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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몇 주째 교당 문이 닫혀있다. 구로교당 다음카페에는 2월 말, ‘코로나19 소멸 특별기도와 천 개의 서원, 일원상 서원문 1000독 축원’을 올리자는 글이 올라왔다. 각자의 집에서 교도들이 함께 기도와 독경으로 마음을 모으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열흘 만에 제일 먼저 1000독을 완성해 인증 사진을 보낸 교도가 있다. 바로 김도연 교도. 천 개의 서원 첫 번째 정진불, 구로교당 김도연 교도(64)를 만났다.
주인 된 자세
“요새 어떻게 지내세요?”
“매주 교당을 가다 교당을 안 나가니 기분이 이상해요.”
집에 가만히 있어 보니 몇 주째 정리가 안 됐을 교당의 냉장고도 걱정이고, 먼지 쌓였을 불단에 걸레질도 한번 해야겠고…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그와 몇 명의 교도들은 며칠 전 교당에 나가 불단을 청소하고 걸레질을 하고, 냉장고를 정리했다. 인터뷰를 하던 날에도 오전에는 교당 전등을 갈고 오후에는 소태산기념관 봉공센터를 찾아 천 마스크 제작 방법을 배웠다.
법회는 쉬지만 그는 여전히 교당을 살피고 기도와 봉공으로 교도의 의무를 다한다.
“저는 봉공을 하면 기쁘고 행복해요. 제 작은 힘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운지요. 더군다나 저보다 더 솔선수범하시는 교도님들이 제가 아! 하면 어! 하고 달려와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에게 봉공은 ‘기쁨’이다.
기도의 시작
이렇게 교당밖에 모르는 그가 원불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래층 집 현관문에 붙어있던 ‘원불교 문패’ 덕분이었다. 마침 또래의 아이를 키우던 분이라 알고 지냈던 이웃이기에 원불교에 대해 궁금함을 물었다. 이후 원기72년, 그의 가족은 교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변 인연들이 잘 끌어주시니 좋은 사람 만나고 노는 재미에 갔던 것 같아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서 구로교당의 어린이집에서 일하게 됐는데 부교무님께서 일 시작 전에 청수를 떠놓고 시작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제 공부의 시작이었어요.”
처음에는 부엌에서 청수만 떠놓고 기도를 올렸다. 시간이 지나니 ‘어차피 하는 거 법당에 들려 사배를 올리고 시작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법당에 가서 사배와 심고를 올리는 것이 습관이 됐다. 그리고 원기100년을 10년 앞둔 어느 날, 그는 혼자 100주년 정진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청수에 심고, 사배에 심고, 거기에 일원상서원문 독경 또 더해서 반야심경, 참회문, 금강경, 108배까지. 차근차근 늘리며 공부의 끈을 잡아갔다.
사은의 기운으로
평소에도 쓰레기를 버리거나 대중교통을 타는 등 비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염불을 외던 그였다.
그러나 이번 일원상서원문 1000독 정진은 더욱 집중하여 마음을 모았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씻고 좌선 30분, 코로나19 극복 기도문, 청정주 100독, 일원상서원문, 참회게 3독 이후 반야심경 등 염불 500독 이상. 108배 염주를 다섯 번 돌리고 나서야 마무리 경종을 치고 일원상서원문 100독에 들어갔다.
일원상서원문 독경 이전에 벌써 1시간 반 이상이 소요된다. “앉은 자리에서 100독은 사실 힘들어요. 그래서 하루 동안에 나눠서 하는데, 오늘같이 나올 일이 있으면 아침에 100독을 다 하고 나오죠. 거기에 움직이는 동안에도 계속 외니까 하루 150독까지도 해봤어요.”
그는 일원상서원문을 한번 한번 읊을 때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고하시는 분들을 생각했다. 대구에서 봉사하고 있는 원봉공회 교무님들, 고생하시는 소방공무원, 의료진, 자원봉사자, 확진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구로교당 교무님, 단원들, 가족,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며 마음을 모았다.
1000독을 마치고 얻은 소득을 묻자 “몸은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마음이 그렇게 편해요. 전에는 입으로만 ‘내 탓이지’ 했다면 이제는 정말 모든 것이 내 원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넓어졌습니다. 이렇게 집에서 집중해서 하니 느낌이 전혀 달라요. 코로나19 때문에 온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데 우리 교도님들이 온 마음으로 기도를 해주신다면 사은님의 기운으로 금방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까맣게 채워진 천 개의 동그라미와 맨들맨들한 목탁. 그는 각자의 자리에서 외치는 기도가 큰 위력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3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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