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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영화 속 마음공부 19
자신의 허물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다
2021. 02. 23 by 박선국 교도
세자매 (Three Sisters, 2020) 감독: 이승원주연: 문소리(미연), 김선영(희숙), 장윤주(미옥)
세자매 (Three Sisters, 2020)
감독: 이승원
주연: 문소리(미연), 김선영(희숙), 장윤주(미옥)

│영화 줄거리│

막내 남동생을 두고 있는 세 자매가 있다. 첫째 희숙은 작은 꽃가게를 운영한다. 가끔 집에 들르는 남편은 얼마 있지도 않은 돈마저 가져간다. 집 밖으로 나도는 딸아이는 그녀를 무시한다. 어느 날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한다. 둘째 미선은 남들 보기에 똑 부러진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교회 집사에 합창단 지휘자이며 번듯한 교수 남편의 아내이고 토끼 같은 남매의 어머니이다. 그러나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완벽함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셋째 미옥은 실패한 시나리오 작가이다. 그녀를 공주처럼 모시는 남편과 그의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착하기 그지없건만 그녀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빵점이다. 어느덧 아버지의 생신 날이 다가온다. 온 가족이 모인 날, 이들은 화해의 장을 만들 수 있을까? 

 

영화 '세자매'는 서로 다른 성격의 여성들이 자신과 싸우며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가족(?) 영화이다. 조금은 과장된 듯한 성격을 가진 인물들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들 속에서 그들 나름의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만 종국에는 그 모든 몸부림이 단 한 사람 아버지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아가게 된다. 영화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많은 부분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고 감정을 복받치게 한다. 이것이 각본을 쓴 감독의 의도였다면 매우 성공적인 결과라 하겠다.

세 자매의 성격 차이는 공통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근거는 하나에서 비롯된다. 희숙은 대화를 할 줄 모르는 내성적이며 수동적인 인물로 언제나 가라앉아 있는 듯한 성격이다. 외부의 자극에 무감각한 듯이 보이지만 그 결과는 자학적 행동으로 드러난다. 둘째는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에 쌓인 노력형의 성격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상황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심한 감정기복을 나타낸다. 셋째는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성격으로 언제나 감정이 불안정하고 들떠 있다. 알코올과 과자에 의지하여 어른과 어린이 사이의 경계를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세 자매의 모습은 어릴 적 그들이 늘 접해왔던 아버지의 모습이다.

세 자매는 어릴 적 트라우마를 해소하지 못했기에 자학과 정의로움, 중독이라는 편법을 동원해 자신만의 방어벽을 구축하고 타인을 무시하거나 공격하고 또는 방어해왔지만 그것은 미봉책일 뿐이다. 그들 안에 상처는 마침내 핵폭발을 일으키듯 쌓아 두었던 아픔이 일시에 드러나게 된다. 이들 모두는 아버지의 억압적이고 독선적이며 폭력적인 모습을 경험했기에 절대로 그 모습을 닮고 싶지 않아 했지만, 그녀들은 그런 아버지와 닮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착하게 살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소통을 못하는 자신으로 만든다. 둘째는 정의롭고자 했지만 자신 안의 폭력성을 어찌할 수 없었다. 셋째는 훌륭한 부모가 되고 싶어했지만 엄마의 '엄'자도 모르는 아이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들이 그런 사실을 인정할 때 그들은 아버지의 울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다.

영화는 어릴 적 바닷가를 즐겁게 뛰놀며 서로를 이끄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네 명의 남매들. 그들의 시간은 거기 그때에 멈춰 있어서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진정 살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요즘 아동 학대와 학교폭력 등 육체적·정신적 폭력에 대한 문제로 사회가 시끄럽다. 이전에도 그런 문제는 존재했을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처럼 ‘양의 시대’가 오면 빛이 어둠을 사라지게 하듯 민낯들이 드러나는 것뿐이다. 이제 그 문제들을 우리의 마음공부법으로 치유하여 진정 밝고 훈훈한 세상이 나타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박선국돈암교당 교도문화평론가
박선국
돈암교당 교도
문화평론가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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