 철학, 종교, 과학, 예술 어느 분야에서도 AI 시대 인류에게 확고한 정신문화의 길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현대 의학이 전공 분야별로 과도하게 세분되고 의료 데이터에만 의존함으로써 인간의 몸을 전체적으로 조망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하다. 대부분은 각자의 좁은 시각으로 AI 시대 영성의 틀을 예측하거나 제시한다. 이러한 시기에 100여 년 전 ‘물질이 개벽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기치를 내건 원불교 가르침을 통해 AI 시대의 정신의 길, 영성의 길을 발견하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금년 본 칼럼에서 원불교의 가르침이 SPIN이라는 영성 운동의 기본 틀을 어떻게 제시할지, 구체적인 타당성과 실천 항목을 하나씩 밝히고자 한다.
첫 회인 본 칼럼에서는 개벽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개벽은 그야말로 확 바뀐다는 뜻이다. 그냥 변화가 아니라 전대미문의 큰 변화를 말한다. 산업혁명 이후 물질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필 20세기 초를 지칭해 ‘물질이 개벽되었으니’라고 선언하신 이유는 무엇일까? 양자역학, 상대성이론의 출현을 지칭했을까? 아니면 이후 100년간 지속된 반도체, 레이저, 분자생물학의 출현으로 야기된 AI를 내다보고 개벽을 예언하신 것일까? 두 번째 정신개벽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오래된 절대자인 신, 혹은 무아의 가르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정신 분야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일까? 다음 회부터 이러한 질문에 대해 하나하나 생각해 보기로 하자.
2월 27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