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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영화 속 마음공부24
산다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며 그 책임 또한 나의 것이다
2021. 07. 29 by 박선국 교도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2010)
감독_톰 후퍼, 배우(배역)_콜린 퍼스(버티, 조지 6세), 제프리 러쉬(라이오넬 로그), 헬레나 본햄 카터(엘리자베스)

 

│영화 줄거리│

버티는 영국 왕실의 두 번째 아들이다. 아버지 조지 5세의 왕위계승자는 당연히 첫째인 데이빗이다. 그러나 그는 왕위계승자로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왕이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덜컥 조지 5세가 별세하고 데이빗은 에드워드 8세로 영국의 왕이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미국인 이혼녀와 사랑에 빠져 왕위를 포기한다. 당연히 다음 왕위계승자인 버티는 얼떨결에 조지 6세가 된다. 때는 세계 2차 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시기. 영국 국민을 이끌어야 할 책임을 맡은 소심한 성격의 말더듬이 버티. 그는 진정한 왕이 될 수 있을까?

 

‘킹스 스피치’는 말더듬이 영국 왕과 그를 치료하게 된 호주 출신 언어치료사의 신분을 뛰어넘는 신뢰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왕과 평민이라는 큰 신분의 차이를 두고 만나게 된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가진 편견과 이상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클래식 음악과 적절히 매치시키며 관객의 공감과 감동을 일으킨다.

어린 시절 엄격한 아버지와 다재다능한 형 사이에 끼어 자존감과 자신감을 잃어버린 버티는 말을 더듬게 되고 나이가 들어 결혼하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될 때까지 그것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언어치료를 시작하지만, 실패를 거듭하다 마지막에 비정통이며 외지인인 호주 출신 언어치료사 라이오넬을 만나 마침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다. 영화는 이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말더듬이 버티와 언어치료사의 만남이 처음부터 순탄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열등감으로 상대를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왕족인 버티는 라이오넬을 겉모습(삶의 배경, 학위)만으로 판단했고 평민 출신의 라이오넬은 버티를 자신의 대리 만족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버티는 왕족이 아닌 평민이라면 그 규칙과 허울에서 벗어나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살 수 있으리라는 꿈을 라이오넬을 통해 꾸었다. 반면 라이오넬은 연기자가 되고자 하는 희망을 대중 앞에서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로 버티를 만듦으로 해서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려 한 것이다.

그러나 그 둘은 사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겁쟁이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었기에 상대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았다. 그 사실을 직시하고 각자의 몽상에서 깨어나게 된 그 둘의 모습은 영화 끝에 보게 된다. 대국민 라디오 연설을 마친 후 왕궁 발코니에서 군중을 바라보는 버티의 시선과 그런 그의 뒷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라이오넬의 시선은 평온한 하나의 시선임을 알 수 있다

버티는 언어치료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단지 겉으로 드러난 말더듬이 현상만을 치료하고자 하지만 그에 반해서 라이오넬은 수많은 경험을 통하여 원인의 뿌리가 과거의 상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버티의 감추어지고 가두어진 어린 시절의 아픔을 스스로 드러내도록 끊임없이 자극한다. 왕족이기를 원치 않았던 버티가 자신을 왕족이 아닌 동등한 위치에 대하는 라이오넬을 마주하면서 지금 나를 만드는 모든 조건과 상황은 바로 내가 선택한 것임을 깨닫는다. 왕이든 평민이든 말을 더듬던 유창하게 하던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종종 과거의 아픔으로 현재에 머물지 못하곤 한다. 사실 그 아픔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아픔을 놓아주지 않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 아픔을 놓아줄 때이다.

7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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