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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개벽의 과학
정신개벽의 과학12
[정신개벽의 과학] 나는 누구인가
2021. 12. 21 by 박시형 교도
박시형<br>강남교당 교도<br>서울대학교 연구교수<br>지능형반도체포럼 위원장
박시형
강남교당 교도
서울대학교 연구교수
지능형반도체포럼 위원장

‘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후배 교수가 쓴 책이 있다. 나를 이스라엘 하느님과의 연계 속에서 찾는 내용이다. 절대자를 받아들임으로써 느끼는 삶의 풍성함, 안정감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대다수 사람들은 ‘내가 나이지’하면서 바보 같은 질문으로 이해한다.

정답이다. 내가 나이다. 너무 명확한 답에 대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미, 개나 고양이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오랜 진화과정에서 사람만이 가지게 된 엉뚱한 질문이다.

인간만이 남이 죽은 가는 것을 보고 나도 언젠가 ‘죽는다’고 추정하고, ‘끝’이라는 개념 또한 만들었다. 죽는다는 것을 아니까, 당연히 죽은 후는? 혹은 우주의 끝 다음은? 하고 묻는다. 답이 ‘끝은 없어, 영원해’라고 하면 또 그래도 계속 가면? 하고 물을 것이다. 아예 답이 없는 잘못되고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현대 물리학은 이러한 쪽에 손을 들어준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질문이 많은 경우는 제한된 경험에서 만들어진 잘못된 질문이라는 것이다. 양자 역학은 ‘빈’ 공간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명확하게 결정되는 빈 공간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빈 공간을 알려면 무언가를 손을 대어야 하는데 손을 댔다는 것이 이미 빈 공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죽음’ 역시 내가 이런 것이겠지 하고 대답을 상정하면 틀린 것이라고 확장 해석할 수 있다. 해답을 구했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석가나 대종사, 아마도 예수가 그럴 것이다. 예수는 ‘내’가 아브라함 이전에도 있었다고 하고, 석가는 ‘내’가 없다고 하고, 대종사는 ‘나’를 탐구하는 대신 실제 생활에서 ‘마음공부’를 중요시한다.

많은 현자들의 가르침이 ‘나’에 얽매이지 않는 쉬운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현대의 인도 성자인 라마나 마하리쉬는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기만 하는 쉬운 방법을 가르친다. 숨을 쉴 때도 숨을 쉬는 것을 느끼는 것이 누구인가? 고통이 느껴질 때, 고통을 아는 자가 누구인가? 깨달음의 느낌이 왔을 때, 찾았다고 아는 자가 누구인가? 하고 묻기만 하라고 가르친다. 바로 화두와 같은 방법(간화선)이다. 끝까지 추구하다 보면, 사냥개가 주인을 찾듯이 ‘내(혹은 마음바탕)’가 찾아진다는 것이다.

지난 일 년 동안 ‘정신개벽의 과학’으로 독자들과 대화했다. 바람, 양자마음,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진화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학과 마음공부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으로 인류는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험은 무언가 과학 기술 지식 철학이 많아질수록, 진화하는 만큼 죽음과 고통의 그림자가 더 짙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제 우리는 원불교를 이야기한다. 다른 나라, 다른 민족, 그리고 다른 생각을 무찔러야만 내가 산다는 생각들이 활개칠 때, 전라도 천년이라고 했던가, 오랜 인연이 이슬처럼 뭉쳐져 원불교라는 새로운 빛이 탄생했다. 실생활에서 마음공부를 하면, 작은 내가 점점 커져서 우주 만물이 나의 집이 된다는 가르침이다. 이를 『원불교교전』 곳곳에서 실증으로 가르쳐 주고 있다.

바닷물을 막아서 간척지를 만들었을 때 일이다. 이 간척지의 법적 소유를 주장하던 사람이 나타났을 때, ‘그래, 이것이 그 사람에게 가더라도 일거리가 생기고 한 것이 아니냐, 너무 마음 쓰지 말고 우리 할 일이나 하자’는 말씀이 실증적으로 우주가 내 집이라는 마음을 보여준다.

이 가르침은 무기를 든 강자에게서 발생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문약한 곳에서 발생하지도 않았다. 아마도 홍익, 화쟁, 상생, 개벽 이러한 조선 사람들이 오랫동안 뭉쳐온 마음 바탕에서 발생했으리라. 이러한 마음 바탕이 과학의 발전을 품으면서 무언가 인류가 새롭게 살아가야 하는 길을 가르쳐 주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길에 올해 연재한 ‘정신개벽의 과학’이 조그만 이정표가 되었기를 바라면서, 새해 새로운 주제로 만나길 빈다.

12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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