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공간’을 상징하는  소태산홀에서 클래식은 교당으로 가는 또 하나의 길

2026-03-03     한울안신문

막 클래식 감상회를 마친 소태산홀. 마지막 음이 사라진 뒤에도 음악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다. 청중의 마음 또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소태산홀이 품은 빛과 울림, 그리고 깊이 있는 공간감 때문일까. 이곳에서 클래식은 가르침이 되지 않는다. 대신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그렇게 매달 이어지는 서기열(법명 상보, 죽전교당)의 클래식 감상회는 눈에 띄지 않게 사람들을 변화시켜 왔다. 음악을 살리는 그의 설명만으로, 다만 듣는 시간 속에서 청중의 마음은 스스로 움직였다. 그는 그 미세한 변화를 신뢰한다. 
매월 한 차례씩 이어져 온 클래식 감상회가 지난 1월 스물일곱 번째를 맞았다. 클래식과 원불교, 예술과 교화의 경계에서 길을 내고 있는 서기열 클래식 도슨트에게 음악과 공간, 그리고 마음의 이야기를 들었다.

매월 감상회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는데요. 어떤 취지가 담겨 있을까요.
“클래식하면 왠지 먼 나라 같은 느낌이 들지요. 사실 클래식은 인간의 이야기인데 말이죠(웃음). 어렵고 먼 클래식을 누구나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원불교의 분위기에 친숙토록 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한 회 두 회 거듭하다 보니 27번째 군요.”

원불교소태산기념관 소태산홀의 건축적 요소(빛, 음향, 공간감 등)가 청중의 마음에 어떻게 닿아간다고 느끼시나요. 소태산홀과 클래식 음악이 만날 때 어떤 시너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된다는 모차르트 말이 있지요. 언어가 끊어진 입정처는 일원의 진리입니다. 그런 면에서 예술과 종교가 합일하는 공간이 아닐까요? 제 기억 속에 남은 훌륭한 사운드가 있습니다. 성당 안에서 들었던 청소년들의 합창인데 성당 안이라 경건하고 아름다운 소리였습니다. 종교 공간이 더 돋보이는 이유입니다.”

소태산홀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미 ‘깨달음의 공간’을 상징합니다. 작가님께서는 소태산홀이 미래 교화의 어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처음 오면 공간의 크기에 압도당할 수 있으나 문화행사가 자주 이뤄지는 공간임을 알게 되면 친근해지지요. 종교와 예술이 하나 되는 공간이면 교화의 장이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 믿습니다. 소태산홀은 이러한 조건이 잘 갖춰진 공간입니다. 최근 소태산홀에서 연주한 유명한 바이올리스트가 소태산홀을 작은 롯데 콘서트홀이라 평했더군요. 음향이 아름답다는 의미입니다. 빈필 연주홀로 유명한 황금홀은 1780년, 베를린 필은 1963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는 1781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세계의 유명한 음악홀에는 역사가 있습니다. 명연주가와 명지휘자들이 만들어내는 깊은 울림 속에 그 홀의 가치가 더해지지요. 소태산홀의 종교적 공간에 좋은 클래식 공연이 많이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소태산홀 뿐만 아니라 은덕문화원 마고 카페, 강남교당 등 다양한 공간에서도 클래식 감상회를 열고 있습니다. 감상회에 참여하는 일반인들이 음악을 통해 어떤 ‘마음의 변화’를 경험하길 바라는지요. 이런 공간의 다양성이 작가님이 지향하시는 ‘문화교화’에 어떤 의미를 더해주고 있을까요.
“강남교당에서 음악회를 진행하는데 굳이 원불교를 설명하는 음악회가 아닌데도 자연스레 교당을 접하는 기회가 만들어지니 음악회에 오시는 분들이 어느 날 교도가 되시는 분도 봤습니다. 원불교 교리는 누구나 쉽게 다가가는 종교입니다. 그렇게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쉽게 정리해놓으셨지요. 그러니 어려운 해설 없이도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자연스레 교화도 이뤄지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마음공부가 중요한 원불교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동인의 역할을 클래식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당에 가깝게 가는 길 중 하나가 클래식입니다. 여건이 되는 교당들은 적극 도입하면 좋을 듯합니다. 올해 음악회를 해줬으면 하고 교당에서 부탁이 들어와서 익산에 가 볼 예정입니다(웃음).”

