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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영화 속 마음공부 36
[영화 속 마음공부]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지금 이대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2022. 10. 26 by 박선국 문화평론가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Sisters on the Road, 2008) / 감독 : 부지영 / 출연(배역) : 공효진(명주), 신민아(명은), 추귀정(혜숙), 김상현(현아)

명은은 제 일을 인정받아 성공하는 것만을 생각하는 도시 여자이다. 그런 그녀의 고향은 제주도. 거기에는 엄마와 엄마의 생선 가게를 물려받은 이부자매 명주 그리고 조카 승아와 이모라고 불리는 현아가 함께 살고 있다.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오게 된 명은은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는 아빠를 찾으러 가기로 한다. 어릴 적 우연히 발견한 아빠의 편지를 가지고 그를 알고 있는 유일한 가족인 명주와 함께 길을 떠난다. 알 수 없는 명은의 의도를 뒤로 하고 삐걱거리며 그들의 여정이 시작되는데……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가족이라 불리지만 가족 같지 않았던 인물들이 여행을 거치며 서로 간직하고 있던 비밀을 알아가고 이행하며 용서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게 된다는 로드 무비 형식의 영화이다. 영화는 시간대를 왔다갔다하며 두 자매의 현재와 과거의 사건과 모습을 통해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게 한다.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두 자매의 성격 대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관객을 웃음 짓게 한다.

마지막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단서들을 스토리 중간중간마다 삽입하여 관객들의 궁금을 자아내게 한다. 아빠가 다르기 때문인지 아니면 둘 중의 하나가 엄마를 닮지 않아서인지, 행동과 성격이 대비되는 두 자매의 동행은 알쏭달쏭하다. 몸이 떨어져 있던 거리보다 더 서먹서먹하다. 사사건건 충돌하던 그들은 말다툼 끝에 일어난 차 사고로 명은이 입원하게 되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명은은 자신이 왜 억척스럽게 공부에 매달렸는지 그리고 성공하여 아빠를 만나고 싶어 하는지 이유를 말한다. 당당하게 아빠 앞에 서겠지만 그를 아빠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런 명은에게 명주는 그녀의 아빠는 아주 친절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고 떠나면서도 반드시 명은을 보살피러 돌아오겠다고 말한 사실을 전한다. 이 먼 곳을 와서 아빠를 찾을 이유가 없다는 듯한 수수께끼 같은 명주의 말은 명은을 더욱 당혹스럽게 한다.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러 생략되거나 설명이 없던 부분이 유추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내용이 하나로 연결되며 대반전을 맞이한다. 관객들은 그때서야 아버지를 찾아 떠난 두 자매의 이야기(영화의 영어 제목 ‘Sisters on the road’가 그것을 대변한다)인줄 알았던 영화가 한글 제목처럼 왜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인지 깨닫게 된다. 그 이후 관객의 시선은 그녀들(명주, 명은, 승아)에게서 그녀들의 아버지들에게로 향하게 된다: 아버지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이며 왜 거기에 있는 것일까? 이 영화는 페미니즘과 젠더 갈등을 분명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공부의 측면에서 보면 아버지에 대한 영화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명주의 아버지는 그녀가 기억하는 한 존재하지 않으며 승은의 아버지는 주위를 맴돌 뿐 거의 존재가 미미하다. 그리고 명은의 아버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아버지 틀에서 벗어나 있기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존재이다. 영화는 없거나 존재가 미미하고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 아버지가 실은 나의 존재에 뿌리임을 일깨운다. 이해의 대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감사해야 할 대상임을 말하고 있다. <정전>에 밝혀 주신 소태산 대종사님의 ‘부모은’장을 다시 한번 읽어본다.

10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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