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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원이 만난 사람
한울안이 만난 사람 / 김태성 KCRP 사무총장
해외 23개국 원불교 거점 확보, 아직 세계화는 아니다
2019. 12. 05 by 강법진 편집장
김태성 KCRP 사무총장
김태성 KCRP 사무총장

 

한국에서 태생한 종교가 세계에 거점을 확보한 곳은 거의 드물다. 이는 순연히 출가교역자의 희생과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교리와 지도자의 리더십으로 이룬 결과다. 하지만 이것은 세계화의 거점을 마련한 것이지 진정한 의미의 세계교화라 할 수 없다. 이제부터는 인류의 미래가치를 담은 글로벌 어젠다를 교리에 근거해 답해 줘야 한다. 이제는 가르침의 종교로 나가야 한다.

 종교 간 대화의 오랜 경험으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실무를 맡고 있는 김태성 사무총장(봉도수위단원). 그는 종교 분쟁이 있는 곳이라면 해외 어디든 달려가 종교 간 대화와 청년평화교육으로 갈등을 해소시켰다. 숙명처럼 걸어온 그의 행보는 “원불교인은 DNA 자체가 다르다. 인류 공동선을 향한 종교연합 정신이 우리 안에 내재해 있다”는 말로 대변된다. 이는 역대 종법사의 세계교화 경륜이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개교 100년밖에 안 된 종교가 유엔에서 종교연합(UR)운동을 당당히 외칠 수 있는 것도 그 까닭이다. 더구나 원불교 UR운동 역사가 내년이면 50주년을 맞는다.

물론 고민도 깊다. “원불교 2세기 세계교화는 거점교화를 넘어 글로벌 어젠다를 선도하는 리더여야 한다”는 그. 최근 가톨릭 프란치스코교황이 세계 기후위기와 원전의 위험성, 난민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 등을 언급하며 우리사회를 환기시킨 예는 신앙을 떠나 인류에 큰 경종이 되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세계교화의 방향도 물질이 아닌 인류의 정신개벽에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 종로구에 소재한 KCRP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종교 간 대화와 세계교화’에 대해 문답했다.

 
지난해 2월 취임 후 어떻게 지냈나
사무총장을 맡고부터 남북통일문제, 사회갈등, 3.1운동 100주년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시민단체와 정부에서 종교계에 많은 요청을 해왔다. 그에 대응하느라 바빴다. KCRP 사무총장은 여러 종단과의 협력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종교의 울을 벗어나 종교 간 대화에만 힘썼다. 종교 간 대화를 해보면 원불교는 확실히 DNA가 다르다. 성직자뿐 아니라 재가교도들도 그렇다. 7대 종단 ‘답게살겠습니다’운동을 추진하면서 실제로 보았다. 그것이 우리의 실력이다.
 
한국사회 종교 간 대화는 어느 단계인가
초기에는 뜻있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면, 2기는 정부와의 협력관계를 돈독히 했고, 현재 3기는 종단 간 협력구조를 탄탄히 다져가고 있다. 물론 장단점이 있다. 초기 종교 간 대화의 본연의 가치는 약화됐지만, 종단 참여도가 높다. ‘타종교’라는 말을 ‘이웃종교’로 전환하면서 함께 사는 공동체라는 인식도 자리하게 됐다. 이는 국제사회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내년은 원불교 UR운동 50주년 되는 해이다. 성과를 짚는다면
종교는 혼자 고립되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종교는 끊임없이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공격을 받아야 정화된다. 종교 간 대화도 그렇다. 대화를 하면 내 종교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객관화할 수 있다. 원불교는 종교 간 대화를 교리의 중심에 두고 있다. 대부분의 종교가 ‘자기 신앙’을 주장할 때, 모든 종교의 가르침에는 영성이 있고 진리가 있다고 서슴없이 얘기하고 인류 공동선으로 가자고 말하는 종교도 원불교다. 갈등현장에 있으면 정말 주옥같고 보배같은 존재다.
 
사회갈등이 더 심해지고 있다
갈등은 무지와 욕심에서 온다. 인간은 더불어 살 수밖에 없다는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무지, 끝없는 욕심이 갈등을 불러온다. 한국사회가 특히 치유가 어려운 이유는 남을 짓밟고 일어나야 한다는 잘못된 교육이 빚은 결과다. 정부의 갈등 극복 방안에 종교계도 동참하기로 했다.
 
종교갈등으로 내란이 일어난 곳을 다니면서 어떤 활동을 했나
필리핀,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종교갈등이 심한 나라에서는 평화학교를 만들어 청년들을 교육했다. 대화를 하면 편견으로부터 막연했던 것들이 진지하게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런 현장을 많이 체험했다. 맹목적 신앙을 가진 그들이 모든 성자의 가르침(평화)에는 본래 차이가 없음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종교의 문제는 결국 종교가 풀어야 한다. 그래서 유엔에서도 매년 2월 첫 번째 주를 ‘종교화합주간’으로 정했다. 정치적 갈등은 100년을 넘기 힘들지만, 종교 갈등은 300년, 천년을 간다. 더 잔인하고 더 오래가고 그 골이 깊다. 그래서 종교 간 대화가 필요하다.
 
전산종법사의 세계교화에 대한 염원이 크다
한국에서 태생한 종교가 세계에 거점을 확보한 곳은 거의 드물다. (원불교는 현재 23개국, 66개 교당, 33개 기관에서 124명의 전무출신이 해외파견근무를 하고 있다.) 이는 순연히 출가교역자의 희생과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교리와 지도자의 리더십으로 이룬 결과다. 하지만 이것은 세계화의 거점을 마련한 것이지 진정한 의미의 세계교화라 할 수 없다. 이제부터는 인류의 미래가치를 담은 글로벌 어젠다를 교리에 근거해 답해 줘야 한다. 이제는 가르침의 종교로 나가야 한다. 교당 틀 안에 갇히면 안 된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교황의 가르침이 내 삶에 투영이 되듯, 우리의 교법이 인류의 보편가치가 되도록 가르침을 줘야 한다. 한국이란 조그마한 섬에서 하는 고민이 저 아프리카에 가닿아야 한다. 종교 간 대화는 갈등이 일어나는 그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최근 젊은 교역자, 청년들이 세계 곳곳에서 종교 간 대화를 시도하고 실천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12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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