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힘은 아직 미생’
경계는 늘 오고 화신도 불쑥불쑥 찾아옵니다. 비록 제 마음의 힘은 아직 ‘미생’이지만, 경계 속에서 마음을 알아차리고 멈추는 법을 배우며 진정한 정신의 자주력을 길러가는 중입니다.
원기87년(2002) 남편의 연원으로 원불교와 인연을 맺은 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저의 마음공부는 아직도 깊이를 더하지 못하고 여전히 부족합니다. 대산종사께서는 “자력양성의 도는 정신의 자주력, 육체의 자활력, 경제의 자립력을 양성하여 사은에 보은하는 동시에, 나아가 정신·육신·물질로 언제나 남을 도와주고 살 수 있는 실력을 기르는 데 앞장서야 한다”라고 밝혀주셨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저는 육체의 자활력과 경제적 자립력은 지키려 애써왔습니다. 하지만 ‘정신의 자주력’을 기르는 일은 쉽지 않은 숙제였습니다.
20대 초반에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늘 삶과 죽음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안고 살아왔습니다. 40대에는 나를 지켜줘야 할 면역세포가 도리어 나를 공격하는 ‘루푸스’라는 희귀질환까지 찾아왔습니다. 마음의 중심을 잡아줄 자주력이 부족하다 보니 질병에 대한 두려움은 순식간에 공포가 되었고, 제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 찼습니다. 몸이 아프니 마음도 따라 약해져 탐·진·치에 쉽게 흔들렸고,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예민함과 화로 표출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종경』 인과품 1장의 법문이 제 마음공부에 결정적인 변곡점이 되어 주었습니다. “우주의 진리는 원래 생멸이 없이 길이길이 돌고 도는지라, 가는 것이 곧 오는 것이 되고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이 되나니….” 이 법문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인간의 생로병사 역시 춘하추동 계절의 순환과 다름없음을 깨닫고, 불생불멸과 인과보응의 이치를 온전히 믿게 되었습니다. 비로소 죽음과 질병에 대한 걱정·불안을 내려놓고, 삼학공부로 삼대력을 키워 ‘잘 살고 잘 죽는 참 공부인’이 되겠다는 간절한 서원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첫째, 아픈 날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법회에 출석하여 원며들었고(원불교에 스며들다), 둘째, 조석으로 짧게나마 다짐과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진리전에 제 마음을 고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셋째, ‘유무념 공부’로 정신의 자주력을 길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는 집에서 ‘화의 신’, 화신으로 불렸습니다. 제가 목소리만 조금 높여도 가족들은 “또 화신이 강림했다”며 각자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그렇게 대화는 끊어지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평소 고치고 싶은 습관이나 주의할 일을 정하고, 마음의 평정을 잃는 경계를 마주할 때마다 ‘내 마음 먼저 바라보기’, ‘경계 알아차리고 멈추기’를 유무념으로 정해 마음을 챙겼습니다.
유무념 공부를 시작한 후부터는 일례로 예전 같으면 어질러진 집안을 보면 잔소리부터 쏟아냈겠지만, 화가 훅 올라올 때 “내 마음이 어디에 있지?” 바라보고, “아, 경계가 왔구나” 알아차리며 깊게 숨을 쉽니다. 그리고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며 마음을 멈춥니다. 그러자 가족들도 더 이상 저를 피하지 않게 되었고, 화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매일 유무념일기를 적고 반조하는 훈련을 거듭하자 화내는 횟수는 줄고 마음의 평정을 찾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물론 아직도 화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경계는 늘 오고 화신도 불쑥불쑥 찾아옵니다. 비록 제 마음의 힘은 아직 ‘미생’이지만, 경계 속에서 마음을 알아차리고 멈추는 법을 배우며 진정한 정신의 자주력을 길러가는 중입니다.
삶의 수많은 경계가 도리어 진리를 깊이 만나는 계기가 되었듯, 앞으로도 유무념 공부를 이어가며 미생의 마음을 조금씩 완생으로 채워가는 참된 공부인이 되도록 정진하겠습니다.
10월 16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