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한울안신문
뒤로가기
우타원이 만난 사람
황정석 산불방지정책연구소장
[특별인터뷰] 전쟁 같은 산불이 온다
2020. 07. 21 by 강법진 편집장
황정석 산불방지정책연구소장(법명 인철·유성교당)

 

[한울안신문=강법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시대는 지났다. 전쟁 같은 산불이 오고 있다.”

산불 박사 황정석(법명 인철·유성교당) 산불방지정책연구소장의 이 말은 해가 갈수록 현실이 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더욱이 연 수백 건의 산불이 일어난다는 산림청과 연 수천 건의 산불이 일어난다는 소방청의 들쑥날쑥 믿을 수 없는 산불 통계도 사람들에게 산불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주지 못한 현실 중의 하나다. 최근 들어 산불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하지만 한번 불이 났다 하면 대형산불로 번지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는 단순히 기후변화를 핑계로 등한시할 것이 아니라 산불예방법과 산불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지켜내는 방법에 대해 민간인에게도 교육 기회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제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시대는 지났다.

 

안동 산불은
가까운 우리 미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양간지풍에 의한 강원도 산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예로부터 발생했고,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력이 강해졌고, 민간 깊숙이 그 피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가 우려하는 바는 산불이 고약하기 그지없는 양간지풍이나 해륙풍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내륙으로까지 번졌다는 것이다. 올해 4월 24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마을을 덮치고 민가를 태우며 순식간에 수백 미터의 중앙고속도로까지 뛰어넘었다. 이 불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축구장 면적(0.714ha)의 2,700배가 넘는 산림 1,944ha(경북도 추정)를 단 이틀 만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특히 이번 안동산불 피해면적은 당초 800여ha였지만, 초동대응 실패로 재발화돼 두 배 가까이 산림이 소실됐다. 그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산불이 발생하고 그다음 날 오전, 산림청에선 진화작업을 마쳤다고 섣부르게 발표했지만, 불이 나자마자 현장에 달려가 밤을 꼬박 새우며 곳곳을 살핀 그의 의견은 달랐다. 안동 산불은 발생지점의 지형과 연료 그리고 다음 날 풍속만 체크해도 재발화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러한 사실을 현장 대원들에게 경고했지만, 민간연구자의 말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다음날(4월 25일) 우리나라 산불역사에서 볼 수 없었던 내륙산불 중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다.

그가 직접 찾아간 산불현장만 국내외 포함 최소 600곳이 넘지만, 우리나라가 산불로 인해 내륙에서 이처럼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안동이 처음이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란 뜻이다. 지난해 호주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의 피해 규모가 남한 국토면적을 넘어섰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는 한, 머지않은 미래에 ‘전쟁’ 같은 산불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황 박사의 우리나라 산불이야기황정석 지음바른북스, 2018년, 값 23,000
황 박사의 우리나라 산불이야기
황정석 지음
바른북스, 2018년, 값 23,000

유튜브 채널
‘황박사의 산불이야기’

산불과의 인연은 정말 우연이었다. 2012년 말, 그의 지도교수가 전화해 산림청에서 진행하는 산불전문강사 교육과정을 받아보면 어떠하겠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거절했다. 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아내 이은평 교도(유성교당)가 지도교수가 터무니없는 제안을 하지 않을 터이니 한번 다녀오라고 한 것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당시 전국에서 40명의 산불전문가가 역량을 겨루는 과정에서 그는 교안기획과 교육방식에서 최고라는 평가와 함께 산림청장으로부터 산림청 1호 산불전문가라는 칭호를 받았다. 이때부터 그는 동료 강사와 산림공무원에게 교수법과 현장지휘론에 대해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지금도 산불이 났다 하면 밤이고 낮이고, 전국 어디든지 산불을 쫓아 차를 몬다. 지금 같이 외국 흉내만 내다가는 우리나라 산불을 잡을 수 없어서다.

그는 지난 7년간 동해 끝 고성에서 남·서해 해남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누비며 자료를 수집해 연구한 사례를 모아 2018년 『황 박사의 우리나라 산불이야기』(황정석 저, 바른북스)를 출간했다. 이 책은 지난해 10월, 과학기술부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부터 2019년 우수과학도서 대학일반 부문으로 선정됐다. 딱딱할 거라는 과학도서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한 편집과 산불의 특성부터 산불 진화 기술과 장비, 예방교육법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지침서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에게는 이 책이 교재인 동시에 지난 7년간의 삶 그 자체이다. 600여 산불 현장을 뛰어다니며 찍은 350여 컷의 자료와 우리나라 산불 역사, 그리고 오래지 않아 우리에게 닥칠 전쟁 같은 산불 재앙에 대한 경각심이 소상히 밝혀져 있다. 아이러니하게 이 책이 출간되고 불과 1년도 안 돼 강원도와 호주에서 대형 산불이 났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세계 유일의
산불민간연구자

“나는 아직도 책 제목을 ‘전쟁 같은 산불이 오고 있다’라고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2017년 미국에서 대형 산불이 났을 때, 온라인 미디어 위티피드(wittyfeed)는 미래에 인간을 멸망시킬 10대 자연재해 중 첫 번째를 ‘산불’로 꼽았다. 산불은 이제 나의 일이 됐다.”

세계 유일의 산불민간연구자라고 자부하는 그는, 그간의 설움을 딛고 이제는 국가기관으로부터 연구와 특강이 쇄도하는 민간전문가가 됐다. 특히 2019년 강원 산불 이후 그는 산불극복 뉴딜전략, 산불교육 훈련장 조성 기본계획, 산불교육용 교재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고,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산불재난관리센터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까지 맡아 세계적인 산불전문가로 열정을 바치고 있다.

 

7월 24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