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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의 향기
일원의 향기│신길교당 윤경하 교도
[일원의 향기] 공부하는 재미로 살아요
2020. 09. 22 by 우형옥 기자

 

신길교당 윤경하 교도
신길교당 윤경하 교도

[한울안신문=우형옥] “아침에는 원음방송 라디오를 따라 경전을 봉독하고 짬짬이 사경하죠. 오후에는 원음방송 강의를 봐야 합니다. 저는 하루가 너무 바빠요.”

코로나19에도 신앙생활에 변화가 없다는 그. 코로나19로 바뀐 건 단지 손주가 종일 집에 있다는 것뿐. 무료할 틈이 없는 꽉 짜인 공부 시간표. 신길교당 윤경하(69) 교도를 만났다.

보고 듣고 쓰고
아침 5시, 그는 일어나자마자 라디오를 켠다. 매일 듣는 주파수 FM 89.7(원음방송). 아침 심고를 하고 라디오 전서 프로그램을 통해 법어 봉독을 한다. 법어 봉독이 끝나면 7시. 그때부터는 초등학생 손주의 밥을 준비한다. 손주가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 그도 사경을 시작한다. “작년에는 아직 장가 못 간 아들이 제 업 때문에 그런가 싶어서 참회문을 1,000번 적었어요. 그러다 올해부터는 휴휴암좌선문과 천도법문을 각 1,000번 적고 있습니다. ‘때가 되면 알아서 가겠지’ 마음을 돌리고 저 자신을 정화하고, 천도하려고요.”

교구에서 준 법인절 사경노트는 짧은 법문이기에 손주와 함께 쓰기도 했다. “할머니~ 이건 무슨 뜻이에요?” 손주의 궁금증이 꾹꾹 들어가 가득 찬 노트 한 권이 참 소중하다. 신길교당 자체에서 만든 사경노트는 다 쓰고 남은 빈 공간이 아까워 직접 <정전>을 펼쳐 법문을 추가했다.

TV에서 교산 이성택 종사(서울교구 교령)의 수심결 강의 시간이 되면 녹화를 하고, 손주가 학원을 가는 오후 시간에 다시 틀어본다. “보산님, 교산님 TV 강의를 너무너무 잘 보고 공부를 많이 했죠. 그래서 어쩌다 한 번씩 뵙게 될 때면 교육비를 꼭 전해드립니다. 저에겐 빛이고 빚입니다. 잘 가르쳐주신 보답을 드려야죠.” 보고, 듣고, 읽고, 쓰며 교전을 수도 없이 볼 텐데, 그는 읽을 때마다 교전이 새롭고 재밌다고 말한다. “교전을 보면 ‘내가 이건 잘못했네’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리고 돌릴 수 있잖아요. 그러면 내 마음이 얼마나 편안해요? 원불교는 제 마음의 안식처입니다.”

보살 어머니
“저희 친정엄마(오광원 법사, 서성로교당)가 ‘사탕 줄게~ 교당 가자’고 하셨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그런데 크고 나서는 한 번도 교당 가라 마라 강요한 적이 없어요. 근데 지금 저희 8남매 중에 그러니까 8가정 중 6가정이 교당을 다닙니다. 불광·방배·대구·서성로·대명 등등. 저희 엄마가 진짜 보살이거든요? 평생 남 흉을 본 적도 없고…. 그러니 자식들과 며느리들이 엄마의 모습을 보고 교당에 다녀요. 그냥 엄마가 살아온 모습이 교화입니다. 올해 99세이신데 작년에 다치시기 전까지 교당에 다니셨어요.” 매일 보아온 엄마의 모습은 대학에 들어가며 잠시 교당을 다니지 않던 그를 자연스레 다시 교당에 데려다 놓았다. 알게 모르게 젖어 들면 언젠가는 다시 찾아 갈 것을 알기에 그 또한 남편과 자식, 사위, 손주에게 당신의 ‘엄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멈추고 돌리는 공부
교도회장이다 단장이다 교당 일을 하게 되니 전에는 몰랐던 직설적인 말투와 고집을 알게 됐다. 한 교무님은 ‘잘난 척 하지 말라’며 그를 나무랐다. 그때 ‘아! 내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구나. 다른 사람 입장도 한번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깨달았다. 말을 하기 전에는 숨을 한번 쉬고, 잠시 멈춘 뒤, “역지사지로 생각해봅니다. 잠시 멈추고 말을 하면 부드럽게 말할 수 있어요. 버릇이 들었죠. 제가 가장 자신 있게 하는 공부입니다. 멈추고 돌리는 공부. 그때 저를 혼내셨던 교무님에게 항상 감사하죠.”

봉사로 배운 동포은
“등촌동에 힘들게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등촌복지관에서 무료급식을 하고 있습니다. 봉사를 나가보니 ‘아무리 내 몸이 아파도 여긴 꼭 가야 한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들이 계셨기에 나라가 또 저희가 편하게 살 수 있었던 겁니다.” 봉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큰 은혜를 느꼈던 그는 아침, 저녁 심고 기도문에 ‘오늘도 출근하시는 모든 분들 각자의 직장에서 오가는 길에 잘 살펴주시옵소서’를 꼭 넣는다.
“저희 엄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병원에 돈 갖다 주기 전에 기부를 하면 그 업이 없어진다더라!’ 그래서 저희 엄마가 건강하신가 봐요.”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일까? 그는 당신이 도와야 할 일이 있다는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능력이 있어도 몰라서 못하는 일이 많은데 원불교는 복 지을 기회를 주니 얼마나 감사해요.”

그는 <대종경> 인도품 29장을 품에 넣고, 십 분의 육만 만족하고 살며, 넘치지 않게 나눠 살기를 다짐한다.

 

9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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