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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영화 속 마음공부 37
[영화 속 마음공부] 세상은 혼자가 아니며 혼자만 힘든 것도 아니다
2022. 11. 23 by 박선국 문화평론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Extremely Loud & Incredibly Close, 2011)
감독: 스티븐 달드리
출연(배역): 톰 행크스(토마스 쉘), 토마스 혼(오스카 쉘), 산드라 블록(린다 쉘), 막스 폰 시도우(하숙인)

9.11 참사 이후 1년이 지났다. 그날 아버지와 헤어진 10살의 오스카는 아직 뉴욕에서 엄마와 살고 있다. 엄마보다 아빠와의 관계가 돈독했던 오스카는 아직도 갑작스러운 아빠의 부재를 인정하지않는다. 남겨진 아빠의 물건에서 우연히 이름이 적힌 봉투와 그 안에 들어있는 열쇠를 발견한다. 반드시 열쇠에 딱 들어맞는 물건이 있으리라는 생각에 오스카는 아빠와 했던 탐사여행처럼 자신만의 모험을 시작한다. 그는 그 끝에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아빠를 갑자기 잃은 소년이 아빠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성장 영화이자 휴먼드라마이다.

주인공 오스카는 뉴욕 곳곳에 사는 블랙(Black)이란 성을 가진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나 그들과 대립도 하고 소통도 하게 된다. 자신의 아픔만을 생각했던 오스카는 그들 나름의 아픔과 슬픔을 마주하며 나의 이야기가 그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음을 알아가며 조금씩 열린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디딘다.

소리와 빛에 민감해서 외부와의 소통이 쉽지 않고, 자신의 감정마저 제어하기 쉽지 않은 오스카는 그 단점을 극복해가며 타인들과 접촉한다. 자기만큼 아픈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위로를 주지만, 아무 조건 없이 그를 위로해주는 그들과의 만남으로 차츰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본다.

일상 속에서 나에게만 일어나고 그 누구에게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 고통을 끌어안고 있던 오스카는 주위의 도움과 엄마의 숨은 조력을 통하여 아픔을 떨쳐내고 아버지의 남은 흔적을 소중히 받아들인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3대에 걸쳐 이어진 남자들의 상처라 하겠다. 오스카의 할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중 수용소에서 부모를 잃고 실어증에 빠진다. 그의 아들이자 오스카의 아버지인 오스카 쉘은 어릴 적 떠나버린 아버지에 대한 추억거리마저 없이 자신의 꿈마저 포기하며 살아왔다. 오스카는 참사 날 아빠의 전화를 외면해서 살려낼 수 있는 아빠를 잃게 되었다는 죄책감에 빠져 있었다. 잃어버리고 없어져버린 것들에 몰두하다 보니 지금 여기 내 주위에 남아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외면하고 있지 않은지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오스카가 만난 500여명의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은 이 세상 모든 것은 알든 모르든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하겠다.

수년 전 생때같은 어린 부처님들의 죽음으로 온 사회가 트라우마에 빠졌었다. 개인적 관계도 없는 그들이지만 상실을 경험한 마음을 추스르기에 긴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 10월 젊은 부처님들을 또 황망히 보내야 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들이지만 그들 앞에 향 한 자루 사르며 기원해 본다. 아픔을 잊으라고 강요당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11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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