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를 진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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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를 진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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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2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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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유행가」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박종훈의 경제쇼’연출

임희숙'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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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참 무섭습니다. 날이 흐리면 도지는 신경통처럼 가난의 트라우마는 불쑥불쑥 몸과 마음을 찔러댑니다. 천진난만하고 귀여워야할 어린 시절이 없었던 것도 가난 때문이었을 겁니다.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 어려서부터 참 자주 들었던 말입니다. 맞는말입니다. 그러나 구제까지는 바라지 않았습니다. 가난은 누가 뭐라고 눈치주지 않아도 충분히 비참하니까요. 운 좋게 가난에서 벗어난 소녀는 이제 아파트 값에 연연해하는 소위 '기득권층'이 되었지만 그 시절의 기억이 소환되어 참으로 괴로울 때가 있습니다.


'갑질'이라는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놀랍고 처참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뛰고 우울해집니다. 저 역시 수많은 을 중의 하나로 찍소리 내지 못하며 살았을 테니까요. 누군가는 그러죠. '왜 그렇게 당하기만 하느냐. 그만두던가, 고발을 해야지!'


나라면 어땠을까. 저도 그만두지 못했을 겁니다. '먹고 산다'는 단순한 삶이 얼마나 엄중한지 저는 8살 때부터 확실하게 알았으니까요. 동료가 맞는 것을 봐도 못 본척하고 최소한의 인간적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폭언에도, 던져지는 물 컵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을 때 아마도 그 분노는 자신을 향할 겁니다.


꿈쩍하지 않을 '돈의 위력'에 굴복하는 스스로가 얼마나 부끄럽고 모멸스러울까요. 얼마 전 알려진 어떤 갑질도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도무지 열 살 어린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폭언과 갑질은 오히려 견딜만했다던 기사님. 그 분이 정작 힘들었던 일은, 그 부모가 2~3만원 정도의 '소소한'돈을 먼저 내라, 그러면 나중에 계산해주겠다고 했던 일이었답니다. 2백 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받는 기사님에게 2~3만원은 너무나 큰돈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한 끼 점심 값에 불과했을 그 돈 때문에 정말 고통스러웠다는 기사님 이야기에 눈물이 쏟아집니다. 그 기사님에게서 우리 엄마를, 나의 어린 시절을 봤기 때문입니다. 누가 '돈'으로 누군가를 괴롭힐 권한이 있답니까? 뭘 어떻게 해야 이런 갑질이 없어질까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운다는 그 기사님은 한 가정의 가장일 겁니다. 중학교 졸업 후부터 '등이 휠 것같은 삶의 무게'를 져왔을 기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임희숙의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백창우 작사 작곡)'의 가사가 자꾸 떠오릅니다.


“너를 보내는 들판에 마른 바람이 슬프고 내가 돌아선 하늘에 살빛 낮달이 슬퍼라. 오래도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가거라. 사람아 세월을 따라. 모두가 걸어가는 쓸쓸한 그 길로”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그게 무엇인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을 사람들. 영원히 살 것 같아 그러는 걸까요? 일자리를 잃고 '먹고 사는'일이 막막한 기사님에게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요? 곧 겨울인데 그 분은 어떻게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막막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쓸쓸한 길로 걸어갈 나약한 존재인데 사람 한 평생이 왜 이렇게 고단하고 아플까요. 정의롭게 살아오진 않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들이 없을까 마음이 무거운 요즘입니다.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임희숙은 '진정 난 몰랐네', '사랑의 굴레', '믿어도 될까요'등 진정성 있는 짙은 노래들 들려줬습니다. 성심성의껏 진솔한 감정을 담아 부르는 그녀의 노래가 힘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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