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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영화 속 마음공부 20
나만 모를 뿐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2021. 03. 24 by 박선국 교도
미나리 (Minari, 2020)
감독: 리 아이작 정
배우(배역): 스티븐 연(제이콥), 한예리(모니카), 윤여정(순자),
 앨런 S. 김(데이빗), 노엘 조(앤), 윌 패튼(폴)

 

│영화 줄거리│

미국 이민 10년차의 한인 가족이 도시를 떠나 황무지나 다름이 없는 아칸소의 한 시골 마을로 이사 오게 된다. 가장 제이콥은 이곳에서 농장을 할 생각이다. 그러나 아내 모니카는 아픈 아들 걱정에 이런 오지에 사는 것이 편치 않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돌봐야 할 사람이 필요했기에 외할머니를 미국으로 초대한다. 아이들을 할머니에게 맡긴 부부는 병아리 감별사 일을 다시 시작하고 제이콥은 이웃의 폴과 함께 농장 일도 시작한다. 아이들은 낯선 할머니의 말과 행동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부의 관계도 갈수록 서먹해 지기만 한다. 저축한 돈도 바닥나고 우물물도 말라버린 상황. 이제 이들은 어떻게 이것을 헤쳐 나갈 것인가?

영화 '미나리' 포스터.

 

영화 <미나리>는 미국에 이주한 한인가족의 굴곡진 삶을 소재로 한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잘 자라나는 미나리처럼 낯선 상황에서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는 그들의 모습을 통하여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으리라. 영화는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믿길 정도의 직설적인 화면과 솔직하면서도 간결한 대사 그리고 그 빈 공간을 메우듯 흐르는 음악들이 어우러져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느낌을 우리에게 담담하게 전해준다.

이민 2세인 감독의 어린 시절 추억들을 바탕으로 하여 시나리오가 쓰였고 그러기에 영화는 막내아들 데이빗의 시선을 통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는 그의 시선을 끊임없이 따라가며 질문을 던진다. 왜 아버지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지? 엄마는 왜 아프지 않으려면 기도를 해야 한다고 하는지? 할머니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경계를 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가 뭔지? 그리고 군인출신의 폴 아저씨는 십자가를 매고 왜 고행을 하는지? 의문투성이 세상 속이 데이빗은 아니 우리들은 궁금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인물들의 성격 배경은 모호하기만 하다. 설명이 없거나 짧은 대사 정도로만 그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과거보다는 지금 현재 상황에 더 집중하기를 바라는 감독의 의도처럼 보인다.

그 인물들은 세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순자와 폴로 대변되는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아픔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고 싶어 하지 않기에 그저 사랑과 믿음으로 인고하고 참회하며 산다. 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다음세대의 바탕이 되어주려 한다. 순자가 어린 손자에게 용기를 북돋는다든지 폴이 아무 조건 없이 제이콥의 농장 일을 봐주는 모습이 그것을 대변한다.

제이콥과 모니카 부부는 가난을 피해 미국 땅을 밟게 된 세대이다. 그들은 비바람에 나뭇가지처럼 계속되는 시련에 흔들리기는 하지만 더욱 튼튼한 기둥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니카의 서툰 감별사 일이나 초보 농사꾼 제이콥의 모습이 그것이다.

이민 2세인 데이빗과 앤 남매는 위세대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자신들만의 씨를 뿌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는 세대라 하겠다. 선천적 심장병을 이겨내고 데이빗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여 뛰는 모습이 그것을 잘 상징하고 있다. 나누어질 수 없는 이 세대들은 자연의 순리처럼 그렇게 흘러가야만 하는 것이다.

영화는 잠을 자는 네 가족의 모습을 거의 마지막 모습에서 보여준다. 그 이전까지 각자 자기만의 방을 쓰는 그들이 한 방에 누워있는 모습이다. 이제 이 가족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갈라서지 않고 함께 할 거라는 상징처럼 보여다. 또 다른 어려움이 내일 오더라도 그들은 하나가 되어 이겨 나갈 것만 같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순자의 모습이 있다. ‘이제는 됐다’며 안쓰러워하면서도 안도하는 듯한 그녀를 보며 생각해 본다.

인생은 고해(苦海)라 했다. 그것을 안다면 의연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나의 가치를 드러내는 진정한 모습일 거라고.

 

박선국<br>돈암교당 교도<br>​​​​​​​문화평론가
박선국
돈암교당 교도
​​​​​​​문화평론가

3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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