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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영화 속 마음공부]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오직 현재 이 순간만이 있다
2022. 09. 28 by 박선국 영화평론가
나를 만나는 길(Walk with Me, 2017) / 감독 : 마크 J. 프랜시스, 맥스 퓨 / 출연(배역) : 베네딕트 컴버치(내레이터 목소리), 틱낫한(본인)

나를 만나는 길은 올해 1월 열반한 틱낫한 스님과 그가 프랑스 망명 후 세운 플럼 빌리지 공동체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영화는 기존 인터뷰 형식의 다큐멘터리 틀에서 벗어나 내레이션과 음악(사운드) 그리고 철저한 3인칭 시선(카메라)을 통하여 이야기를 이해시키기보다 느끼게 하는 영화이다. 관객에게 시간이 멈추어진 듯 고요 속에 빠져 생각을 놓고 온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곱씹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두 명의 감독들이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촬영대상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담아낸 그들의 외적 생활과 내적 고뇌를 이야기한다. 영화는 깨달음을 갈구하는 젊은 틱낫한 스님의 법문과도 같은 일기 내용을 마음을 녹이는 저음의 묵직한 내레이션으로 깔고 거기에 플럼 빌리지의 일상적이면서도 생경한 모습들을 얹어서 마치 긴 명상을 이끌어가는 느낌을 준다. 또 남녀노소, ·무식, 인종과 종교마저 뛰어넘는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사연을 촘촘히 연결하여 느슨한 듯 보이지만 끊이지 않는 긴장감을 이끈다. 그들의 작은 행동, 몸짓, 말 한마디에 미소가 번지고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틱낫한 스님의 깨달음 과정은 태양의 일출로 형상화된다. 영화 초반 나무숲에 가려진 태양은 아직 깨달음 전의 모습이었다면 후반 확 트인 창공으로 솟아오르는 태양의 모습은 자신의 본모습을 확연히 알아차린 상태를 의미한다.

‘나를 찾아가는 길’의 영어 제목은 ‘Walk with Me’이다. 직역은 ‘나와 함께 걸어요’라 하겠다. 스님은 수행형식으로 제자들과의 걷기 명상을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스님의 유언 중 한마디는 ‘나는 죽어서도 여러분과 함께 수행하겠다’고 하셨으니 거기에 걸맞은 제목이라 하겠다. 그러나 또 다른 해석을 해보고자 한다. ‘me’는 ‘참나’를 의미하고 지금 여기에 머무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의 모습임을 강조한 것처럼 ‘참나와 함께 가라’고 생각해본다. 되고 싶었던 꿈같은 나도, 죽기로 노력해서 이루어 놓은 껍데기의 나도, 모두 놓아버리고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나와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평안이기 때문이다.

플럼 빌리지에서 15분마다 울리는 종소리는 틱낫한 스님의 마음챙김(mindfulness)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방법이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마음을 한순간이나마 하나로 모아들이는 그 순간이 바로 진정한 나를 찾는 시간인 것이다.

영화를 보며 틱낫한 스님의 말씀에서 많은 것을 느끼며 자문해본다. 나는 봄바람 같고 햇살 같은 소태산 대종사님의 법문을 받들며 산 나무가 되어 깨달음을 얻고 있는지.

9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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