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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진심은 때로 표현하지 않으면 오해를 만든다
2021. 12. 21 by 박선국 문화평론가
더 저지(The Judge, 2014)감독: 데이빗 돕킨배우(배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행크 팔머), 로버트 듀발(조셉 팔머), 베라 파미가(사만다 파웰), 빈센트 도노프리오(글랜 팔머)
더 저지(The Judge, 2014)
감독: 데이빗 돕킨
배우(배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행크 팔머), 로버트 듀발(조셉 팔머),
베라 파미가(사만다 파웰), 빈센트 도노프리오(글랜 팔머)

 

영화 줄거리

미국 시골 마을 출신인 헹크는 나름 유능하고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시카고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바람난 아내와 이혼을 고민 중이지만 딸아이 양육권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된 그는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다독이며 고향에 도착한다. 변함없는 마을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아버지를 저지(판지)라고 부를 만큼 멀어져 있던 그와의 관계도 전혀 변함이 없다. 덜컥 어머니 장례식 다음 날, 아버지는 살해 용의자가 되고 만다. 헹크는 그의 변호사가 되어 무죄를 증명해야 하는데…

〈더 저지〉는 판사인 아버지와 변호사인 아들과의 관계회복을 다룬 법정영화 형식의 가족드라마이다. 40년 이상 판사로 일하며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인정을 받아오던 아버지와 청소년 시절의 사건들로 멀어진 이후 아들이 살인사건을 계기로 하여 서로 간에 있었던 소통의 부재와 오해를 풀고 가족애를 되찾게 되는 스토리를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아주 소소한 몸짓과 시선으로 이어간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과 그 해소라는 큰 주제 아래 아들의 가족 문제, 연애 문제. 형제 간 다툼 등이 얽히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답답할 정도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고집하는 아버지와 누가 봐도 이익이 된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아들과의 소통과 화해는 어려워 보이기만 한다. 그러던 그 둘은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를 넘어 판사와 변호사라는 직업적인 관점으로 서로를 바라봄으로써 좀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상대를 판단하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이 영화의 백미는 아들과 아버지의 화해 장면이라 하겠다.

증거는 없었지만, 아내를 모욕하는 말을 듣고 그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말을 하여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 암 때문에 풀려난 아버지는 아들 헹크와 함께 어린 시절처럼 낚시를 간다. 그들은 조용히 낚시하며 과거를 추억한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한다. “너는 나에게 최고의 변호사였다.” 그때 아들도 깨닫게 된다. 아버지가 최고의 판사였다는 것을. 그리고 조용히 돌아가신 아버지를 발견하곤 지긋이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듯한 그의 눈빛은 아련하게만 보인다. 그런 그의 모습은 바로 아버지를 닮았다. 그리고 닮고 싶지 않은 아버지 모습을 닮아 있는 자신을 깨달으며 아들은 미소 짓는다. 아버지도 아들도 변호사도 판사도 없는 하나된 순간이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그리고 연말이다. 지난 한 해 소원했던 인연들을 생각해 본다. 그렇게 멀어지게 된 것이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기 전에 먼저 나 자신에게 물어보자. ‘그래서 당신은 지금 평안한지요?’ 그렇지 않다면 그때 다시 질문해보자. ‘당신은 지금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요?’ 그때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질문임을 알게 될 것이다.

12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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