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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영화 속 마음공부15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만큼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2020. 10. 27 by 박선국 교도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 2016) 감독 : 케네스 로너건출연 : 캐시 애플렉, 미셀 윌리엄스, 카일 챈들러, 루카스 헤지스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 2016) 감독 : 케네스 로너건출연 : 캐시 애플렉, 미셀 윌리엄스, 카일 챈들러, 루카스 헤지스

│영화 줄거리│

보스톤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직 일을 맡은 리 챈들러는 주민을 위해 모든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마당의 눈 치우기에서 막힌 화장실 뚫어주기까지 말이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단점이 있다면 싹싹하지도 않고 아부할 줄도 모른다는 것이다. 재미없고 재수 없는 사람처럼 느끼게 한다. 변함이 없는 생활 속에 어느 날 고향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사는 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지만 형은 이미 세상을 떠난 후이다. 망연자실한 그를 위로하는 고향마을의 지인들이 있건만 그는 마치 타지인처럼 느낀다. 장례를 끝내면 바로 떠나려 했던 그의 마음과는 달리 형이 그에게 유언을 통해 미성년자인 조카의 후견인을 부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는 잊고 싶은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고 왜 그가 이 마을을 떠나게 되었는지 그 비밀이 드러나게 되는데….

박선국돈암교당 교도
박선국돈암교당 교도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행복했던 주인공이 한순간의 실수로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진 후 그곳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는 모습을 몸서리칠 만큼 냉정한 카메라 시선으로 잡아낸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영화는 사람의 의식 흐름이 그러하듯 문득문득 떠오르는 추억과 아픔처럼 어떤 때는 길게 또 어떤 때는 아주 짧게 그리고 시의적절하게 플레쉬백(주: 과거의 회상을 나타내는 장면. 현재 시제로 진행하다가 추억이나 회상 등 과거에 일어난 일을 묘사할 때 사용하는 영화기법) 영상을 삽입하여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 그 영상과 함께 흐르는 음악선율은 감정을 더 증폭시켜 관객으로 하여금 더 큰 감동을 주게 한다.

이 영화는 겉은 딱딱하고 무미건조하지만 속은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음식처럼 느껴진다. 선택하기 쉽지 않지만 한번 먹기 시작하면 씹으면서 그 맛을 알게 되는 그런 영화이다.

주인공 리는 가정도 가족도 있던 조금은 마초 성격의 시시껄렁하고 말 많은 성격이지만, 다정다감한 남자였다. 그러나 그는 지금 모든 것을 버리고 무표정으로 일관한 무미건조한 얼굴을 가지게 된 모든 관계를 스스로 끊어버린 단절되고 고립된 삶을 선택하게 된다. 이유는 스스로도 용서할 수 없게 된 사건이 발단이었지만 결국 그 결과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회피 또는 도주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리의 형 조는 주인공과 달리 모든 것을 감싸주고 보듬어주는 성격의 인물이었다. 주인공이 닮고 싶어 하지만 자신은 이룰 수 없다고 믿는 대상이기도 하다. 조카 페트릭은 자유분방하고 어찌 보면 도덕성도 조금 결여된 듯한 모습이다. 그 것은 과거 리가 가지고 있던 모습이었기에 매번 충돌을 일으킨다. 이제는 남남이 된 전처인 랜디와의 우연 같지만 필연적인 재회를 한다. 랜디는 과거에 모질게 대했던 전 남편에게 자신의 용서를 구하고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밝히지만, 그는 그녀를 외면하며 도망친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결국 주인공이 선택해야만 하는 것은 자기 용서와 자기 사랑이라는 마지막 선택임을 영화는 제시한다.

이 장면은 고향집 유리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그 뒤로 보이는 아름다운 고향 바닷가 모습을 보다가 유리창을 깨는 주인공의 장면과 함께 그 모든 친절이나 아름다움을 주인공이 받아드릴 수 없는 과분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자식들의 사진을 언제나 사진틀에 넣어 보관한다. 필연적으로 내면의 아픔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을 그는 왜 간직하는 것일까? 자신의 실수로 아이들을 떠나보낸 그는 그 고통을 감수해야만 참회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닌가 한다.

영화는 아직 차갑지만 봄이 찾아오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끝을 맺는다. 너무 낡아 버린 배의 엔진을 새 엔진으로 바꾼 그들의 배 위에서 리와 조카 페트릭이 함께 지난 추억의 시간처럼 낚시를 한다. 두 인물의 뒷모습만을 보여주는 이 장면은 외로운 듯 따뜻해 보인다. 이제 리의 마음에도 그렇게 봄이 찾아오는 것 같다. 아직은 서툴지만 조금씩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자고 그들의 등 뒤에서 소리쳐주고 싶다.

 

10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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