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 않은 하루

무언가를 잃은 뒤에야 소중함을 알아버리는 대신  오늘의 당연한 것들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자

2026-09-15     한울안신문

지난달 히말라야 랑탕 지역에서 빙하가 무너져 마을이 큰 피해를 입었다. 오랫동안 이어진 이상고온으로 빙하와 산의 지형이 약해지면서 쌓여 있던 물과 토사가 한꺼번에 쏟아졌고, 짧은 시간에 마을이 물에 잠겼다. 한순간에 익숙했던 일상이 무너진 것이다. 재난은 당연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한순간에 보여준다.
며칠 전 이적의 노래 ‘당연한 것들’을 다시 들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춰버렸던 시절에 나왔다. 마음껏 거리를 걷고 친구를 만나고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것을 잃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는 노래다. 두 이야기는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우리는 그것이 늘 우리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산과 공기, 거리와 사람의 존재가 어느 날 갑자기 특별한 것이 된다.
은혜도 그렇다. 늘 받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은혜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것이 사라지려 할 때 비로소 그 존재를 알아차린다. 정전『천지은』에서는 우리가 천지의 은혜를 입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밝히고 있다. 공기와 햇빛, 비와 바람 어느 하나도 우리의 힘만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천지가 베풀고 있는 은혜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간다.
우리는 늘 무언가에 쫓기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지금 숨 쉬고 있다는 것, 두 다리로 걷고 있다는 것, 곁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느낄 틈도 없이 하루를 보낸다. 급히 걷는 사람은 길가에 핀 꽃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오늘은 잠시 걸음을 늦춰보면 어떨까. 숨을 한 번 깊이 들이쉬며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구나’ 하고 느껴보고, 걸으면서 ‘내가 지금 걷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려 보는 것이다. 요즘처럼 하늘이 맑고 청명한 날에는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얼굴에 닿는 시원한 바람도 가만히 느껴보자. ‘아, 오늘 공기가 참 좋구나.’
무언가를 잃은 뒤에야 소중함을 알아버리는 대신, 오늘의 당연한 것들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자. 당연해 보이는 이 하루가 사실은 수많은 은혜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평범했던 하루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된다.

9월 18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