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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의 향기
명타원 이명륜 교도·동안양교당
[일원의 향기] “아낌없이 내놓으니 행복해져요”
2021. 12. 21 by 박혜현 객원기자


원불교 감찰원은 소태산 대종사의 교법을 실천하여 사회의 모범이 되고 교단 발전에 공헌한 재가교도들을 발굴해 그 공적을 드러내고 귀감을 삼고자, 3년마다 특별미행상을 시상한다. 이 시상에는 인도실천상, 법규준수상, 상록수호법상 세 분야가 있다.

지난달 5일, 원불교 신앙인으로서 무아봉공의 삶을 통해 가정·사회·국가에 은혜의 꽃을 피워 인도실천상을 받은 동안양교당 명타원 이명륜(68) 교도를 만났다. 이 교도는 경기인천교구 봉공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둥지골청소년수련원 봉사, 원광대 산본병원 안내 및 차(茶) 봉사, 번개교당 법회 간식 봉사, 재해지역 밥차 봉사, 다문화가정 돕기 등 다양한 봉공현장에서 솔선수범해 왔다. 이뿐만 아니라 영산선학대학교 인재양성 육영사업 동참, 한겨레중고등학교 은자녀 결연 맺기, 교당 꽃꽂이 봉사, 결석교도 챙기기 등 활동 내용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녀의 시간은 보은봉공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도 모자라 동네 노인복지관 봉사까지 할 정도로, 그녀는 필요한 곳에는 발 벗고 나서며 교법을 실천하고 있다.

“여러 곳에 봉공활동을 하다 보니 주위에서 힘들지 않냐고 묻는데, 나눔을 하다 보면 저절로 감사가 느껴지고 아낌없이 주면 오히려 제가 행복해져요.”


조건 없이 주는 기쁨

그녀는 현재 8년째 교당 봉공회장으로 교당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올해도 교도들에게 김장김치를 주문받아, 360kg의 맛있는 김치를 담가 원가만 받고 교도 가정에 전달했다. 굳이 안 해도 될 일까지 찾아서 하는 그녀에게 이유를 물으니 대답이 아주 명쾌하다.

“계획을 짜서 그대로 실천하면 쉬워요. 교도들이 좋은 재료로 만든 김치를 맛있게 드실 생각을 하면 행복하잖아요.”

좋은 재료를 선택하다 보니 가끔은 가격이 원가에 못 미치는 때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손해라고 생각지 않는다. “앞서서 일하다 보면 손해를 볼 수도 있는데, 그것마저도 좋아요. 누군가 이익을 봤으면 됐지요. 조건 없이 주는 게 제 기쁨입니다.”

동안양교당 봉공회에서는 다문화가정과 결연 맺어 장학금과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도 그녀가 맡아서 알뜰하게 관리를 하고 있는데 교도들이 놀란 일화가 있다. 결연 맺은 다문화 친구가 신용 등급을 받기 위해 통장의 잔고가 필요하다는 소리를 듣고, 그녀가 선뜻 몇백만 원을 빌려줄 정도로 너와 나의 구분을 초월한 보살행을 실천해서다.

그녀가 이렇듯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무아봉공을 실천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 이유는 ‘있으면 모든 것을 나눠줘라. 남에게 베푸는 것이 재산’이라는 어머니의 큰 가르침 덕분이다.

“당신은 종이 한 장, 물 한 방울도 아끼셨어요. 그렇지만 봉사하기 좋아하셨고, 남김없이 나눠주시는 여장부셨지요. 지난 3월에 101세로 열반에 드셨는데, 살아 계실 때 모든 것을 나눠 주셔서 정리할 것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 어머니 곁을 그녀가 2년 전부터 지극정성으로 지키며 부모은을 실천해 왔기에 교도들은 그녀를 ‘효녀’라고 부른다.

그녀는 결혼 전 경력을 살려 범행을 저지른 어린 청소년들을 분류심사 하며 지도하는 봉사를 몇 년간 꾸준히 해왔다. 또한, 한겨레중고등학교 학생들과 결연을 맺어 그들이 한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게 지원도 했다. “학생들을 집으로 데려와 마스크팩도 해주고 누워서 사진도 찍으며 여러 이야길 나눠요. 오이소박이를 담그는 법도 알려주고 가족처럼 지냈지요.” 이제는 그 학생들이 청년으로 성장해 연락을 주고받으니 그녀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향기 나는 봉공인

8년 넘게, 교구와 교당의 봉공 일에 자신을 온통 바쳤으면서도, 그녀는 망설임 없이 이야기한다. “교당 일과 교구 봉공 일이 너무 재미있어요. 내가 행복하고 즐거운데 왜 (동안양교당) 봉공회장을 그만둡니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 더 열심히 하렵니다.”

힘든 일도 즐겁게 앞장서는 그녀 덕분에 교당 교도들도 복 받은 기분이다. “봉공회 봉사자들이 줄고 연세도 높아지고 있지만, 제가 두세 몫 하면 되니 지금은 걱정 없어요. 일도 때가 있는데 저는 그때를 몰라서 늦게 시작했어요. 봉사하면 또 다른 행복을 찾을 수 있답니다.” 봉사하며 경험한 많은 변화들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며 젊은 교도들에게도 ‘함께 봉공해 보자’라고 권유를 한다고.

그녀를 오랫동안 지켜본 동안양교당 조법전 교무는 “5년 전, 명타원님을 처음 만났을 때 눈이 천사 인형처럼 예뻤어요. 일하는 것을 지켜보니 더 예쁘더라고요”라며 “일이 다가오면 망설이지 않고 해내는 모습, 자신의 몸과 마음을 여한 없이 내놓는 참 봉공인의 모습을 갖췄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입과 지출에 규모를 정하지 않고 무조건 베푸는 그녀를 보며, 훗날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럴 때 그녀는 해맑은 웃음으로 답을 한다. ‘불생불멸과 인과보응의 진리를 알면 아까울 게 없다’라고.

스승은 나의 것이 되어야 공심이 나온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녀의 대중에게 이익 주려는 넉넉한 품과 마음 씀씀이를 보면, 세상 만물이 이미 그녀의 것이 되어있음을 알겠다.

12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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