 

소태산홀은 
미래 교화의 가능성을 품은 
종교와 예술이 하나 되는 공간. 
그러니, 그가 전하는 클래식은 
교당으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이다.

도슨트님의 블로그 <클래식이 흐르는 법문>은 음악 한 곡이 원불교 법문 한 구절과 만날 때 그 울림이 더 깊어집니다. 깨달음의 언어(법문)와 감성의 언어(음악)가 작가님의 신앙과 수행 또한 깊게 만드는지 궁금합니다.
“대종사님은 이 세상은 살아있는 경전이라고 하셨습니다. 깊은 산속에 가서 또는 엄숙한 곳에서만 종교를 접하는 것은 아니라는 법문이지요. 클래식에 흐르는 진리는 모두가 법문에 같이 흐릅니다. 다양한 곡 속에 다양한 법이 존재합니다. 클래식을 들으면 자연스레 법문이 떠오르는 이유일 것입니다. 헨델 작품 ‘메시아’는 그가 절망에서 단숨에 써 내려간 곡인데 곡을 쓰면서 신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명곡 속에 깃들인 이런 작곡 배경을 가진 클래식을 이해하도록 곡을 해설합니다. 종교와 클래식의 궁극적 지향점은 같습니다. 행복이지요. 클래식 속에서 감성을 느끼는 순간과 원불교를 통해 감사와 은혜를 느끼는 순간은 행복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기107년(2022) 펴낸 책 『내 마음의 클래식』은 ‘책 안에 담긴 콘서트’를 감상하는 기분입니다(웃음). ‘예술이 수행이 되는 시대’를 위해 작가님이 제안하고 싶은 감상법이나 생활 속 실천이 있을까요.
“책 속에 콘서트를 열어 누구나 곡을 접근토록 한 취지였는데 덕분에 많은 분들이 애독해주셨습니다. 문화를 선물하는 시대의 덕도 많이 보았지요. 지면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베토벤은 이사 가는 날에도 악상이 떠오르면 내려서 곡을 생각하느라 이사 가는 집을 찾지 못하고 원래 집으로 갔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음악을 듣는 사람은 음악을 들어야 하지요.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꼭 좋은 오디오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핸드폰만 있으면 언제나 들을 수 있으니까요. 또 시간을 내서 가야 하는 음악회가 아니더라도 음악을 접할 수 있습니다. 소태산 홀 음악회 같은 프로그램에 자주 오면 클래식을 만나는 기회가 저절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블로그에 어떤 곡을 올릴까 매일 즐거운 고민을 합니다. 방송이나 블로그를 통해 클래식 해설을 같이 들으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생깁니다. 유무념 공부를 일상화하듯 클래식을 들으면 어느새 클래식에 젖어드는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종교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 법문과 예술의 결합은 새로운 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원불교 법문과 예술의 만남을 어떤 방향으로 확장하고 싶으신지요. 구상 중인 프로젝트나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책보다는 미디어에 친숙한 세대들에게 교당이나 교리에 친숙해지는 프로그램을 확대해 보고 싶습니다. 클래식 속에 펼쳐진 다양한 감성의 세계를 공유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교당에 오도록 말이지요. 전에 원음방송에서 내 마음의 클래식을 맡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길게 진행을 못했지만 지금도 그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원음방송 매체를 갖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어렵겠지만 다양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교화의 장을 더욱 넓힐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클래식이 흐르는 법문>도 정리해서 가벼운 책으로 발간해볼 계획입니다.”

인터뷰 말미, 문득 든 생각 하나. ‘깨달음의 공간’을 상징하는 소태산홀은, 서기열 도슨트에게 미래 교화의 가능성을 품은 중요한 모델이 아닐까. 그러니, 그가 전하는 클래식은 교당으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이다. 미디어 시대의 문화교화를 꿈꾸는 그의 계획은 분명할 터. 하여, 3월 19일 소태산홀에는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음악이 가득 채워질 것이다.

글 사진 이여원 편집장

3월 6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