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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의 향기
일원의 향기│도봉교당 유명안 교도
다음 생이 궁금하거든 이번 생을 보라
2020. 09. 15 by 우형옥 기자
도봉교당 유명안 교도
도봉교당 유명안 교도

"'다음 생이 궁금하거든 이번 생에 내가 산 삶을 돌아보라. 그게 내가 받을 삶이다’고 설교해 주셨어요. 머리가 멍했습니다. 인과의 이치를 머리로는 알고 있었죠. 알고는 있었지만….”

마음으로 인과의 이치를 깨닫게 된 그 날,

그는 잠시 멈춰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한울안신문=우형옥] 서울시 도봉구의 한 도서관 앞. 닫힌 문 앞을 서성이며 전화를 걸자 밝은 웃음의 그녀가 내려왔다. 살짝 올려준 철문 사이로 몸을 숙여 안으로 들어가니 닫힌 줄 알았던 도서관에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 도서관에서도 주민들을 위한 비대면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멀리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제가 더욱 조심해야 해서요” 한마디 한마디 다른 사람들을 위한 조심성이 엿보인다.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사)새마음새삶회 원학습인성교육 학부모 멘토로 지내고 있는 도봉교당 유명안 교도(50)를 만났다.

콩나물시루에 물 붓듯
집안의 막내였던 그는 7살 무렵 어머니 김보정 교도(남군산교당)의 손을 잡고 교당에 처음 발을 디뎠다. 언제나 교당이 먼저인 어머니였지만 그의 어머니는 딸에게 교당 다니는 것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신앙보다는 내 생활이 먼저’라는 생각에 학생법회도, 청년법회도 뜨문뜨문. 이후 도서관 사서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직업 특성상 교당 다닐 생각을 못 했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교당을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원불교 교법에 물들어 있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성가를 녹음해 늘 틀어줬어요. 친구들이 가요 듣고 팝송을 들을 때 저는 성가를 들었던 거죠. 훗날 자기소개서에 저를 설명하는 데 ‘내가 모르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 늘 배울 준비가 되어있다’ 즉 지자본위의 내용을 적고 있더라고요. 그때 ‘아! 교육이라는 건 콩나물 시루에 물 붓는 것과 같구나’ 생각했어요.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그냥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콩나물이 자라잖아요.”

복 지을 궁리
“제가 저도 모르게 교법에 물들었듯 아이들도 그러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교당에 다니게 하려고 제가 먼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교당에 다니기 시작했죠.” 그는 14년 전, 오로지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교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집안에 생긴 일 때문에 세상이 참 원망스럽고, 억울하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무님께서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이 너무 억울할 수도 있고 부당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 어느 생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전생에 지어 놓은 것을 받는 것이다. 다음 생이 궁금하거든 이번 생에 내가 산 삶을 돌아보라. 그게 내가 받을 삶이다’고 설교해 주셨어요. 머리가 멍했습니다. 인과의 이치를 머리로는 알고 있었죠. 알고는 있었지만….” 마음으로 인과의 이치를 깨닫게 된 그 날, 그는 잠시 멈춰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그런데 지어 놓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름 열심히 살았지만 오로지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한 삶이었다. 다음 생을 기대하기엔 너무도 부족했다. 그는 그날로 복 지을 궁리만 하게 됐다. 어떻게 복을 지을 것인가 3년 동안 고민했다. 화두 끝에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틀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손을 내밀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교육봉사의 서원을 세우고 2018년도 대학원에 진학해 상담심리치료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9년 아버지의 열반은 불생불멸의 진리까지 깨닫게 해 그가 신앙에 이어 수행을 하게 만들었다. 새벽 좌선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선방에 출석하고, 출근해 법문을 읽고 수시로 독경을 듣기 시작했다. 일원의 진리를 마음으로 느끼고 나니 소원이 서원이 됐고, 일상이 수행이 됐다.

원학습인성교육
“도서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것은 문학책입니다. 그다음 높은 것이 사회과학인데,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자기계발에 대해 많은 책을 봅니다. 책을 사는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출판된 책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말하는 미래의 인재상이나 필요한 자질들을 보게 됩니다. 원학습인성교육이 교법으로 주의력, 사고력, 상생 관계, 창의력 등 여러 책에서 말하는 모든 것을 잘 녹여내 놀라웠어요.”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한울안신문의 원학습코칭 학부모교육 광고를 보고 딸과 함께 수료를 했던 것은 운명이었을까? 수료가 끝나자 마자 그는 대학원 합격 통지를 받았고 바로 학부모교육 멘토 제안을 받았다. 기쁜 마음으로 멘토를 시작했지만, 직장과 대학원, 멘토에 엄마까지. 모두 허투루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바쁘고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가 열반한 학기를 제외하면 모든 학기 성적을 4.5 만점을 받고, 직장에서의 승진도 이뤘다. 그가 멘토로 조언한 학부모들과 아이들도 조금씩 변화를 보여줬다. 그는 이 모든 게 원학습인성교육을 수강한 덕분이라 말한다. 스스로가 변하자 그 힘은 주변을 변화시켰다. “앞으로 남은 학기 잘 마무리하고, 상담심리치료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책과 교법을 활용한 원불교 상담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또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어린이들을 ‘원학습인성교육’으로 양육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자신과 가족을 넘어 타자녀는 물론 국가, 세계까지 울을 넘은 서원. 그는 새 삶의 은혜를 얻어 나가고 있다.
 

9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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