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유로움의 길

적적성성한 자성불을 확연히 체득할 때 비로소 삶 속에서 진정한 자유가 열린다

2026-06-17     한울안신문

어느 날, 법당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내려가 보니 팔십이 훌쩍 넘어 보이는 어르신 한 분이 한 손에는 지팡이를, 한 손에는 반려견의 줄을 잡고 힘겹게 올라오고 계셨다. 잠시 후 그분은 품속 깊이 간직했던 하얀 봉투 하나를 내미시며, 투박하지만 따뜻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우리 자식들 등불을 밝혀 줘요.”
자녀들의 이름을 정성껏 적어 드리고 연등불을 밝혀 드렸다. 이내 이름이 적힌 등불을 하나하나 확인하시고는 두 손 모아 합장한 채 절하시는 그 모습에, 가슴 깊은 곳에서 뭉클함이 밀려왔다.
우리가 연등불을 밝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바로 우리 마음속에 지혜의 등불을 밝히기 위함이다. 그러면 어떤 지혜의 등불을 밝혀야 할까? 그것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등불이다.
일체유심조는『화엄경』의 핵심 구절이다. “삼세의 모든 부처를 알고자 한다면 법계의 성품을 보라. 일체는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 
즉,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짓는다는 뜻이다. 일체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막상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미운 마음을 내지 않으려 해도 그 마음은 쉬이 그쳐지지 않는다. 상처로 인한 괴로움을 내려놓으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죽음의 공포가 밀려오면, 없애려 애써도 사라지지 않는다.
일체유심조는 단순히 ‘마음먹은 대로 된다’라는 뜻이 아니다. 치열한 마음공부를 통해 본연청정(本然淸淨)한 일원상의 마음을 온전히 체득했을 때 찾아오는 마음의 자유로움이다. 적적성성(寂寂惺惺)한 자성불(自性佛)을 확연히 체득할 때, 비로소 삶 속에서 진정한 자유가 열린다. 
마음의 상처로부터의 자유, 괴로움으로부터의 자유, 공포와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생사로부터의 자유, 외로움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지금의 삶에서 안분(安分)하고 만족하며 충만한 나날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일까? 바로 일체유심조되는 일원상의 등불을 밝히는 것이다. 일체의 괴로움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롭게 해 줄, 모든 상대를 넘어선 절대 하나의 마음, 저 둥근 일원상의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것이다.

6월 19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