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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영화 속 마음공부4
무지개 넘어 저 멀리 어딘가? No! 지금 여기
2019. 11. 19 by 박선국 교도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2015 (The Anthem of the Heart, 心が叫びたがってるんだ)
감독: 나가이 타츠유키 / 주연: 미나세 이노리, 우치야마 코우키, 아마미야 소라, 호소야 요시마사

꿈 많고 순수한 소녀인 준은 많은 것을 말로 쏟아내며 하루를 보낸다. 그 날도 마을 언덕 위 ‘꿈의 궁전’에서 ‘왕자님’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정말 꿈처럼 그녀의 아버지가 왕자가 되어 그녀가 알지 못하는 한 공주와 꿈의 궁전에서 나오는 황홀한 환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녀는 그 사건을 엄마에게 수다스럽게 떠벌리는데 엄마는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한다.

그 이후 갑자기 아빠는 “너 때문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떠난다. 이제 고2가 된 준은 말을 할 수 없다. 아빠와 엄마가 헤어진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여기는 그녀는 그날 이후 말을 잃었기 때문이다. 마치 세상에 없는 존재 또는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준. 어느 날 그녀는 뽑기로 다른 친구 3명과 선택돼 반 활동으로 노래를 해야만 한다. 말을 잃은 그녀가 노래를 할 수 있을까? 아니 다시 자신의 말을 되찾을 수 있을까?
- 영화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청소년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그러나 성인들에게 많은 질문과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말의 중요성과 그 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말이라는 방법을 쓸 수 없거나 쓸 줄 모른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영화 속의 뮤지컬을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상처를 치유해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준은 스스로 말을 못하게 된 이유가 ‘계란요정’의 저주 때문이라고 여긴다. 말을 못하게 된 것이 그녀의 의지와는 관계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말을 하려 하면 배가 아프다. 더 이상 그 저주를 풀려는 의지도 없다. 그녀에게 말은 한번 하면 절대 되돌릴 수 없고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 계란요정이 자기 자신이며 실은 존재하지도 않는 환상임을 알게 된다.

준 외에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준의 엄마, 타쿠미, 나츠키, 다이키)은 각자 자신들만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간다. 준의 엄마는 남편과 헤어져 여자로서 한 집안을 이끌어야 하는 현실의 이유가 그녀 딸 때문이라는 상처를 지니고 있다. 타쿠미는 집안의 불화가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유일한 자기표현 수단인 피아노를 더 이상 치지 않고 스스로의 마음을 가두고 산다. 나츠키는 좋아하던 타쿠미와 사소한 사건으로 멀어진 이후 자신의 진심을 숨기고 아무 일 없는 듯 지낸다. 다이키는 야구부 주장이었지만 지금은 부상으로 열외가 돼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야구부원들도 추스르지 못하는 신세이다.

이들 모두는 자신들의 상처를 스스로 보듬지 못하기에 타인의 상처를 볼 여유도 가지고 있지 못한다. 그런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제대로 표현하고, 느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서로를 받아주고 이해하면서, 각자 자신들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교전에는 “나팔을 분다”든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감는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는 전혀 다르다는 말이다. 말은 마음을 반영한다. 우리는 말을 참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특히 남이 싫어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말(마음)을 무시하기도 한다. “여러 마음을 가두고, 가두지 못해 터져 나와 태어난 그 세계는 생각하는 것보다 아름답다”고 영화에 등장하는 계란요정은 말한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름답다.’ 그저 내 생각이 아름다운 세상을 알아보지 못하게 할 뿐이다.

영화 속 뮤지컬에서는 베토벤의 ‘비창’과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제곡인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편곡하여 하나의 노래로 만들어 부른다. 가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슬픔을 넘어 꿈이 있는 세상으로 나가 소리 높여 외치라고 하는 것 같다. 내 상처를 보듬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인정할 때 지금 내 곁에 희망과 사랑이 살포시 자리잡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1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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