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恒産)과 항심(恒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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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산(恒産)과 항심(恒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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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2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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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무의‘유림산책’儒林散策 (21)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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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도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영화에서 동막골의 제일 어른은 한없이 인자하고 지혜로우며 동네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유일한 지도자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을 고함 한 번 지르지 않고 휘어잡는 영도력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인민군 군관의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영도력의 비결? 글쎄... 뭐를 좀 마이 메겨야지”마을 사람들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자신의 영도력의 비결이라는 말이다.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맹자를 만나 백성을 다스리는 요령에 대해 물었다. 맹자는 “인덕(仁德)을 베풀어 모든 사람들이 왕을 존경하여 왕의 나라로 모여드는 정치를 하라고. ”고 대답한다. 제선왕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하자, 맹자는 백성에게 중요한 것은 '항산'(恒産)과 '항심'(恒心)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항산이 없으면 항심도 없다.”고 대답한다.(『맹자』「양혜왕장구」상) 이에 대해 송나라 주자는 항산이란 수입을 만들어내는 생업을 말하고, 항심이란 사람이 항상 가지고 있는 선한 마음이라고 설명한다. 맹자의 말씀에 따르면, 물질적인 토대인 항산 없이도 도덕적 항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마음공부하는 사람이라야 가능하고, 일반 사람들은 먹고 사는데 부족함이 없는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어야 안정된 도덕심을 갖고 생활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가에서 말하는 윤리와 도덕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걸어가야 할 중요한 요소이지만, 민생의 안정 없이 도덕과 윤리만을 강조한다면, 백성들은 쉽게 따르지 않을 것이란 의미이다. 맹자의 말씀이나 영화의 대사가 명대사로 회자되는 것을 보면, 시대를 불문하고 현실적으로 이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었나 보다. 하지만“도가에서 어찌 돈을 밝히는가?”무시하며 경제의 자립을 위한 항산을 '공부삼아'하지 못하는 실정이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 대종사는 어떻게 생각하였을까? 경제는 과연 제생의세의 경륜과는 동떨어진 일일까?

대종사의 「사요」법문 중 자력양성에는 맹자가 말씀한 이 항산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자력자로서 타력자에게 권장할 조목을 보면, 부모로서 자녀에게 재산을 동등하게 분급하여 주며, 결혼 후에는 물질적 생활을 각자 자립적으로 하게 한다. 또한 남녀가 다 같이 직업에 근실하여 생활에 자유를 얻게 하여 자력을 양성하게 한다. 「최초법어」제가의 요법 제일 첫 조항에서는 실업과 의식주를 완전히 하고 매일 수입·지출을 대조하여 근검·저축하기를 주장할 것을 당부한다. 나아가 「정기일기법」에서는 '당일의 수입·지출 기재'라는 사실적인 훈련을 통해서 빈곤을 방지하고 안락을 얻게 하였다. 또한 미래의 불교는 출가 공부인의 의식 생활도 각자의 처지를 따라 직업을 갖게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것이 바로 대종사께서 이사병행(理事竝行), 영육쌍전(靈肉雙全)의 대전제아래 '정신의 자주력'(항심), '육신의 자활력'(항신), '경제의 자립력'(항산)을 기르고자 했던 자력양성의 실지이며, 맹자의 그 정신을 시대화한 것이리라.


대산 종사는 “항산을 하려면 생산성 있는 경제 기반을 가지며 매일 수입과 지출을 대조하고 근검저축 절약 절식으로 자립을 해야 하고, 항신을 하려면 먹는 것을 조심하고[戒食], 색을 조심하고[戒色], 명예를 조심[戒鬪]하여 자력을 세워야 하며, 항심을 하려면 아침저녁으로 심고를 올리고 선정에 들며, 젊을 때부터 10년, 20년, 30년을 기도 일념으로 계속해야 일생을 잘 살고 영생을 잘 살 수 있다.”고 당부한다. 항산과 항신이 부족하지 않아야 항심의 공부 또한 이어갈 수 있으니 어느 한 가지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단체와 교단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늘도 항산하며 살았는가? 오늘도 항심으로 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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