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발견, 감사생활은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불교 영성의 힘입니다”

이성심 교무

2026-08-11     한울안신문

프롤로그
시카고 로욜라대학교 대학원 ‘올해의 논문상’은 연구 주제의 중요성, 이론적 완성도, 연구방법의 적절성, 독창성, 학문적·실천적 기여, 논문의 명료성 및 출판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심사해 수여한다. 해당 연도의 후보 논문들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수여된 논문들과 비교해서도 연구의 탁월성을 엄격하게 검증해 선정하는 상이다. 
이 교무의 연구는 원불교의 감사수행이 개인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수행을 넘어 관계와 공동체를 회복하고, 나아가 보은과 상생의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영적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원불교의 영성과 사은 교리의 가르침이 현대 학문과 사회복지 현장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수상이 한 개인을 넘어 교단적 자긍심으로 살아나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에 입학해 수많은 절차와 엄격한 연구과정을 거치며, 학위 심사를 마치기까지 6년 6개월간의 여정 끝에 ‘올해의 논문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논문이 미국 원불교 현지인 교도님들의 삶과 수행을 직접 만나며 이루어진 ‘실증연구’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게 다가옵니다. 
“연구에 다양한 지역의 현지인 교도님들(평균연령 74세)께서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감사수행을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하고 계시는지, 삶에서 어떻게 경험하고 계신지(도움이 되는 측면, 어려운 점 등) 그리고 복지 서비스를 위한 조언까지 충분한 대화를 나눈 뒤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원불교 감사수행이 노년기 삶의 의미와 관계, 나아가 회복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도로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가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 이유는, 감사를 개인 차원의 긍정적 정서(성향)나 심리적 기제로 바라보던 기존 연구의 범위를 크게 확장했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와 영성, 감사의 접점에서 개인은 물론 사회 공동체와 생태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영성에 바탕한 감사수행이 지닌 의미와 중요성을 밝혀냄으로써, 학술적·실천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을 좋게 평가해 주신 것 같습니다.”

수상 소감도 궁금합니다(웃음)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진리께서 주시는 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불교의 감사수행과 사은의 가르침이 현대 사회복지 학문 영역에서도 충분히 탐구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라 생각하니 그 은혜와 기쁨을 말로 할 수 없었어요. 물론 논문 한 편으로 그 깊은 의미를 다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감사수행이 개인의 마음공부를 넘어 노년기의 회복력과 삶의 의미를 북돋우고, 관계와 공동체를 회복시키며, 나아가 돌봄과 상생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 중요한 영적 자원이 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65세 이상 미국 현지인 교도님 23명을 심층 인터뷰하셨는데, 오래 수행한 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삶의 태도나 특징은 무엇이었는지요.
“연구에 참여하신 교도님들에게 공통적으로 느껴진 점은 깊은 안정감이었어요. 또 밝고 행복해 보이셨습니다. 노년의 삶 속에서 아픔과 고통, 상실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어려움 속에서 감사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시는 분들이셨습니다. 감사는 현재의 삶을 늘 깨어 바라보게 하는 수행이자, 내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천지은·부모은·동포은·법률은 사은(四恩)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깊이 자각하게 하는 실천이었습니다. 이 점에서 원불교 감사수행은 개인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마음공부인 동시에, 관계를 회복하고 공동체를 돌보며 상생의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 연구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연구 참여자들 한 분 한 분과 교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 가장 감사했습니다. 한 교도님께서 ‘50년간 영성 수행의 열매가 바로 어떤 상황에서나 감사할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감사가 우산처럼 필요할 때 꺼내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씀을 들으며 감사는 오랜 마음공부와 수행을 통해 길러지는 삶의 단단한 힘이라는 사실이 깊이 다가왔습니다. 또 다른 교도님은 원불교의 감사를 ‘상호연결성에 대한 자각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수행’이라고 표현해 주셨습니다. 이런 생생한 경험들이 문헌이나 이론으로만 접하던 감사수행의 가치를 실제 삶의 언어로 깨닫게 해 준 소중한 자산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논문이 결코 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라는 것도 깊이 느꼈습니다. 연구에 마음을 내어 삶과 수행 이야기를 나눠주신 교도님들, 지도 교수님들, 스승님과 선후배 동지 교무님들, 원불교 공동체의 지원과 은혜가 한데 모여 맺어진 결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논문을 쓰는 과정 자체가 제게는 커다란 보은의 과정이었습니다.”

논문에서는 기존 연구와 다른 ‘감사 개념의 확장’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원불교의 감사수행은 무엇이 다른가요.
“기존 서구 중심의 심리학이나 사회복지학 연구에서는 감사를 주로 ‘개인의 긍정적인 감정이나 정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심리적 자원’으로 다뤄 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연구한 원불교 교도님들의 삶에서 두드러진 점은, 감사가 ‘감정’이나 ‘반응’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감사는 사은의 은혜 속에 살아가는 진리를 깨닫고, 이를 일상에서 지속해 나가는 ‘영적 수행(spiritually grounded practice)’이자 ‘삶의 방식(a way of living)’이였습니다. 논문은 이러한 발견에 근거해서 영성에 바탕한 감사수행의 특징을 크게 세 가지 확장 차원으로 설명했습니다.”

