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한울안신문
뒤로가기
일원의 향기
서울교당 김우정 교도
[일원의 향기] 지은 대로 받게 되는 인과의 이치
2020. 09. 30 by 우형옥 기자

서울교당 로비, ‘혈인의 꽃 법문사경으로 피우다’라는 현수막 아래 글씨가 빼곡한 법문사경 노트가 전시되어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 사경하기 딱 좋은 나인데’ ‘청춘! 법문으로 꽃 피우다’ ‘부부의 정, 법으로 잇다’ 등 나이대와 가족 단위로 나누며 적혀 있는 문장 중 한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START, 인생은 70부터’. 인터뷰 전 통화를 통해 “요새 핸드폰으로 법회 보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요”라며 새로운 세상에 눈이 번쩍 뜨인다는 그가 생각난다. 서울교당 김우정(73) 교도를 만났다.


원불교와의 만남

젊었을 적, 그는 몸이 건강하지 못했다. 그가 표현하길 ‘스무날 동안 링거를 맞으며 죽다 살아난 때가 있었다’는 그 시기에 시누이가 찾아왔다.

“시누이가 신타원 김혜성 종사님과 인연이 있었어요. 추천을 받고 온 시누이가 ‘언니, 교당에 한번 가보자’ 하길래 그냥 같이 와 봤는데, 처음 들은 설법이 육신의 의식주만 구할 게 아니라 정신의 의식주를 구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내가 육신의 의식주를 구하려고만 했지 정신의 힘에서 나오는 그 원리를 몰랐구나’라는 생각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죠.”

그는 바로 입교원서를 작성했다. 그때가 원기63년, 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구월심 교당을 나오고 있다. 전생에 불연으로 깊었던 인연이었을까? 그를 교당으로 이끈 시누이는 출가해 설악산 자락에서 스님으로 지내고 있다.


슬픔을 신(信)으로

1988년, 그의 남편은 아팠다. 그는 날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경을 헤매는 남편 옆을 지켰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를 다니는 여동생들이 찾아왔다. 동생들은 기도원에 가면 그의 남편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형부한테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며,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인과의 이치를 알고 있었다.

“동생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저는 이렇게 설득했어요. ‘그동안 아무 연락도 없던 친구가 찾아와 갑자기 돈을 빌려 달라고 하면 너는 어떻게 하겠니? 하나님도 생전 안 믿던 사람이 죽기 직전 찾아와 살려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실까? 그동안 열심히 믿었던 사람부터 봐주셔야지. 인과의 이치는 지은 대로 받게 되는 수학공식 같은 거란다’라고 말하며, 성의는 고맙지만 내 양심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어요. 이해를 해주더라고요. 남편이 떠나고 저도 심신이 지치고 흔들릴 때가 있었죠. 그러면 혼자 ‘불자야 듣느냐’를 부르기도 하고, 혈혈단신 힘들게 교화하시는 교무님들을 찾아뵈며 초발심을 챙겨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의 남편은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인과의 이치를 굳건히 믿고 흔들리지 않았던 그때가 자신이 특신급에 무사히 오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전한다.


공부를 수시로

그는 원불교를 만난 것에 감사하며 ‘두 마음 없이 정신, 육신, 물질 등 본인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교도회장으로 수년간 교당을 챙기고, 지금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개인 공부도 놓지 않는다. 그의 가방 속에는 자그마한 수첩이 들어있는데, 그 수첩을 펼치니 별표가 쳐진 법문과 함께 그때의 감상, 의문점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지금은 <정산종사법어> 권도편을 공부 중이라고. 교당 교무님의 설법을 녹음했다가 이동할 때 듣기도 하고, 오후에는 동네 뒷산을 산책하며 일원상서원문을 왼다. 심고에 기도에, 중간중간 행선도 하고 의두도 연마하고…. 그는 하루가 바쁘다. 요새는 미국에 있는 딸이 법동지가 되어 함께 배우고 나아가니 더욱 재밌고 행복하다. “공부와 훈련을 열심히 해서 생사에 끌리지 않는 마음을 만드는 게 제 목적입니다. 죽음 보따리를 잘 싸놓으려고요.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시간이 아까워서 아껴 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

서울교당은 요새 온택트 법회가 한창이다. 몸을 움직여 교당에 출석했던 기존의 신앙생활에서 스마트폰을 요리조리 만지며 화면을 통해 만나는 온라인 법회·단회가 처음부터 익숙하지는 않았을 터. 그러나 그는 댓글을 달면서 법회를 보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 말하며 웃음을 보인다.

“코로나19로 처음 법회를 쉬었을 때는 걱정이 많았어요. 겁도 났고요. 그래도 교당 교무님들이 그동안의 경륜과 지혜로, 또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새로운 법회를 만드셨는데 따라야죠. ‘내가 글도 배우고 살았는데! 하다 보면 잘 될 거야’라는 마음으로 배웠습니다. 이제는 다들 온라인으로 법회에 참석하고 진행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할 수 있다! 가능하다! 두려울 게 없다!’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제는 교전을 공부하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유튜브로 다양한 법문 콘텐츠를 찾아보기도 한다. 새로운 세상이 재밌는 그는 73살이다. 인생은 70부터다.


10월 9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