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 기업의 인수 합병과 교당 간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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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 기업의 인수 합병과 교당 간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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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01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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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오 교도 (분당교당, 건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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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당 간 합병은 교단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 추진해야 될 사안

몇 해 전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둔 하림 그룹이 STX 팬오션을 인수한다고 했을때, 우리나라 재계가 크게 놀랐다. 범양 상선(STX 팬오션의 옛 이름)이라는 세계적인 해운회사를 닭장사가 어떻게 인수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하림그룹은 과감하게 매도자의 매각조건을 따라 1조가 넘는 가격으로 STX 팬오션을 인수했다. 하림의 김흥국 회장은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해서 지금은 계열사만 60여개가 있는 대기업 그룹을 일군 신화적인 존재라고 소개되고 있다.


우리 원불교의 근본철학 중의 하나인 이소성대 정신에 크게 부합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하림이 STX 팬오션을 인수하게 된 계기는, 닭 사료를 운반하는데 큰 비용이 소요되므로 해운회사를 인수하면 운반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또한 해운업이 불황일 때 해운회사를 매입하면 경쟁도 약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어 적절한 매입시기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기업이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목적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몇 가지만 들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대형화해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은행이 합병을 하면 은행에서 매우 중요한 두 개의 전산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되니 전산 비용을 줄일 수도 있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꿔 가는데도 보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성장에 필요한 역량을 외부에서 조달할 수도 있고, 신규시장에 진입할 때 경쟁기업과의 마찰을 줄이거나 진입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그런데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성공한 사례들도 많지만 실패사례도 많다. 대표적인 실패사례의 하나로 독일의 다임러 벤츠와 미국의 크라이슬러 사례가 있다. 두 회사는 공동생산 및 연구개발을 위해 1998년 합병을 추진했다. 자동차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는 중요한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고함과 서열중심적인 독일 특유의 기업문화가 유연성과 성과중심적인 미국의 기업문화가 충돌하면서 기업가치 창출을 저해하였다. 세계적인 명차 벤츠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다임러 직원들은 크라이슬러와의 생산 공유를 꺼려했고, 크라이슬러 직원들은 독일기업 특유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 결과 주요 경영진의 사퇴, 우수인력 이탈 등으로 인한 근로자 사기 저하 및 실적 악화를 초래하였고, 다임러크라이슬러는 400억 달러를 들여 인수했던 크라이슬러를 60억 달러에 매각하고 회사명을'다임러'로 되돌리게 되었다. 한 때 '꿈의 결합'또는 '세기의 결합'으로 불렸던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합병은 이제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분류되고 있다. 이처럼 기업 간 인수·합병도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난다.


최근 들어 교당 간 합병 논의가 이슈가 되고 있다. 실제 몇 개 교당은 합병한 사례도 있고, 합병을 추진하다가 그만둔 사례도 있다. 교도 몇 명으로 시작하는 이소성대도 중요하지만 효과나 효율적인 측면에서 교당 간 합병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더욱이 교무님들 숫자가 점점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교당의 규모가 더욱 중요해 진다. 필자가 회장단 훈련에 참석했을 때, 어느 교당 부회장님의 푸념 소리를 들었다. 자기네 교당은 교도가 20명 정도 되는데, 대부분이 80대 이상이고 50대 후반인 자기 부부가 교도님들의 발이 되어주고 잡다한 교당 일을 거의 다하는 실정이며, 연로하신 교도님들은 개인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요청하신다고 한다.


교당이 노령화 되고 교무님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당 간 합병은 교단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 추진해야 될 사안이다. 교당 간 합병의 득실을 잘 검토하는 것은 물론, 오랫동안 정들었던 교당이 없어지는 데 대한 원로교도님들의 상실감도 잘 어루만져 드려야 하고, 교당 합병 후 타 교당 교도들과의 원만한 분위기 조성 등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교무님들 또한 소규모 단독 교당 운영보다는, 합병 후 교당 규모에 따른 전문성을 증진시킴으로써 분업과 협업을 통해 교당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보다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교화를 이룰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결국 교당합병 역시 기업과 마찬가지로 많은 긍정적인 요소와 부작용이 공존하므로 심도 있게 검토하여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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