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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이 만난 사람
한울안이 만난 사람
수행하듯 그림 그리고, 그리며 깨닫는다
2020. 02. 05 by 강법진 편집장
원광대학교 범해 김범수 화백

 

마음공부든, 학문이든, 예술이든, 종교활동이든

꽃발신심으로 하면 멀리 못 간다.

자신의 처지와 환경에 맞게 그러나 너무 게으르지 않게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5년, 10년, 20년 지나

어떤 일이든 마음먹으면 먹은 대로 되어진다. 


2019 깨달음의 얼굴전 100선
전라남도 장성 ‘맥호리’의 한 작은마을은 동네 자체가 법도량이라 할 만큼 교도 밀도가 높다. 이곳에서 지난해 가을, 깨달음의 얼굴 100선이 탄생했다. 깨달음은 담담하고 담백하면서도 때로는 단호하리만큼 옷깃 하나에도 칼날 같은 매서움이 있어야 한다고 그림은 말했다. 그림으로 선의 진경을 말하는 화백,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회화문화재보존수복학과 범해 김범수(법명 응규·장성교당) 교수를 장성 작업실에서 만났다. 소태산 대종사부터 정산종사, 대산종사, 좌산·경산상사 등 교단 100명의 선진을 선화로 그려낸 그는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개관식을 ‘깨달음의 얼굴전’으로 격조 있게 장식한 뒤, 그 판권을 교화발전을 위해 전부 교단에 희사했다. 작품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그가 보여준 초지일관된 신성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업력인 것 같다
김 화백과의 대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한참을 이어갔다. ‘혐오와 배제’를 넘어 ‘포용력’을 갖춘 국가만이 미래를 선도한다는 그의 말 속에는 그림을 하는 이유와 맥락을 같이 했다. “공익을 위한 기도를 하면 먹고 살길이 열리듯, 그림도 그렇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오래오래 지속하려면 자기 성찰이 필요하고, 끊임없이 공유해야 한다. 그것이 양성(養性)이며 내가 선화를 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예술대학 대학원에서 문화재보존수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통회화의 복원과 재현 1세대라 불릴 만큼 복원모사에 뛰어난 화백이다. 2018년에는 현존하는 고려불화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작품이라 불리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1310년·작가미상·일본 시가현 경신사 소장, 245.2㎝×429.5㎝)를 팀원들과 함께 전통기법인 석채(보석가루)로 재현해 대중의 이목을 받았다. 

반면 선화(禪畵)는 자신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업력인 것 같다”고 말하는 그. 장성의 한 시골마을, 그의 작업실에서 탄생한 수많은 부처가 알고 보면 필연이었다. 불교계 내놓으라 하는 고승들의 초상화를 그려온 그가 원불교 종곡유숙터 불사를 돕기 위해 시작한 선화 몇 점이 스승의 권유로 100점이 되고, 전시 이후 빠진 분들이 있다는 제안에 앞으로 100여 점을 더 그려낼 생각이란다.

페인팅업(그의 표현)을 하는 동안에는 작업실을 잘 떠나지 않는다는 그, 하지만 마을 사람뿐 아니라 작업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가장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교리를 가진 원불교로 인도하는 게 인생의 낙이라 하니, 신성으로 그려낸 그의 작품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가 바라는 것은 “선화는 사진과 또 다르다. 마음의 세계, 도의 세계를 군더더기 없이 그려내면 누군가 후진이 이를 모범 삼아 모사할 것이다”며 종교의 가르침이 예술문화로도 꽃피워지길 바랐다.  

 

소태산 대종사
호산 김범수 화백. 57*80.5(cm). 순지에 먹. 2018년 作 


선화, 앉아서 하는 참선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회화미술을 시작한 그는 40여 년을 한결같이 이어왔다. 그에게 신성에 대해 묻자 “계속하는 힘”이라고 답했다. “마음공부든, 학문이든, 예술이든, 종교활동이든 꽃발신심으로 하면 멀리 못 간다. 자신의 처지와 환경에 맞게 그러나 너무 게으르지 않게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5년, 10년, 20년 지나 어떤 일이든 마음먹으면 먹은 대로 되어진다. 그런 내공 없이는 어떤 좋은 것을 가져다 놓아도 안된다”고 말한다. 꽃발신심을 발한 뒤에는 정성과 정성을 다해야 ‘신성(信誠)’이 된다는 말이다. 

그는 또 “선화는 사사불공이다”고 정의했다. 페인팅을 한다는 것은 앉아서 하는 참선이라며, 재료가 가진 물성을 알아 잘 제조해 쓰기 위해서는 정신이 한시도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도를 오래 하다 보면 복합일심이 되듯, 선화도 쉬지 않고 하다 보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물성대로 먹선도 나오고 구성미도 갖춰진다. 좌산상사께서 공부를 하고 하고 또 하여 하지 않아도 될 때까지 하자고 했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감각이 손에서 풀어져 나올 때까지 습(習)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균형감각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그림에도 황금비율이 있듯, 삼라만상 모든 만물도 자연의 법칙에 의해 황금비율에 맞춰 존재했다가 사라질 때는 또 사라진다. ‘절대 구성(황금비율)’에 맞게 행하는 것이 부처님의 경지에서 말하는 깨우침”이라며 사람도 그 하는 말과 행동이 균형에 맞아야 참 수행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깨달음의 인물전’ 100선에서 그가 가장 완성도 있게 뽑은 작품은 ‘소태산 대종사’라고 한다.

각각 성품 따라서
동양화는 수행의 예술이다. 자신의 마음을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게 해나가는 것이 동양예술의 기본자세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실 한쪽 벽면을 빼곡히 메운 색료통으로 눈길이 갔다. 수십 개가 아니라 수백 개는 족히 되어 보이는 그들을 가르키며 “동양회화는 재료를 익히는 데서 출발한다.

천지만물도 각각의 물성이 있듯 저 색상들도 고유의 색성(色性)이 있다. 그 성품을 알고, 다름을 인정해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지도자도 후진을 양성할 때, 각각의 그 인성을 알아 살려 써야 한다. 그래야 대목장은 대목장으로, 소목장은 소목장 대로 각각 그 결대로 살릴 수 있다”고 충언했다.  

범해 김범수 화백이 원기104년(2019) 원불교 달력에 실린 그의 선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2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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