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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그림책으로 마음, 읽다4
삶은 기다림의 연속
2019. 11. 13 by 김도연 교무
<나는 기다립니다…> 다비드 칼리 지음. 세르주 블로크 그림
안수연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2007년 / 원제 <Moi, j'attends…>

<나는 기다립니다…>엔 깊은 여운이 담겨 있다. 아이가 자라서 연인을 만나 사랑한다. 군대에도 가고 전쟁도 치른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직장도 다니고 부부싸움도 한다. 아내가 죽고 몇 차례의 봄을 만난 후 손자를 만난다.

인연을 맺는 모든 사람들이 빨간 털실로 이어진다. 모두 ‘기다림’으로 맞이하는 순간이다. 어렸을 적 기다렸던 것들과 어른이 되어 기다리는 것들과 노인이 되어 기다리게 될 것들이다. 그 속에 크고 작은 기다림의 무게가 느껴진다.

<나는 기다립니다…>는 가로 55cm, 세로 11cm로 책장에 꽂기엔 거북한 판형이다. 하지만 그림책을 펼치면 왜 그림책의 판형이 이런지 곧 이해하게 된다. 작가의 의도를 담은 판형이기 때문이다.

빨간 털실은 동화책 안에서 ‘기다림’이란 이름으로 트리도 되고, 니트도 되고, 목도리도 되고, 탯줄도 되고, 태아도 되는 등 무엇이든 다 된다. 우리의 삶을 때로는 이어짐으로, 때로는 엉킴으로, 때로는 가늘어짐으로, 심지어는 끊어짐으로 빨간 털실을 이용해 풀어낸다. 삶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짐을 빨간 털실이 보여준다.

그저 그림과 한두 문장의 짧은 글일 뿐인데 페이지는 의외로 늦게 넘어간다. 생각할 거리가 그림 속에, 빨간 털실 속에, 짧은 문장 속에 넘쳐나기 때문이다. 어떤 장면에선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그림책을 덮은 후에는 몇 번이고 되짚어 넘기게 만들기도 한다.

기다림엔 설렘, 기쁨, 흥분, 불안, 초조, 두려움, 슬픔, 외로움 등 누구에게나 있는 보편적 감정이 담겨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리고 당신은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김도연 교무
서울교구사무국

11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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