세 가지 확장의 차원을 좀 더 설명해주신다면. 
“첫째는 ‘존재’의 차원(ontological expansion)입니다. 감사는 어떤 대상에게 특정한 이익을 얻었을 때만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천지·부모·동포·법률의 사은 속에서 내가 존재하고 있으며, 수많은 보이지 않는 인연들의 은혜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 의식적인 ‘자각’에서 감사가 시작됩니다. 실제로 많은 교도님들께서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I am grateful for being alive.)’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 짧은 고백 속에 ‘없어서는 살 수 없는 큰 은혜’ 안에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감사하는 깊은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첫 번째가 존재론적 확장의 차원이네요. ‘관계와 실천’의 차원, ‘성장과 변화’의 차원도 흥미롭습니다.
“둘째, ‘관계와 실천’의 차원입니다(relational-ethical expansion). 영성에 바탕한 감사는 마음 속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행동과 가치관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은혜를 자각한 사람은 자비, 겸손, 정직, 생태적 책임감과 같은 영적 가치를 일상의 선택 기준으로 삼게 됩니다. 또한 ‘내가 이 은혜에 어떻게 보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봉사, 따뜻한 언행, 공동체와 환경을 돌보는 ‘보은(報恩)’의 실천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 세 번째는, ‘성장과 변화’의 차원입니다(developmental expansion). 감사는 오랜 마음공부와 일상 수행(기도, 좌선, 유무념 대조, 감사일기 등)을 통해 꾸준히 길러집니다. 특히 원불교의 감사수행은 기쁜 일(순경)뿐만 아니라 ‘역경’의 경계 속에서도 은혜를 발견하게 합니다. 원망할 일에서도 감사를 발견하며(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는 공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집착을 내려놓고 마음의 자유를 얻게 하는 영적 성장의 과정입니다.”

원불교 감사수행은 사은의 은혜를 깨닫고, 일상의 마음공부와 보은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삶의 변화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요(웃음).
“그렇습니다(웃음). 요약하자면, 영성에 바탕한 감사수행은 사은의 자각(Belief)에서 출발해 올바른 가치관(Value)을 세우고, 일상의 마음공부(Practice)를 거쳐 보은의 실천(Action)으로 확장되며, 마침내 삶 속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Transformation) 여정이기도 합니다. 이 다섯 가지 요소가 영성에 바탕한 원불교 감사수행의 특징이자 본 연구에서 제시한 개념적 모델이며, 앞으로 교육, 임상, 현장 실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풀어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접근은 오늘날 노년기의 외로움과 상실감, 현대 사회의 관계 단절과 생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소중한 원불교적 영성 자산이 된다는 점을 학문적으로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원불교의 감사수행이 현대 학문과 사회복지 현장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소중한 인터뷰였습니다. 끝으로 이번 연구를 통해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소태산 대종사님은 무한긍정의 성인이셨습니다. 아무리 원망할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 속에서 근본적인 은혜를 발견해, 언제 어디에서나 감사생활을 일상수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도하셨습니다. 우리 인류가 사은의 원만한 대도에 바탕한 세계관으로 모두가 은혜의 덩어리 안에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어떤 상황에서도 은혜를 발견하며 감사생활을 표준삼아 감사력을 키워간다면, 개인의 변화뿐 아니라 세상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 길이 바로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실천하는 공부이자, 개교의 동기를 실현해 나가는 길이라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앞으로 우리 교무님과 교도님들께서 혈심혈성으로 교화하시며 즐겁고 기쁘게 신앙·수행하는 모습들이 세상과 잘 연결되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저 역시 끊임없이 배우고 실천하며 정진해 가겠습니다.” 

에필로그
“저는 이번 수상이 원불교가 지닌 영성의 가치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교법으로 세상과 깊이 소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날 세상은 기술과 물질의 눈부신 진보 속에서도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진리적이고 사실적인 깨달음은 서로의 존재를 깊이 이해하고 감사·보은하는 삶의 길을 일깨워 줍니다. 그렇기에 원불교의 영성은 이 시대와 세상에 꼭 필요한 소중한 자산입니다. 우리에게는 교법을 오늘의 삶 속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실천하며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천만경계 속에서도 천만은혜를 창조해 내는 교법의 힘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으로 피어나 열매 맺기를 진심으로 염원합니다.”

에필로그에 이성심 교무가 전한 마음을 옮긴다. 이 마음이 그대로, 온전하게 전해지기를.  

사진·글 이여원 편집장 편집디자인 김주희
 

8월 14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