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성과 주착심 그리고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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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성과 주착심 그리고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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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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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튼교무의 정전산책 (120)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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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정신수양의 목적」을 보면 “유정물(有情物)은 배우지 아니하되 근본적으로 알아지는 것과 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는데, 최령한 사람은 보고 듣고 배우고 하여 아는 것과 하고자 하는 것이 다른 동물의 몇 배 이상이 되므로 그 아는 것과 하고자 하는 것을 취하자면 예의 염치와 공정한 법칙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자기에게 있는 권리와 기능과 무력을 다하여 욕심만 채우려 하다가 …….”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 욕심과타자의욕망
그렇다면 욕심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욕심은 제거해야만 되는 존재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욕심은 어떻게 생성되느냐는 것입니다.


「정신수양의 요지」에 등장하는 '분별성과 주착심'이 욕심의 근원입니다. 내 마음에 욕심이라는 분별성과 주착심이 자리잡고있는것입니다. '나, 내것'을 위해 하고 싶어 하고 하기 싫어하는 마음이 욕심입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자체는 문제될 것은 없으나 분별성과 주착심으로 치달리면 문제가 됩니다. 욕심은 아는 것과 하고자 하는 것을 자기의 권리와 기능과 무력을 다 하여 취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보고 듣고 배우는 과정에서 아는 것과 하고자 하는 욕심이 증폭되고 내면화됩니다. 보고 듣고 배우는 과정에서 타자의 욕망이 자기화 되어 내면에 깃들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의 욕망인 듯하지만 살펴보면 타자의 욕망이 들어와 있는것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자의 욕망에 따라 욕망하는 욕망의 노예로 살게 됩니다.


# 욕망의주체와타자의욕망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구강기 시기의 아이는 엄마젖을 빠는 것에서 쾌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정 정도 성장하면 엄마가 젖을 때기에 아이는 엄마젖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가지게 되며, 이의 해소를 위해 자기 손가락을 빨거나 아니면 옷등을 빨게 된다고 합니다. 대리만족이지요.


인간은 금지된 것을 욕망합니다. 즉 금기가 없다면 욕망도 없다는 것입니다. 금기로 인해 인간은 욕망의 주체로 탄생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엄마젖은 이제 금지된 욕망의 쾌락대상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잃어버린 쾌락은 우리의 삶에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욕망의 대상으로 존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구강기를 지난 아이의 경우처럼 부모는 더 이상 엄마젖을 찾는 아이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욕망에는 엄마의 욕망이 깊이 깃들게 됩니다. 나의 욕망이 아니라 엄마의 욕망이 스며든 것입니다. 그래서 엄마젖을 탐하면 안 된다는 욕망의 주체로 탄생된 것입니다. 그 욕망의 주체는 자신의 소망이 아니라 엄마의 욕망에 의해 길들여진 것이지요.


이처럼 우리가 현재 욕망하는 것에는 어린 시절 부모의 욕망과 사회로부터 금지된 것이 내면화 됩니다. 현재 우리에게 일어나는 욕망에는 금기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이를 각성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타자의 욕망에 끌려만 다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각인된 타자의 욕망을 확인하여 직시해야 합니다.


지금 내가 하고자하는 것이 사실은 과거의 부모나 사회나 선생님이 바랐거나 금기시했던 욕망이 내면화된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수행에도 교단과 스승님의 욕망이 스며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스스로 직관하여 자각해야 합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타자의 욕망이 내면화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주체적으로 소망하는 것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의 욕망에 타자의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때 그 욕망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입니다.


내면화된 타자의 욕망에 지배될 것이 아니라, 깨어있는 정신으로 이러한 욕망에 물들지 않고 통찰할 때 타자의 바람마저도 주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분별성과 주착심의 욕심에 끌려다니는 실상을 통찰하여, 본성을 여의지 않고 하고 싶은 경계에도 하기 싫은 경계에도 휘둘리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렷하고 고요하여 분별성과 주착심이 없는 정신을 양성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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