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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의 향기
분당교당 김법해·정종문 교도
[일원의 향기] 둥글게 맞잡은 두 손
2020. 10. 13 by 우형옥 기자

분당교당에는 소문난 잉꼬부부가 있다. 두 부부의 유일한 취미생활은 교당 다니기. 매일 손잡고 교당에 가서 같이 앉아 법회를 보며 공부하는 것은 물론, 합창단에 봉공 활동도 함께 한다. 그러나 이제 이 잉꼬부부는 한동안 함께 다니던 교당을 같이 다닐 수가 없다. 추석 연휴로 오랜만에 만난 부부는 손을 꼭 붙잡고 탄천변을 걷는다. 봉공이 필요한 곳에는 어디든 달려가는 분당교당 봉공회장 하타원 김법해(61) 교도와 올해 8월부터 기간제 전무출신을 서원하고 영산선학대학교에서 수학 중인 화산 정종문(60) 교도 부부를 만나고 왔다.

 

꿈밭, 사랑밭

1980년대, 재가청년 교도들이 청소년 교화를 위해 어린이 교화를 연구하고 교화자로 활동하는 ‘꿈밭’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졌다. 이들은 전주교당 청년회에서 만나 ‘꿈밭’ 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었다. “아내는 피아노를 치고, 저는 기타를 좀 쳤어요. 아이들과 법회를 보고 훈련을 함께 하며 놀다 보니 아이들과 가까워졌고…. 그리고 저희도 가까워졌네요.” 그렇게 어린이 교화자로 활동하던 두 사람은 일원가족을 이뤘다. 꿈밭은 사랑밭이었다.

한 가족 세 교무

김 교도와 정 교도에게는 세 딸이 있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은 정제경 교무와 정은수 교무로, 현재 국제부와 감찰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세 딸 중 두 딸을 출가시키고 남편마저 출가시킨 김 교도는 “저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교무하기를 염원했어요. 그리고 저희가 교당에서 뭘 배우면 언제나 함께 했죠. 그래서인지 강요한 적은 없지만 감사하게도 두 딸이 교무의 삶을 서원했습니다. 막내딸도 출가하길 바랐는데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2년 전에 마음을 접었어요. 근데 갑자기 남편이 출가를 한대요.” 조금은 다른 형태지만(?) 법신불 사은님이 염원을 이뤄주셨다며 웃는 그다. 60이 넘어 예비교무의 삶을 살게 된 정 교도는 “제가 우리 딸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방학에 잠깐 집에 와 피곤하다고 아침잠을 자면 ‘교무를 하겠다고 한 사람들이 이러면 되냐!’고 잔소리를 했어요. 직접 경험해보니 아주 힘드네요. 딸들아, 미안하다.” 오랫동안 외국계 회사의 한국지사장으로 근무했던 정 교도는 코로나19로 바뀐 사회 환경에 올해 5월 퇴사를 결정했다. 하려면 더 할 수 있었지만 100세 시대, 앞으로 2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해보니 돈 버는 일만 할 게 아니라 내생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기간제 전무출신 지원 나이는 연장됐고, 4월에 끝났던 공고가 추가모집을 시작했다. 그의 결정에 아내인 김 교도는 힘을 실어줬다. “사실 남편이 여러 번 고민했었어요. 예전에는 제가 자력이 없어 조금 두려움이 있었는데 자력이 좀 생겼는지 용기가 나더라고요. 돈 버는 일 말고는 책 읽고 교당 다니는 것밖에 모르는 사람인데 제가 좀 덜 먹고, 덜 쓰면 모두가 행복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웃으면서 말했죠. 내가 정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한 가족 3명의 교무가 탄생했다.

선, 가족의 스승

몇년 전, 다른 공부보다도 유독 ‘선’이 어려웠던 김 교도는 만덕산을 찾고, 지리산을 찾았다. 배우다 보니 가족과 함께 배우고 공유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남편이 안 따라왔는데, 저희 셋이 선 훈련 얘기를 재미나게 하니 소외감을 느꼈나 따라왔어요. 그렇게 가족이 함께 선을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는 4년 전, 지리산 활선훈련을 기점으로 드디어 선을 조금 알아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에너지가 좋은 곳을 찾아 타력의 힘을 빌려보니, 많은 선객들의 힘으로 다 같이 익어가는 훈증을 겪어 ‘낙원세상이 이곳이구나’하고 깨달았다고. 이후 가족들은 당시 선을 지도했던 신현교당 육관응 교무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존경하는 삶

“제 아내는요. 마음이 정말 커요. 진짜 공도자입니다. 밝은 에너지로 언제나 먼저 행동하죠. 그리고 한번 마음먹은 것은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합니다. 그것이 진짜 강한 사람이죠.” “제 남편은요. 사람에 대한 미움, 원망심이 없어요. 대단하죠. 제가 즉흥적으로 움직이며 나설 때 제 남편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풀어줍니다. 이런 모습을 배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쑥스럽다면서도 서로를 얘기하는 그 두 눈에는 사랑과 존경이 가득하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묻자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한다. “과정은 저희가 하지만 모든 결정은 법신불 사은님이 합니다. 저희가 필요한 곳이 있겠죠.”

‘크게, 천천히, 또박또박, 자연스럽게.’ 부부는 선대 부모가 남겨준 가훈처럼 대종사의 가르침을 그저 실천하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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