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 천도품 

‘생은 사의 근본이요 사는 생의 근본이라는 이치’를 깨달으면 생사를 해탈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잘 태어나고’, ‘잘 살고’, ‘잘 죽는’ 일련의 과정에 공을 들이게 될 것입니다. 매 순간 열심히 사는 것이 곧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됩니다. 이 공부가 죽음을 준비하는 참다운 공부일 것입니다.

2026-11-03     한울안신문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범상한 사람들은 현세(現世)에 사는 것만 큰 일로 알지마는, 지각이 열린 사람들은 죽는 일도 크게 아나니, 그는 다름이 아니라 잘 죽는 사람이라야 잘 나서 잘 살 수 있으며, 잘 나서 잘 사는 사람이라야 잘 죽을 수 있다는 내역과, 생은 사의 근본이요 사는 생의 근본이라는 이치를 알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조만(早晩)이 따로 없지마는 나이가 사십이 넘으면 죽어 가는 보따리를 챙기기 시작하여야 죽어 갈 때에 바쁜 걸음을 치지 아니하리라.]
『대종경』 「천도품」 1장

잘 죽는 사람
소태산 대종사님은 『정전』「일원상 서원문」에서 ‘일원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입정처(入定處)이요, 유무 초월의 생사문(生死門)인 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주의 궁극적 진리를 설명하시면서 생과 사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문(생사문, 生死門)과 같다고 비유하셨습니다. ‘생’과 ‘사’를 나눠서도 보지만 ‘생’에서 ‘사’로 갈 수 있고 ‘사’에서 ‘생’으로 갈 수 있다고 보신 것입니다. 

‘지각이 열린 사람들’이 ‘죽는 일도 크게 아’는 이유는 죽음이 곧 삶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생과 사가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세의 삶만을 중시하는 것은 삶의 반쪽을 도외시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삶이 온전하려면 죽음까지 포함한 삶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이 둘이 아님을 말씀하십니다. ‘생’과 ‘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소태산 대종사님은 모든 것이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로 맺어져 있다고 ‘은혜’의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우주 만물만이 아니라 삶과 죽음도 그렇게 맺어져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서로 원인과 결과가 되는 ‘인과의 관계’로, 하나로 맺어진 것입니다. 인과의 이치로 본다면, 잘 죽어야 잘 태어날 수 있고, 잘 태어나서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삶과 죽음을 하나로 보아야 알 수 있는 이치입니다. 

삶과 생명은 좋은 것이고, 죽음은 고통스럽고 나쁜 것이라는 생각은 그 생각 자체가 고통의 원인이 되는 이분법적 사고입니다. 이런 생각에 갇혀서는 큰 생명을 얻기 힘들고 큰 삶을 살기 어렵습니다. 생명의 실상에 다가가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죽음의 공포’를 조장해서 종교 장사를 하는 데가 많습니다. 맹신으로 죽음의 공포를 벗어나려는 노력은 부질없습니다. 그보다는 죽음에 관한 공부를 하고, 죽음의 실상을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생은 사의 근본이요 사는 생의 근본이라는 이치’를 깨달으면 생사를 해탈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잘 태어나고’, ‘잘 살고’, ‘잘 죽는’ 일련의 과정에 공을 들이게 될 것입니다. 매 순간 열심히 사는 것이 곧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됩니다. 이 공부가 죽음을 준비하는 참다운 공부일 것입니다. 원불교 공부인이라면 죽음을 거부하지 않아야 합니다.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회피하지 않아야 합니다. 오히려 죽어야 할 때 ‘잘 죽을 수 있’는 공부를 평소에 해야 합니다.

‘이 문제’, 즉 ‘생과 사’의 문제 해결은 수도인만의 숙제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문제일 것입니다. 사람은 언제나 죽을 수 있습니다. 이 숙제가 시급한 까닭이고 대종사님께서 ‘조만이 따로 없’다고 하신 이유입니다. 어림잡아서 나이 ‘사십’이면 죽음을 준비하라고 하십니다. 먼 길을 나서는 나그네가 보따리를 챙기듯이. 바쁜 걸음을 ‘죽어갈 때’ 치지 말고 ‘살아 있을 때’ 쳐야겠습니다.

【나의 마음공부】

·나는 ‘죽는 일’을 얼마나 ‘큰 일’로 여기고 있나요?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구나’라고 느끼고 깨달은 때는 언제인가요?
·나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잘 죽고’, ‘잘 태어날 수’ 있을까요?
·나는 ‘죽어가는 보따리’를 언제 어떻게 챙겨야 할까요?

최정풍 교무 소태산마음학교, 원남교당

11월 6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