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한울안신문
뒤로가기
일원의 향기
원불교 성가연구회 이자원 원무
[일원의 향기] "원불교 성가는 제 인생의 숙제였어요"
2021. 03. 04 by 강법진 편집장

 

“원불교 성가는 소태산 대종사의 경륜과 포부가 담겨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원불교 성가’(이하 성가) 이야기만 나오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쏟는 사람. 울산원음합창단, 울산원음어린이합창단, 오렌지카운티교당 합창단, 강남교당 원코러스 합창단 그리고 원앙상블 클래식 연주단까지 머무는 곳마다 성가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열정을 다해온 ‘원불교 성가연구회’ 이자원 원무(강남교당)를 만났다.

성가 음악감독이 있다면 제일 먼저 그를 손꼽을 정도로 평생을 성가 발전에 매진해온 그는, 이제야 인생의 숙제를 해결했다며 한시름 놓는다. 꼬박 2년이 걸린 ‘원불교 성가 화성 수정 연구보고서’가 지난 2월 완성돼 교단에 전달됐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재촉한 사람도 없는데 ‘누군가 꼭 해야 할’ 그 일을 자력으로 해냈다. 그 숱한 고민과 노력과 좌절 속에서 피어난 결과가 보고서 몇 장으로 요약된 것을 보고 그는 허탈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법명을 내려주며 “교단의 자원이 되라”고 한 대산종사의 당부를 늘 가슴에 품고 살았는데 이제는 할 말 하는 제자가 됐다며, 완성이 아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는 그. 그칠 줄 모르는 그의 열정과 꿈을 따라가 봤다.
 

‘원불교 성가 화성 수정 연구보고서’를 완료한 데 경의를 표한다. 원무님에게 있어 성가는 어떤 의미인가.

“원불교 성가는 내 인생의 숙제였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반주자들에게 성가를 보여주면 ‘화성이 안 좋아요. 이거는 연주할 수 없는 곡이에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정말 부끄러웠다. 그때부터였다. 성가를 무대에 올릴 때마다 전문 작곡가에게 의뢰해 편곡했다. 무대에 올리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 반응은 너무 좋았다. 한 번은 대전에서 원음어린이합창단을 데리고 편곡한 성가를 무대에 올렸는데 어떤 교도님이 ‘원불교 성가가 이렇게 가슴 절절하게 와 닿는 것은 처음’이라며 너무 기뻐해 줬다. 그때 희망을 보게 됐다. 성가로 울림을 주고 영성을 맑힐 수 있다면 내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다가왔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하지 않으면 안되는 내 인생의 숙제였다.”
 

원무님에게 강한 울림을 준 성가가 있다면?

“성가 48장 득도의 노래다. 나는 대산종사께 자원(慈圓)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한자가 가진 뜻은 자애롭고 원만한 사람이 되라는 의미인데, 당시 한글로 풀이해 주시며 ‘교단의 자원’이 되라고 당부하셨다. 입교식 때 그 성가를 들으며 정말 많이 울었다. 또 한 곡은 성가 29장 교무송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교화하는 교무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교무송을 들으면 원불교가 발전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성가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강하기 때문에 안타까움도 클 것 같다. 이번 성가 화성 수정에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성가 162장이 거의 기독교 신자에 의해 작곡됐다. 또한 1960년대 화성법으로 구성돼 원불교 고유의 정서를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다. 원불교는 불법을 시대화·생활화·대중화하는 종교인데 현 성가가 화성법에 전혀 맞지 않다면 교도는 물론 일반인이나 음악 전공자들에게 부끄럽지 않겠는가. 성가 화성 수정은 4성부에 맞춰 부를 수 있게 했고, 병행·은복·중복 등 화성학에 맞지 않는 많은 부분이 수정됐다. 또한 마디를 넘어갈 때 화음이 바뀌지 않는다거나 성부 간 영역을 침해한다거나, 일반인들이 부르기에 다소 높은 곡은 조바꿈을 했다.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곡의 진행이 매끄러워야 한다’는 데 기준을 잡았다. 사실 전공자가 아니면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마디 수 표기나 빠르기 말 삽입, 작사자·작곡가 명기 등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영역까지는 알아채지 못한다는 게 연구자로서 아쉽긴 하다.”
 

성가 화성 수정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교도들에게 이미 익숙해져 있는 성가 멜로디를 수정하지 않고 화성만 수정·보완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최대한 4성부에 맞춰 수정하다 보니 피아노 반주 도약이 있을 수 있으나 일반인들은 멜로디만 듣고서는 그 고뇌의 흔적을 알 수 없다. 자문역할을 해준 김승원 교무님은 ‘첫 출발이니 음악인들에게 부끄럽지만 않게 해도 성공이다. 앞으로 성가 가사에 맞게 새롭게 작곡을 해보자’고 격려해 줬다.”
 

성가 화성 수정에만 2년이 걸렸다. 아직도 숙제가 있다면?

“아직까지 교단이 성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사실에 불안해 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주옥 같은 가사를 가지고 저작권도 없이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할 수만 있다면 가사에 맞게 편곡해서 교도들, 일반인들에게 영성을 깨우는 멜로디로 다시 작곡하고 싶다. 이번에 원앙상블이 성가 11곡을 클래식으로 편곡해 음반을 내고, 교단 최초로 음원사이트에 등록했다. 이제 시작이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 또는 일상생활 속에서 흥얼거릴 수 있는 그런 성가 멜로디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
 

이번 성가 화성 수정에 동참한 국내외에서 공부한 전문음악인들만 총 27명이라 들었다. 수정을 마치고 난 다음 그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특히 피아노 반주자들이 연주를 하면서 ‘너무 좋아요. 행복해요. 엄청 업그레이드 됐어요’라고 말해줄 때 뿌듯했다. 또한 멜로디 수정을 안 하면서 화성적으로 원불교 정서를 담아내려고 하니 작곡가들의 고생이 많았다.”
 

심혈을 기울였지만 욕심껏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성가에 대한 목마름이 있을 것 같다.

“화성만 수정한다는 게 많은 한계가 있다. 때문에 좌절한 적도 있었고, 나혼자 뭐하고 있나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영생을 믿는 신앙인이기 때문에 다음 생에 누군가 와서 보더라도 나처럼 안타까워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성가 화성 수정 후, 정리 작업에 도움을 준 조인덕 님, 장라희·김승래 청년 외 강남교당 교무·교도님들에게 감사드린다.”

 

성가를 원불교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혼자이기에 묵묵히 해나가는 그 발걸음이 무겁기도 할 텐데 그는 지난해 ‘원불교 성가연구회’를 발족해 후진양성에 나섰다. 그칠 줄 모르는 그의 성가에 대한 열정은 향후 화성팀과 가사팀으로 나눠 성가 연구의 체계를 갖춰 나갈 전망이다. 한국인의 영성을 깨우는 데는 노래만 한 것이 없다며, 앞으로 시대는 ‘영성을 깨우는 성가’라야 좋은 법도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며 교단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제는 교단이 그의 진심을 받아줄 차례다.

원앙상블의 클래식으로 편곡된 다섯 곡의 성가가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의 위로가 되고 도반들을 그리워 하는 재가출가 교도들에게 그리움을 자아났다. 
이자원 원무가 음악감독 겸 곡 해설가로 무대를 연 원앙상블의 클래식 성가연주가 지난 1월 24일 서울교구 신년음악회로 온라인 방송됐다. 클래식으로 편곡된 다섯 곡의 성가는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의 위로가 되고 도반들을 그리워 하는 재가출가 교도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줬다. 

3월 5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