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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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삶의 지혜
  • 전정오 교도
  • 승인 2019.03.20 20:02
  • 호수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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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매주 목요일 오전 분당구청에서 민원안내를 하면서 이혼서류를 어디에 내야 하는지 묻는 노년의 남녀를 자주 본다. 수십 년을 같이 살아온 부부가 무엇 때문에 이제 와 이혼을 결심한 것일까? 필자는 그 원인의 하나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살아온 그간의 생활 태도를 지적하고 싶다. 부부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당연히 다르다. 따라서 상대방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하고 행동해야 한다. 상대를 배려해서 한 행동이 오히려 상대를 화나게 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암소신부와 사자신랑'이라는 예화를 소개한다.

신혼 첫날 암소신부는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신선한 풀을 골고루 갖춰 정성껏 아침 식사를 마련했다. 그런데 풀만 가득한 상차림을 본 사자는 누구보고 먹으라는 것이냐고 버럭 화를 내고 나가버렸다. 그러나 화를 내고 나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새끼 노루를 잡아와 맛있는 부위를 암소신부에게 주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노루고기를 본 암소신부는 사자신랑이 너무 원망스러워 펑펑 울었다.

이 예화에서 볼 수 있듯 잘하려고 했지만 서로 다른 기호와 습성 때문에 부부간에도 마찰이 많이 생긴다. 서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것이다. 육식동물인 사자는 초식동물인 소의 식성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고, 소 역시 사자의 식성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숲에 앉아 귀를 기울이면 새 중에도 음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도 새소리인가?' 하면서 가벼이 미소 짓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음치새' 덕분에 숲속의 음악은 더 다채롭고 화려해지는 것이다. 주위에 있는 부부들을 보면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끼리 짝이 된 경우가 많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성질이 급하면 다른 한 사람은 아주 느긋하다. 급한 사람끼리 만났거나 느긋한 사람들끼리 결혼을 했다면 그 결혼생활은 어떨까? 십중팔구 잘 살지 못할 것이다. 급한 사람끼리는 노상 다투기 쉽겠지만 느긋한 사람끼리 만나도 바람직하지 않다. 필자 지인 중에 느긋한 부부가 있는데 나중엔 서로 싫증을 느끼는 것을 보았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때 조화를 이루게 된다.

타인이 나와 같지 않음을
인정하고 내 가까운 인연,
내 주변의 사람들부터
공경하고 배려할 때 주위는
물론 나도 행복해지는
자리이타의 삶이 되는 것이다

<대종경> 교단품 4장을 보면, “사람 사람이 각각 자기의 성질만 내세우고 저 사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정한 동지 사이에도 충돌이 생기기 쉽나니, 나의 아는 바로써 저 사람의 아는 바를 부인하거나 무시하며, 심하면 미운 마음까지 내게 되나니, 이는 그 특성을 너른 견지에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까닭이니라.”말씀한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내가 맞고 상대가 틀렸다고 믿기 십상이다. 그래서 자기 생각을 타인에게 주장하고 심지어는 강요까지 한다. 특히 자녀들에게 부모 생각을 강요하고 부모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고 윽박지르기 쉽다. 그러다 보면 자녀들과 사이가 나빠지고 종국에는 부모 자식 관계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내 생각이 옳다는 주견 때문에 교당에서도 크고 작은 말실수나 행동의 잘못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인간관계가 크게 나빠져 교당생활이 행복하지 못한 경우를 많이 본다.

타인이 나와 같지 않음을 인정하고 내 가까운 인연, 내 주변의 사람들부터 공경하고 배려할 때 주위는 물론 나도 행복해지는 자리이타의 삶이 되는 것이다. '교단품' 말씀처럼 사람마다 특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의 삶이 더욱 화목해질 것으로 확신한다.

전종오 교도.jpg

/분당교당·건국대 겸임교수

 

[3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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