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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영화속마음공부 23
세상은 열린 마음으로 보는 만큼만 보인다
2021. 06. 21 by 박선국 교도
더 파더(The Father, 2020)
감독: 플로리앙 젤러 
배우(배역): 안소니 홉킨스(안소니), 올리비아 콜맨(앤), 마크 거티스(남자)

 

/영화 줄거리/

 

오늘도 앤은 아버지 안소니를 급하게 방문하러 간다. 아버지를 돌보던 보호사가 그만두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꼬장꼬장한 성격인 안소니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고 자기 혼자 살 수 있다고 고집한다. 게다가 이번에는 보호사가 자신의 시계를 훔쳤다고 주장한다. 앤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하다. 혼자 살던 그녀도 새 남자친구가 생겨 조만간 아버지가 있는 런던를 떠나 파리로 이사 할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점점 정신이 흐려지고 있는 안소니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더 파더’는 치매에 관한 영화이다. 치매를 바라보는 시선보다는 치매에 걸린 주인공의 생각과 시선으로 영화 대부분이 전개되기에 스토리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시간의 흐름은 자주 단절되고 반복되며 연속성이 없이 이어진다. 배경과 등장인물의 모습이 바뀌기도 해서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한편으론 주인공 심리 상태가 이렇구나 하는 것을 간단명료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이야기는 퍼즐을 맞추듯 전개되기에 거의 마지막에 가서나 전체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만큼 화면 하나 음악 하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전달받지 못할 것이다.

주인공 안소니는 꽤 큰 아파트를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인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자기를 돌보는 첫째 딸 앤보다는 얼굴 코빼기도 안 보이는 둘째 딸의 그림에 더 애정이 있는 듯하다.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탭 댄서나 마술사의 꿈을 이루려 한 것 같다. 나름 성공했다고 여겨질 수 있는 그가 어느 때부터인지 주위의 모습이 이전과 다르게 변해 있고 알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마저 다르게 보였을 때 그 혼란함은 극에 달할 것이다. 당혹스럽고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노력해서 이루어 놓은 것들의 의미가 퇴색된 듯 느끼게 된다.

 

 

자신의 기억들이 충돌을 일으키고 무엇이 현실인지 모르겠다고 느껴질 때야 그는 잊고자 했던 과거의 진실과 마주한다. 둘째 딸의 죽음. 그것은 아마 그의 꿈을 대신 이뤄줄 줄 알았던 딸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며 그의 기억에서 삭제된 아픔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종종 자신만의 틀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느끼고 기억하기에 그것이 왜곡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것은 치매에 걸린 사람들이 선택적으로 자신의 기억을 왜곡되게 떠올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부분 그 틀은 노력으로 얻어진 지식이나 자존심 같은 것이기에 버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그 틀은 부여잡을수록 나 자신과의 괴리감을 더 커지게만 한다.

영화 마지막에 안소니가 잎을 모두 잃은 나목(裸木)이 되어버린 듯한 자신을 느끼며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먹이는 장면은 그 괴리감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우리는 육신으로 태어난 그때 이후로 육체적 성장은 계속되었지만, 정신적 성장은 없었음을 보여준다.

정신은 키우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 속에서 자신 스스로 발견해 나가는 것이리라. 그리고 이미 우리가 부처임을 발견해 가는 것이다. 마음에 눈을 뜨고 가슴으로 깨달아야 할 때이다.

박선국<br>돈암교당 교도<br>​​​​​​​문화평론가
박선국
돈암교당 교도
​​​​​​문화평론가

 

6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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