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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박희세 돈암교당 교도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함께한다는 것이다
2024. 03. 13 by 한울안신문

 

영화줄거리
베트남 전쟁이 한참이던 1970년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 캠퍼스에는 크리스마스와 겨울 방학을 맞이하며 3명의 사람만 남고 모두 떠나고 없다. 터줏대감 같은 학교선생 폴과 주방장 메리 그리고 문제학생 털리이다. 자의 또는 타의로 함께 하게 된 그들의 동거 아닌 동거가 시작되고 기대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며 그들 간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데…

“바튼 아카데미”는 인간사의 관계와 우정을 다룬 코메디풍의 휴먼 가족 드라마이다. 성격, 성별 그리고 인종이 다른 세 사람의 주인공들이 우연한 기회로 함께 하며 숨기고 싶은 서로의 사연을 알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뭉클하게 이야기한다. 
영화는 70년대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도입부부터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바랜듯한 파스텔톤 색조의 화면을 사용한다. 거기에 레트로 감성의 통기타 음악을 더하여 더 그 시대로 빠져들게 만든다. 영화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는 연출과 밋밋한 듯하지만 무게 중심을 잃지 않는 대사를 통하여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등장하는 주인공 세 사람 모두는 결핍과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로 표현된다. 앞뒤 꽉 막힌 고집불통 선생처럼 보이는 폴은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토대로 나름의 견고한 성을 쌓고 그 안에 안주하는 인물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바튼 아카데미의 연연하며 그 장소에 머무르려 한다. 똑똑하지만 현실과 좀 동떨어져 있는 듯한 털리는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며 아버지 그늘 속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만 같다. 그러기에 현실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더욱 거기에 집착한다. 미래가 촉망되던 아들을 전쟁으로 잃은 메리는 아들의 상실 이후 좌절하며 자신의 성공을 부정하고 그 자리에 머무르려 한다. 
영화는 세 인물에 대한 과거 이력을 생략해버리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현재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이 세사람이 식당에서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지 못한 채 그 재료만 가지고 주차장에서 그들 만의 레서피로 요리를 완성하는 장면은 서로의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보듬으며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가정을 꾸린 적이 없는 아빠인 폴과 아들을 잃은 엄마의 메리, 부모가 있지만 없는 것으로 간주한 아들 털리는 그렇게 차가운 겨울날에도 온기를 느끼게 하는 따뜻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원불교는 사은을 신앙의 대상으로 한다. 비록 혼자 태어나 혼자 가지만 사는 동안 사은의 은혜 속에서 산다. 은혜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해도, 애써 외면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다. 지난 한 해 인연의 아픔이 더할수록 올 한 해 인연의 기쁨이 더 커져 감을 느껴 보자. 

 

 

3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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