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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의 향기
일원의 향기 / 강남교당 오명조 교도
“남에게 베푸는 게 받는 것보다 낫지”
2019. 07. 17 by 강법진 편집장
한강교당 대각전에서 기도 올리는 간타원 오명조 교도(왼쪽)와 한도운 교무.
오명조 교도는 전인학원 인재양성을 위해 5천만 원을 쾌척했다. 

[한울안신문=강법진] 세수로 아흔다섯, 한 손은 지팡이를 짚고 한 손은 아들의 손을 잡고 그가 들어왔다. 소박한 액세서리 ‘대종사 진영 목걸이’는 먼저 떠난 동생에게 법호 선물로 줬다가 물려받은 몇 안 되는 그의 소장품이다. 걸을 때마다 가슴을 두드리는 그 목걸이가 왠지 구십 평생의 그의 인생을 대변하는 듯했다. 기도와 나눔으로 삶을 일관해온 강남교당 간타원 오명조 교도를 만났다.

전인학원에 오천만 원 기부

하고 싶은 일 앞에서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당당한, 하나라도 더 베풀기 위해 지금도 노점상에서 옷을 팔고 있다는 그는 “남에게 베푸는 게 받는 것보다 낫다”고 말한다. 한강교당 카페에서 만난 오 교도, 목소리만큼 당찬 여장부의 삶을 들어봤다.

둘째 아들 최영태와 손녀 최인성의 손을 잡고 한강교당을 찾은 그는 ‘학교법인 전인학원 이사회에서 한겨레중·고등학교의 농산업인재양성을 위한 실습부지 매입’에 오천만 원을 쾌척하러 온 길이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큰아들과 막내아들의 영생 길에 좋은 씨앗을 심고 싶어 여러 방면을 모색하다 인재육성에 뜻을 세웠다.

그가 매일 옷을 팔아 모은 돈을 후진 양성에 쓴다기에 아들 내외도 흔쾌히 동의했다. 손녀 인성은 “우리 가족은 물론 친척들도 모두 ‘할머니 마니아’들이에요. 늘 존경하고 크게 바라보고 있죠”라며 평소 할머니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후원금 전달식 후 소태산기념관 종교동을 한 바퀴 둘러본 오 교도는 한강교당 한도운 교무에게 “좋다, 좋아”라고 연신 기쁨을 표했다. 교당 일이 내 일인 양 서울교구에 강남교당과 한강교당 두 곳이 번듯하게 자리를 잡고 있으니 마음이 흡족하다며 대각전 앞에서 두 손을 모았다.

“이제 (삶이) 얼마 안 남았는데 앞으로 뭘 더 베풀까, 욕심이 생긴다”는 그는 남은 생에 소원이 있다면 마지막까지 잘 베푸는 일뿐이라고 한다. 가슴에 묻은 큰아들, 막내아들의 영생 길을 밝혀주고 나니 이제 겨우 첫 번째 버킷리스트를 해결한 기분이랄까. 최근에는 두 아들을 익산 영모묘원 납골당에서 자연장으로 옮기며 “내가 떠나기 전에 이장을 해서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한다. 가슴에 품은 자식을 떠나보낸다는 게 어디 쉬웠을까. 어머니이기 이전에 속 깊은 공부인이 아니면 힘든 일일 터.

평생을 일관해온 기도와 나눔

대구에서 입교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것은 서울로 올라와 강남교당에 다니면서부터다. 매일 새벽마다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고단한 길이지만 30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교당을 오가며 기도로 일관했다는 그. 지방에 출장 갔다가도 다음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금은 집에서 기도하지만 그 당시는 힘든 서울살이에 새벽기도만이 든든한 의지처였다.

요즘은 무슨 원을 세워 기도하느냐고 묻자 “올바르게 사는 것이 목표”라는 답이 돌아왔다. 영생을 대종사님 제자로 살고 싶다는 그는 “대종사님 법 만나 죄복이 어디서 오는지 알게 됐다. 우리 법은 누구에게도 고통을 주면 안 된다. 우리 법은 편안하게 살자는 데 있는데, 상대방이 편안해야 나도 편하다. 그래서 나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편하다”면서 복이 많아야 대종사도 만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힘든 서울살이였지만 꾸준히 기도하고 보니 그에게는 명확한 삶의 표준이 생겼다. 어떤 사람을 대하든 어떤 상황을 마주하든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그 긍정의 힘은 딸, 손녀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 여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항상 큰 포부를 품고 큰 살림을 하라는 삶의 가이드라인을 세워준 할머니가 손녀 인성은 아직도 큰 어른처럼 느껴진다고.

한창 활동기에는 박청수 교무가 강남교당에서 해외사업으로 ‘겨울옷 보내기’를 하면 그는 혼자서 몇 트럭씩 지원을 했다. 그 물품이 인도 라다크, 캄보디아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입혀졌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뿌듯한 일이 없다. 아직도 힘닿는 곳에는 나눔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그. 오 교도에게 있어 이생의 삶은 복 짓기 위한 즐거운 소풍인가 보다.

7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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