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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의 향기
한강교당 태산 정태원·금타원 이일환 부부
[일원의 향기] 삼라만상 모두가 부처인 것을
2021. 11. 09 by 박혜현 객원기자
매주에 법회에 함께 오는 한강교당 태산 정태원·금타원 이일환 부부.

 

“여행 가서도 가정기원 기도는 빠지지 않고 드렸어요. 여행 중에도 법신불 사은님이 함께하시니 당연히 기도를 드릴 수밖에요. 이제는 생활이 되어 아침 가정기원 기도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해요.”

새벽 6시면 지성으로 가정기원 기도를 드리고 교전을 한 장씩 봉독한 후, 하루를 시작하는 한강교당 태산 정태원(80)·금타원 이일환(75) 부부교도. 기도하고 염불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이 부부는 순간순간마다 일원상 법신불과 함께한다.


나를 내려놓는 염불 1000독

정 교도는 가정기원 기도 전에 매일 아침 염불 1000독을 하며, 마음의 힘을 기르고 있다. 삼라만상 모두가 부처임을 깨달아 마음의 대자유를 얻을 때까지 그는 기도와 염불을 계속하려 한다. 수행 정진에 매진하는 남편을 보며 아내인 이 교도는 “다들 태산님을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고 해요. 우리 가족들이 무탈하게 잘 사는 것도 태산님의 지극한 기도와 수행의 정성 덕분이라 생각해요”라며 남편을 향한 든든함을 숨기지 않는다.


신나는 봉공활동

결혼 전에는 원불교를 전혀 몰랐는데 결혼과 함께 남편이 이끄는 대로 입교해서, 매일 아침 가정기원 기도에 함께하고 부부가 같이 법사가 되었으니 이 교도의 공도 만만치 않을 터.

“원불교로 인도했을 때 불평 없이 잘 따라주고, 교당 봉공회 활동도 앞장서서 해줘서 무척 고마웠지요.” 편안하게 가족들을 보살피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한 아내를 만난 것도 사은님의 은혜라 생각한다며 정 교도는 속마음을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그러자 이 교도는 남서울교당(한강교당 전신, 흑석역 50m)이 서울회관에 입주해 있을 때 재미나게 봉공활동 했던 추억을 떠올린다. “콩을 지하에서 삶아서 옥상까지 들고 가 간장·된장을 담갔는데, 지하부터 옥상까지 오르내리느라 어느 땐 다리가 퉁퉁 부었어요. 그런데도 서로 단합이 잘 되어 힘든 줄도 모르고 즐겁게 일했지요.”

1990년도에는 한강 물이 넘치는 물난리로 서울회관 지하식당이 물에 잠겼다고 한다. “당시는 하수도 시설이 좋지 않은 때라 그런지 식당에 똥이 둥둥 떠다녔어요. 교도님들과 물을 퍼내고 그릇들을 씻고 정리했던 기억이 새롭네요.”

새 교당을 만들기 위해 김치, 된장, 간장, 깻잎뿐만 아니라 찐빵까지 만들어 팔았는데, 부부가 앞장섰던 봉공회 바자회는 그야말로 축제였다고. 정 교도는 교당에서 찐빵을 만들어 팔 때, 새벽 5시 교당에 가서 미리 물을 데워 준비해 놓는 게 즐거움이었다고 그때를 회상한다. 부부는 이렇게 봉공에 앞장섰으면서도 남서울교당이 서울회관에서 독립할 때 많은 도움을 못 드려서 항상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믿음의 힘

4년 전 남편은 위암 초기로 수술을 했다. 수술받으러 들어가는 순간에도 ‘몸 관리를 제대로 못 해서 사은께 죄송하다’는 참회기도를 올렸을 정도로 그의 믿음은 올곧다. 이를 지켜본 부인 또한 큰 걱정이 안 되었다고 한다. 인과를 믿는 신앙인으로서 조용히 기도만 드렸을 뿐이라고. 공부와 기도로 진리에 대한 확신이 몸에 밴 법사 부부의 초연한 모습에 숙연함이 느껴진다.

현재 남편 정 교도는 서울성모병원과 고려대 안암병원 봉사를 거쳐, 10년째 아산병원에서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병원 안내를 하고 휠체어를 밀어주는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아산병원은 규모가 크다 보니 찾아오는 환자분들이 헤매는 경우가 많아요. 병원 곳곳을 잘 아는 제가 안내를 해 드리면 많이들 고마워하지요. 제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으니 행복할 따름입니다.” 10년 넘게 꾸준히 봉사하다 보니 병원에서도 봉사상을 받았고, 구청에서도 상을 받았다고. 본인도 암 수술을 한 환자임에도 병원에서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봉사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멋진 포부를 밝힌다.


그 자리마다 존재한다

‘마음은 모든 선악의 근본이 된다.’는 〈대종경〉 요훈품 3장을 생활의 표준으로 삼고 욕심과 집착을 놓고 감사생활을 한다는 금타원 이일환 교도. ‘나’라는 상을 내려놓고 시방삼계가 다 오가(吾家)의 소유이고 우주만물이 이름은 각각 다르나 둘이 아니라는 일원상의 진리를 깨칠 때까지 수행 정진에 여념이 없는 태산 정태원 교도. 이 부부의 염원은 하나다.

“우리 법이 이렇게 좋은데, 왜 교도들이 안 늘어나는지 안타까워요. 원불교가 드러나서 한강교당 법당이 가득 차도록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두 교도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강교당 한도운 교무는 ‘밥을 먹으면 육신이 건강해지듯이 이 부부는 신앙과 수행으로 정신의 건강과 일상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가시는 분들이다. 숨은 듯 드러나지 않지만 나타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그 자리마다 존재해 계시는 그런 신앙인들이다’라는 말로 두 분의 신앙과 수행을 칭찬했다. 평범한 데서 도가 익어간다.

11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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