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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똥이 돈이 되는 세상
신간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
2021. 04. 04 by 장인국 교무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
출판사 개마고원 / 값 14,000원

 

변기 하나 바꾸자는 캠페인이 아니다. 인분이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미래를 선택하자는 이야기다. 흥미롭지만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도서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개마고원·14,000원)가 출간됐다. 생태환경에 관심을 둔 원불교 재가출가 교도들이라면 눈여겨볼 신간이다. 이 책은 글감으로 다루기에 조금은 불편한 ‘똥’을 소재로 이야기를 엮어간다.

똥의 ‘가보지 않은 길’ 즉 똥은 폐기해야 할 더러운 오물이 아니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다룬다. 똥이 자원이 되면 하수는 오염도가 극적으로 개선되고, 효율적인 하수 처리로 화석연료 사용마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비비(BeeVi)시스템’은 벌(Bee)과 비전(Vision)의 첫음절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벌이 꿀을 만들 듯이 사람의 배설물을 유익한 에너지와 자원으로 만들자는 의미로 지어졌다. 배설물을 많은 물로써 처리한 뒤 최대한 먼 곳으로 보내야 하니, 막대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이 낭비적 처리방식을 자원 순환의 생태적 방식으로 바꿔보자는 의미다. 저자 조재원은 이런 점에 착안해 비비시스템에서 만들어내는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대안화폐, 일명 ‘똥본위화폐’를 기본소득으로 나눠주는 아이디어도 내놓는다.

똥을 자원과 에너지로 활용하자는 목소리는 세계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빌 게이츠는 자원 순환형 화장실을 개발하는 데 수백 억을 투자하고 있다.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똥은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비비시스템의 새로운 시도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공동저자 장성익은 숲에 떨어진 빗방울들이 모여서 종당에는 거대한 호수가 되듯이, 매일같이 내가 누는 똥이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하는 하나의 빗방울이 될 수 있다면! 이는 상상만으로도 유쾌한 일 아닌가 하고 묻는다.

4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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