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기독교 미술산책

지금 여기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보기 위해 웬디 수녀의 산책길을 조용히 따라가 보는 것은 어떨지

2001-04-07     전지만


웬디 수녀의 유럽미술산책




정산종사님은 종종 제자들에게 우리가 평소 보면서도 보지 못하고 의식하지 못하는 사물을
지적하며 그것을 느껴보도록 했다. 일원이 우주만유의 본원이라면 우리는 우주만유, 우주만
물을 통해 진리를 보고 체험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단지 말로만 믿고 따를 뿐, 곳곳을 부처
님으로 보지 못하고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림은 사람들이 말로 하지 않으면
생각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직관의 세계, 언어를 넘어선 세계를 표현하고 말한다.
만약 말로 모든 진리와 의미를 표현할 수 있다면 화가들이 왜 그림을 그리겠는가? 그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분명 존재하는 또 하나의 세계, 느낌의 세계, 언어보다 강력한 그
림만이 지닌 언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웬디 수녀의 유럽미술산책은 언어도단의 세계를 언어가 아닌 그림이라는 전달체계로 접근하
고 느낄 수 있는 안목을 열어준다. 한 작품 한 작품, 마음을 비우고 가만히 응시하고 있노라
면 그림은 2차원의 세계를 벗어나 3차원의 세계로 우리와 친근한 생명체로 살아 일어나 말
을 걸어온다. 응시하면 응시할수록 작가의 순결한 마음이, 염원이, 번뇌가 보는 이의 마음을
두드리고 우리는 또 다른 경험, 체험의 세계로 빠져 든다.
웬디 수녀의 유럽미술산책은 저자가 수녀인 만큼, 그리스 로마 신화, 기독교 역사에 관련된
작품을 주로 해설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유럽 전통에 다가갈 수도 있고, 한편으론 웬디
수녀의 인생관과, 진리관을 엿볼 수도 있다. 얼마 전 인생의 의미가 뭐냐고 누군가 물어왔
다. 지금 여기를 떠나서 인생의 의미가 따로 있을까? 지금 여기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보기
위해 웬디 수녀의 산책길을 조용히 따라가 보는 것은 어떨지.
<박동욱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